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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쓱 그린 연필 그림 빈 틈 사이로 내 삶을 채워갈 때

더 없는 위로를 듬뿍 받는 시간

by 스토리캐처

내 기준 어마어마한

상담 실력 '우' 선생님 덕


그 분이 나오는 영상을 보겠다고 지식채널 e 회원가입까지 했다.


내 눈 앞에 나타나 자동재생되어버려 나다가 멈춰서 보게 되는 영상이 많은 이런 시절에, 굳이 찾아보고 싶은 영상이 생긴 셈인데, 나중으로 미루거나 지체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주연은 바로 연필로 '펀자이씨툰'을 그리는 '엄유진 작가님' 어머니인데, 영상 등장이 처음이셔서 직접 목소리와 표정으로 보고 들을 수 있 이야기를 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애령 선생님의 음성, 웃는 모습, 짧은 시간이지만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면서 번뜩! 하고 답을 내 주시는 모습이 역시 15만이 감동한 인스타툰 속 주인공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 길에 지식채널 e 를 켜서 인스타툰에서 보던 펀자이씨툰의 핵심 인물 어머니를 만나 말씀을 하시는 모습을 보니 조금 울컥하고, 음성을 들었더니 마음은 따뜻해지고 큰 위로가 밀려왔다.


그 동안 작고 작은 인스타그램 피드 그림 주인공으로만 내내 봤데, 와! 지식채널 e 에 출연하셨다고? 반가운 소식에 실제 음성을 듣고 싶어서 로 모두가 귀찮아한다는 회원 가입을 자마자 바로 재생을 눌러 그 분을 만났다.


상담 심리의 거장은 딸의 연필 그림을 통해 내가 사는 세상에 우연히 등장했고, 마디라도 더 듣고 싶어지는 존경스러운 분이자 고마운 시대의 지성인이시다.


인스타그램에 연재되는 인스타툰은 많지만 내 마음을 톡톡 두드리는 몇 안 되는 인스타툰의 주연 급 핵심 인물이다.


재미있고 이렇게 말 잘하는 사람, 스스로 깨닫고 유쾌함 속에 깨우치고 따뜻하게 위로받고 그 안에서 배울 수 있는 말씀 들려주시는 분 진짜 좋아한다.





어쩌다 우연히 내게 참 좋은 이야기를 만났



어머니로 등장하시는 분을 인스타툰 안에서 재미있는 표정과 장면으로 상상해왔는데,실제 이야기 하는 모습 직접 보고 음성을 을 기회가 생긴 것이다.


오! 역시는 역시!한 말씀 하시고 이내 호탕하게 껄껄 웃으셔서 나도 따라 웃었다.


앓고 계신 병을 떠올리면 가슴 찡하지만 유쾌함을 잃지 않는 모습만 보게 된다. 시간을 들여서라도 영상보기를 참 잘했다.


지식채널 e 영상이 1편, 2편이 있었고 프로그램 특성에 맞게 조금 아쉬운 듯 짧막한 영상이었지만, 그 안에서도 웃으시는 모습을 니 보는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인스타툰을 찢고 나와 TV까지 접수하신 처럼 는 내내 신기하기도 했다.


평소 인기 많은 스타들은 굳이 나까지 팬이 될 필요가 있겠냐 싶어 그렇게 신경쓰지 않는 편인데, 이 분만큼은 팬이 되지 않기로 작정하기가 더 어렵다.


발행 된 이야기들을 한 번 쭉 보고 나면 워낙 독보적인 캐릭터라서 내 기준에서 이 분을 잊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에 가깝 계속 응원할 것이다.


그러니 제발 어머니께서 계속 좋은 컨디션이셨으면 좋겠고, 영롱한 보석같은 상담을 내내 해 주셨으면 하고 바라며, 작가님이 어머니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 주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내 주시려나? 혼자 생각해 봤다.


엄 작가님의 어머니 우애령 선생님은 서서히 기억을 잊어가는 병이 예기치 않게 찾아온 자가 되셨지만, 촌철살인 상담 선생님이시기도 하다.


