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꾸는 나만의 삶
우리집은 전보다 잘 살게되었다고 '복덩이' 소리를 반복해서 듣고 자란 덕분인지 모르지만, 플러스를 지향하는 삶을 살고 있어요. 어디가서든 사랑 받으라고 아빠가 고민하며 제 이름 한자 '영'을 고심해서 지은 덕인지 저를 좋아해 주는 분들이 어딜 가든 많이 계셔서 다행스럽게 그 덕을 보는 것도 있어요.
언제 어느 곳을 가든 작은 내 혼자만의 힘으로는 결코 바꿀 수 없는 거대한 에너지 흐름이나 절대적인 한계점이 있다보니, 이번에도 그 한계를 절실히 마주하고 또 다른 곳을 향할 결심을 어렵게 했고, 유종의 미를 부지런히 거두고 있어요. '곧 떠날 마당에 뭐 이렇게 열심히 하느냐?' 라는 계산은 제 사전에는 없어요. 저를 위해 일하는 거니까요.
예전에 첫 직장의 인연으로 애증의 시간을 지나 아주 오래 다닌 직장 생활을 어렵게 매듭짓고 난 뒤, 커피챗이든 HR담당자의 링크드인 쪽지 제안이든 받았을 때 느꼈던 제 감정을 찬찬히 돌아봤어요. 저는 누군가에게 제안을 받기보다는 '제가 직접 발견해서, 오래 두루 고민하고 잘 할 자신이 들지 판단이 들고 난 후 스스로 선택해야하는 사람'이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크고 작은 경험들을 부지런히 쌓아본 이 시점에 지원하기 좋겠다 싶은 회사는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유니콘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봐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을 만들자는 생각이 앞서 무조건 고생길이 훤히 예상되더라도 기여할 곳을 기꺼이 찾는 편인데, 이제는 몸 생각 자체를 아예 뒤로 하고 뛰어들기는 어려우니 어딘가에 합류할 생각은 '전혀 없는 선택지'로 두고서 '오직 나다운 뾰족한 업'을 만들어볼까도 생각해 보고 있어요.
저처럼 무식하게 앞뒤 안 재고 일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별로 없어요. 사실 스스로 그렇게 나 자신의 한계를 알아버리겠다는 마음으로 제 뜻대로 살고 싶어서 치열하게 사는 건 자연스러운 거지만, 모두가 그렇게 일에 미쳐 살고 싶어 하는 것도 아니고, 감히 타인이 남의 인생에 그게 유일한 길이요 진리니 무조건 이렇게 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고 모두가 그렇게 일해서도 안 된다고 