많은 분들이 겪고 있는 질병이라고 해도 내 가족에게 생길 가능성에 대해서는 걱정보다는 평소대로 바쁘게 살되 비껴가기를 바라며,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아예 시선을 거두는 편이 불안감을 줄이고 현재를 즐겁게 살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한데, 그 누구에게도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감히 불쑥 찾아온 것이다.


그런 와중에 각자의 삶도 참 쉽지 않을 가족들이 어머니와 이야기 나누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들려주셔서 가슴이 찡 했다.


자식이 많아도 안 하고 살려면 전혀 신경도 안 쓸 수 있어서 그렇다. 근래 참 보기 드문 가족애가 뿜뿜하니 대리 만족이라도 하게 된다. 억지로는 그렇게 안 되는 모습이라 가족의 사랑은 일상 속에서 주고 받는 말들과 소소한 행동의 흔적들 속에 보석처럼 빛난다.


힘들지 않을리는 없겠지만 힘든 이야기는 지레짐작할 수 밖에 없고, 그래도 웃어가며 힘을 길어올리기 위해 우리는 또 보석처럼 빛나는 에피소드를 나누고 공감하며 위로를 건네고 따뜻해진 마음을 듬뿍 받는다.




기록하는 일도 작가님 스스로 시작한 것이어도 쉬울리 없다. 어느 날은 너지듯 힘들테지만 달리 방법은 없으니 때로는 애틋하게 고마운 것들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지켜보는 삶도 꽤나 고통인데 그 힘든 와중에도 즐거운 일과 웃을 이야기들이 피어나고, 고통도 큰 만큼 의외의 기쁘고 놀라운 일들도 찾아오니까 가족의 이야기를 이렇게 진심담아 부지런히 들려주시는 이유가 아닐까.


엄작가님에게 세상 하나 뿐인 존경스러운 엄마지만, 그 인스타툰 작품 덕분에 이제 모두의 어머니가 되셨다.



내 엄마도 치매였다보니 이 또한 가족력이 되는 건가 싶어 앞 날조금 걱정되곤 한다. 누가 아프고 싶어서 작정하고 아플리는 없기 때문에 그 누구도 확실히 극복하고 예방, 완벽히 대비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그저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 뿐이다.


갈수록 기억력이 짧아지는 것 같고 가끔 깜박깜박하지만, 누가 그럴 만해서 치매를 앓는 것은 아니니, 어쩌면 미래의 나에게도 상 그 누구에게도 결코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오늘 달력을 보니 9월에 치매극복의 날(9월 21일)이 있다.

199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DI)와 함께 가족과 사회의 치매환자 케어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지정한 날로써, 우리나라도 노인복지법에 치매의 예방과 치료에 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기 위하여 매년 9월 21일을 치매극복의 날로 정하고 있다고 한다.

> 노화에 따라 생긴다고 보지만, 일부 유전적 요인이 있기도 하고 치매의 종류가 몇 가지 되는데, 내 엄마의 치매는 알츠하이머병은 아니었다.

치매란 정상적으로 생활해오던 사람이 다양한 원인의 뇌손상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기억력, 언어력, 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기능이 떨어져서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이 나타나는 상태이다.

대표적인 초기증상은 기억력 장애이며, 치매어르신의 기억력 장애는 경험한 것의 전체를 잊어버리고, 점차 심해지며 판단력도 저하된다는 점에서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기억력 저하와 차이가 있다(2017 보건복지부 치매 가이드북).

> 아프면 아프다고 꼭 주변 선생님들께 말하라고 해 놓고도, 내가 그 말을 제대로 듣고 대처하지 못했다. 안부를 묻는 전화가 나를 보러 빨리 오라는 말이었을텐데 일이 바쁘다고 가보지 못했다. 나만 찾아오길 기다렸을 그 긴 시간들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내가 순간 순간 약간의 고통이라도 느끼는 날에는 "내 엄마는 그 때 이보다 훨씬 더 아팠는데, 치매 노인의 허튼 외침이라고 아무도 아무런 조치를 안했구나." 이 생각에 혼자 미안해져서 또 울곤 한다. 이렇게 사는 동안 엄마를 빼곡히 떠올리며 계속 기억할 것 같다.


지나고 보니 어느새 2년 전의 일이 되었는데, 치매 진단을 받은 엄마는 느 날 냄비를 올려두고 인덕션 불을 끄지 않고 밖에 나가 집에 불이 날 뻔 한 일이 있었다.


내가 찾아갔을 때 딸인 나는 다행히 알아봤지만 나와 사는 내 가족들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전부터 귀가 잘 안들리시기도 했지만, 완전 다른 세계를 사는 듯 TV에 몰입하시고 눈빛이 달라져 있어서 내가 기억하던 엄마 모습은 아니었다.


평범한 질문이 오고 갈 상황이 아니어서,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는지 알아보거나 평소처럼 긴 대화도 할 수 없었다.


매일 밤낮으로 TV를 크게 틀어두고 열심히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나름의 일을 바쁘게 한다고 했다. 낮과 밤이 바뀌어 밤잠도 안 자고 자신이 해야한다고 하는 것들을 젊은 시절 가열차게 쉬지도 않고 일하듯이 참 부지런히 했다.


의사 선생님은 엄마가 우울하고 외로워서 생긴 병이라고 했다. 미안해지고 말할 수 없이 죄송한 일이었다.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이었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고 보니 '나라도 그럴 수 있었겠다' 싶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 속에 살던 전과 달리 이제 아무도 자신을 찾지 않아 한껏 낮아진 자존감을 가까스로 끌어올리고 지키기 위한 외침이었던 것이었을 거다.


유일하게 나를 잊지 않기만을 바랬다. 나만 그 작아진 기억 속에 남아 있어도, 내가 누군지 잊지 않는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거듭 생각했다.


그런 순간들을 지나고 있을 때 펀자이씨툰이라는 끌리는 인스타툰을 우연히 보게됐다.


'시간을 달리는 할머니'라는 작품의 주인공


우애령 교수님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시간을 달리고'있다. '단 1분의 기억'을 가지고 산다는 건 본인은 괜찮지만,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지는 일이라고 객관적으로 짚어주셨다.


그런 멋진 말씀도 주 잘 하시지만, 정작 달라진 내 처지는 무엇보다 본인에게 가장 충격적인 일이니 말로 다 안해도 마음이 많이 힘드셨을 거다.


자식들이 아주 얼마 전에 다녀간 것을 본인이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듣고 펑펑 셨다 한다.


누구라도 런 슬픔을 쓱 비켜갈 수는 없으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번쩍이는 자신만의 통찰력 있는 언어 유희와 농담은 잃지 않고 즐겁게 웃으며 짧은 시간들을 덜 힘들게 보내시는 우 선생님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전시회에서 이 그림체 자주봤던거라

왠지 익숙하고, 가족분들은 또 왜 이렇게 반갑지?


글과 그림에 담겨진 감동은 더 널리 멀리 퍼져 어느 새 '인스타툰을 빠져나온 멋진 어머니'가 되셨는데, 인스타툰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다룰 때 대체로 출연자들이 눈을 >.< 찡긋하고 모두 웃음을 터트리는데, 영상 속 어머니 활짝 웃으시는 모습에 연필 그림 속 박장대소 장면도 겹쳐 보였다.



엄 작가님의 인스타툰으로 우애령 선생님을 만날 때, 몰아서 여러 사연들을 보니 혼자 내적 친밀감을 쌓아 갔던 것 같다.


계속 보다보니 누군가가 점점 더 좋아지고 빠져든다는 말을 이름 한 글자와 스며든다는 말을 합성해서 많이 쓰는데, 보다보니 마음에 위로가 되고 그 뒤에는 인스타그램에서 만나면 빛나보이고 더 없이 반가워진 인스타툰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는 '우'며들고 있었다.


'맞아,인스타툰에서 그러셨지, 말씀 기억난다.' 영상으로 뵙고 전시회 작품으로도 보니까 신기하다며 오버랩 장면을 내 머리속으로 그리며 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마음 찡하게 몰입해서 봤다.





'제 엄유진 작가님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러 가보자'


전지적 관찰자 시선으로 가족 모습을 세상에 마법의 거울처럼 비춰주는 작가님이 어떤 인문학 행사에 이야기를 들려주러 나오신다기에 바로 신청했다.


그 덕분에 작가님 입을 통해 직접 off the record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들어서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놀랐던 건 작가님이 말씀을 참 잘 하시고, 본인만 할 수 있는 이야기니까 애독자들에게 에피소드 하나라도 더 꺼내서 들려주시려는 게 진심으로 전해졌다. 이야기가 물 흐르듯이 흘러 한 번도 안 끊겼고, 재미있게 몰입해서 듣게 되었는데 시간 제약이 못내 아쉽기만 했다.




인스타툰을 연필로 그리고, 댓글 반응을 모두 보면서 작가님 본인에게 큰 위로가 되는 시간이라고 하셨다.


꺼내주신 이야기들에는 잔잔하고도 큰 감동이라는 힘이 있어 이미 두 권의 책도 내고, 작가 사인회도 전시회도 계속 하게 되었다. PPL도 어나더 레벨 예술로 승화시켜서 가끔 아니 자주 놀라곤 한다.


국 작가님 스스로를 위해 꾸준히 한 행동이 인스타툰 연재가 되어 내 눈 앞에 나타났지만, 그저 하나씩 터치해서 장면을 넘겨 보는 내가 덕분에 더 없는 위로를 받았다.


고통 없는 창작은 없고. 고민없는 일상은 없다. 시간이 넘쳐 흘러서 그림만 그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짧은 시간 몰입해서 그리셨을 거다.


하나 같이 어쩜 이렇게 디테일할까 싶은 그림들을 보면 지난 세월 작가님이 갈고 닦고 오래 사유한 것에서 뿜어져 나오는 내공이 드러나는 것만 같다.


이런 걸 보면 어릴 때 루 하루 걱정하며 고생하고 내 앞날은 막막하고 그럼에도 나만의 길을 찾아 고민하고 걸어온 지난 날들은 어디로 훌쩍 날아가 흩어져 버리지는 않는 듯하다.






그림은 글보다 때로는 힘이 쎄다. 글만 있어도 되지만, 글은 국경의 벽, 아직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은 벽을 느끼는데, 그림은 그림만 있어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알 수 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모두 대단하고, 여기에 글까지 잘 쓰면 진심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다 잘하는데다 성실하고 부지런히 꾸준히 하시는데, 이 건 진짜 아무나 가진 능력이 아니고 나도 사실 아직은 잘 못하니, 바쁜 와중에 애써 그림과 글을 꺼내서 부지런히 올려주신 덕분에 나도 이렇게 위로받고 새로운 이야기들을 알게 되는구나 하고 작가님께 더없이 고마워진다.



인스타그램 속 인생 상담 너무 좋았어요!


선물은 뜯기 직전까지 기대와 설렘이 고공행진하는데, 우 선생님 답변도 마찬가지다. 인스타툰을 한 장씩 옆으로 넘기면 질문 장면 뒤에 답변이 등장한다.


가챠 캡슐안에 어떤 것이 들어있을까?이 예측에 단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어 두근두근한 답변을 기대하는 시간 보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준다. 답변을 듣고 감탄하는 사람들은 댓글과 쪽지 디엠DM 으로 화답한다.


질문과 이어지는 답변처럼,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방식이 드물다.



떠오른 어떤 좋은 말들을 빠르게 길어올려 팔딱팔딱 살아있는 답을 해 주시는 것을 영상으로 보니 또 새롭게 감동이 밀려왔다.


엄마와 딸이 함께 있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니까, 작가님을 실제로 만나니까 참 좋다. 으로 한 장 한 장 넘겨서 보면 또 다른 감동을 마주할 것만 같다.



세상에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어.

다 기억하면
살 수가 없거든.



엄마가 가족을
다 잊어버리면
그 때는 어쩌지?

그런 걱정은
미리 안하려고요

맞아요. 미리 걱정할 필요없는 건 접어서 넣어두자구요. 그 건 그 때가서 생각해요.


처음에 [시간을 달리는 할머니] TED 영상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니,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아마도 우연히 어떤 인스타그램 노출 알고리즘 로직이 내 눈 앞에 펀자이씨툰을 펼쳐줬던 것 같다.



'와! 무슨 연필 그림이 이렇게 섬세하지? 글은 또 왜 이렇게 좋아. 어머니 말씀 진짜 최고시다.' 하고 보다가 여러 피드 들 속에 사람들 눈이 많이 향하는 무대 위에서 그 곳에 자주 서지 않는 사람에게는 부담이 쏟아지는 기분이 드는 바로 그 곳에서 너무 떨리는 것을 감추고, TED강연을 했다는 작가님의 이야기가 있어 이 영상을 찾아봤었다.


내 엄마라는 주제는 딸인 엄유진 작가님 만 할 수 있는 이야기라서, 그 안에 당시 내 상황도 비춰볼 수 있어서 감동이 파동이 생겼다.


이 글을 쓰려고 TED 영상을 다시 찾아보니 말씀을 너무 너무 너무 잘하셨다.


글과 무대 속 이야기 말고 실제로는 어떠신지, 내가 친구가 아니니 만날 수는 없고, 부천에서 여러 독자를 한 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생겼다는 소식을 작가님 인스타그램 피드로 전해주셔서 신청에 성공했다.


주말에 어딘가에 가는 일이 쉽지 않은데, 다행히 적처럼 모든 상황이 적절했다.


주말마다 혼자 가고 싶은 곳 아무렇게나 다니곤 하던 때와 달리 지금은 가족 일정 상의와 조율이 필요해서, 보고 나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나만 끌리는 곳은 아예 말도 안 꺼내고 접는 편인데 이번에는 다행히 일정 합의에 성공했다.




삶에서 중요한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모조리 앗아간
절망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저 차분히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보기

반짝거리는 언어유희와
농담, 촌철살인 한 마디로

짧은 순간을 사는 동안
따뜻한 빛을 비추는 일상들

고통들을 태연하게
마주하기는 어렵지만

그 동안 각자
너무 바빴으니까

가족들과 살뜰히
더 다정히 보내시라고

짧으나 반짝이는 보석같은
시간을 보내실 수 있기를


어머니는
두뇌가 관장하는
모든 능력이 여전히
압도적으로 우수하신데,
그저 조금
짧게 기억하실 뿐입니다.



Q. 그 상황에 농담이 가능해요?

A.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농담도 안 하고
어떻게 살아?



나처럼 누군가의 글 속에서 위로와 힘을 얻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파동을 전파해주시는 작가님이 너무 감사하다.




죽음이 뭔지 어린 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내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아직 모든 것이 낯설고,조심스럽게 바라보며 좀처럼 까부는 일이 없는 신중한 어린 아이가 물었을 때 이렇게 대답해 줬었다.


보고 싶어도
다시는 볼 수 없는 거야


그 이후로도 주위 많은 어른들이 돌아가셨고 때마다 아이는 곁에서 묵히 함께 했다.


몸은 살아있으나 각자의 삶 속에서 서로 평생 볼 일도 단 한 가지 이유도 없다면 관계의 죽음이라고도 할 수 있고, 해소되지 않은 불편한 마음들을 안고 자주 보지만 으르렁 거린다면 '죽은 관계'가 되는 편이 서로에게 좋을 수도 있다.


아빠의 말들, 엄마의 말들은 사는 동안 결이 달랐지만 결국은 '고마워. 고맙다' 를 남기고 돌아가셨다. 내가 곁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좋고 귀중한 말이었다는 것을 그 때는 몰랐는데, 돌아보니 그 말 한 마디에 참 많은 마음이 담겨있는 것 같다.




사람은 모두 병들고 아프고 결국에는 죽는다.



세상의 많은 가족들은 가족에게 찾아온 갑작스러운 병, 오랜 치료와 간병을 유쾌함으로 극복하지는 못한다.


자식이 많은 것도 크게 든든할 요소는 안 되고, 서로 누가 먼저 할 수 있을지 경쟁하는 일도 아니니 슬픈 마음이 가장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온전히 도맡게 되어 있다.


오래 돌보며 간병하는 사람들 중에 건강한 사람을 찾기 힘든데, '해야 하니까, 할 사람이 나 밖에 없으니까' 라고 생각하면 그나마 마음이라도 낫고, '다른 사람은 마냥 웃고 편하게 사는데 왜 나만 멍청하게 이러고 아무 것도 못하고 있지' 생각하면 괜히 미운 마음이 피어나 주변에 불만의 씨앗을 뿌리기 시작한다.


내 부모를 부양하는 것도 남을 낳아서 가족이 된 새 부모(시조부님이나 시부모님, 장인 어른, 장모님)를 돌보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쉽다고 할 수 없다.


정상 동작 되어야 해결되는데 기능이 소멸되고 나빠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는 것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안 되는 것의 불편과 위태함, 예상되는 위험은 있지만 나아질 수 없으니 해결책이 없는 문제를 마주 할 때의 답답함을 느끼며 초조해지고, 나아질 가능성이 없으면 절망의 수렁에 빠지기도 한다.

동시에 간병을 자처한 사람은 막상 급히 해야할 일이 생겨도, 무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어렵게 부탁하거나 포기를 선택한다.


마음대로 듣고 싶은 것을 찾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자유 상실과 옴짝달싹 못함의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히는데, 무리 랑이 넘쳐도 사실은 참 어려운 일이다.


고통을 겪는 당사자만큼 함께 앓으며 힘이 드는 곁의 가족이 괴롭고 슬픈 마음을 버티는 유일한 힘은 '사람은 모두 영원히 살지 않고 끝이 존재한다는 것, 같이 지내는 시간은 참 짧디 짧고 곧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이별이 반드시 온다'는 언젠가 반드시 증명될 것이 자명한 단 하나의 사실 뿐이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사는 한
누구라도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지,
해내야지요.





"삶은 변화하는 순간의 연속" 만화 속 인문학 톺아보기 어느 토요일 오후 부천 만화박물관에 앉아, 마이크를 든 작가님을 시종일관 바라보며 작가님의 삶을 가만히 귀 기울여 듣는 것이 신기했다.


아는 이야기에 새로운 에피소드가 추가되서 내내 크게 많이 웃었고, 그 곳에 모인 모든 분들 덕분에 나에게 참 좋은 추억이자 유익하고도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TED 영상은 2022년 3월에 나왔는데 많은 관객과 카메라 영상으로 부담도 컸을테고, 지금은 거의 1년이 지난 뒤라 그 사이 북토크 경험도 많이 쌓이고 자주 보는 찐팬도 온 자리여서 그런지 말씀 내내 유쾌한 웃음을 전해주셨다.


작가라고 해서 편하게 다른 것을 아무 것도 안하고 작품 활동만 몰입하는 것이 대체 가능할까?



사실은 그럴리 없다.


부천만화박물관 전시장에 마련된 어느 만화작가의 일정표를 보니 마감 지옥인데다 휴식도 드물고 느긋할 틈이 없다.


작품만 올인하는 환경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고, 어떻게든 내가 집중할 환경과 다른 것에 방해받지 않을 시간을 반드시 만들어 내서 빠르게 작품을 그려야 한다.


꾸준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님들은 존경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된다. 진짜 오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나름대로 흐름이 될 때까지 놓치지 않고 하면 되는데, 그게 참 어렵다.



나아질 희망이 없는 상황일 수도 있고, 어제보다 더 나빠질 것이 자명한 채 어김없이 펼쳐지는 일상 속에서 행복한 찰나의 일상을 포착한 꾸준한 작업은 작가님 스스로에게도 응원과 에너지를 주고 받는 통로가 되었다고 한다.


작고 둥근 흔한 돌 하나 하나가 쌓이고 쌓여 점점 위로 올라가면서 근사한 탑을 이루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멋진 작품들이 탄생한다.


사실 작년 책 출간 때부터 엄유진 작가님의 어머니의 이야기가 중심인 3권 책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이번에 작가님을 통해 출판사와 협업했던 과정을 들어보니 손으로 스케치북에 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얼마나 고된 작업인가 느낄 수 있어서 '내년에만 나와도 기적이 아닐까' 생각됐다.


책에 사인해 주실 때도 잘 경청해 주시고, 너무 유쾌한 작가님 모습을 보고, 이런 분이라면 계속 응원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연필로 그리는 인스타툰을 연재해주시는 딸이자 작가님의 관찰자 시선은 딱 내 취향이기도 해서 재미와 의미, 생각거리를 툭 던져준다. 이야기가 내 마음을 톡톡 두드린 뒤에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굳이 눌러서 새 소식이 있으면 반갑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구독자에게 기쁨을 주는 작품이란 이런 거구나! 내 글은 한참 멀었네 하고 다시 한번 배우는 계기로 삼아본다.


내 이런 마음이 애써 이야기를 들려주신 엄유진 작가님께 작지만 힘이 쎈 에너지로 전해지길 바래본다.


!인스타그램 '펀자이씨툰' 진짜 추천하는 인스타툰이에요 :)


https://instagram.com/punj_toon?igshid=MmU2YjMzNjRlOQ==


치매는 극복할 수 있을까?

다가올 9월 21일 '치매극복의 날’은 199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알츠하이머협회(ADI)와 함께 가족과 사회의 치매환자 돌봄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지정한 날이다.

우리나라는 『치매관리법』 에 따라 매년 9월 21일을 ‘치매극복의 날’로 지정하여 2008년부터 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다.

치매란 정상적으로 생활해오던 사람이 다양한 원인의 뇌손상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기억력, 언어력, 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기능이 떨어져서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이 나타나는 상태이다.

대표적인 초기증상은 기억력 장애이며, 치매어르신의 기억력 장애는 경험한 것의 전체를 잊어버리고, 점차 심해지며 판단력도 저하된다는 점에서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기억력 저하와 차이가 있다(2017 보건복지부 치매 가이드북).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인구는 약 5,000만 명이며 2050년에는 1억 5,200만 명으로 3배 넘게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60세 이상 인구 중 5∼8%가 치매를 앓고 있으며 세계 사망 원인 5위가 치매(1위 허혈성 심장질환, 2위 뇌졸중, 3위 만성폐쇄성폐질환, 4위 하기도감염)이기도 하다.

이렇듯 치매에 대한 심각성이 커지면서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5월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을 줄이기 위한 예방 지침(Risk Reduction of Cognitive Decline and Dementia, WHO guidelines)을 처음으로 발표하였다.

지침에서는 ① 신체활동(규칙적인 운동) ② 금연 ③ 영양 관리(건강한 식단) ④ 알코올 남용금지 ⑤ 인지기능 훈련 ⑥ 적극적인 사회활동 ⑦ 체중 조절
⑧ 고혈압 관리 ⑨ 당뇨병 혈당 조절 ⑩ 이상지질혈증 관리 ⑪ 우울증 관리 ⑫ 청력손실 관리를 권장사항으로 제안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https://www.who.int/mental_health/neurology/dementia/guidelines_risk_reduction/en/ 참고).

우리나라 2018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추정 치매환자는 74만 8,945명(평균 치매유병률 10.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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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기사
치매를 장애로 인정하라는 일각의 주장을 다룬 내용인데, 일본은 이미 치매를 장애로 간주중이라고 한다.


9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중 치매 유병률은 10.38%다. 환자 수로는 93만5086만 명이다. 급격한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치매환자 수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65세 이상 인구 중 치매 환자 수는 10년 후인 2033년엔 162만8355만 명, 20년 후인 2043년엔 256만5138만 명, 2070년엔 338만1498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유병률도 2033년 11.36%, 2043년 14.34%, 2070년 19.35%에 달하고, 특히 2070년엔 65세 이상 남성의 5명 중 1명 이상인 20.49%가 치매를 앓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증의 환자도 2022년 14만4938만 명에서 2070년엔 52만4132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치매관리비용도 현재 21조원 수준에서 2050년엔 88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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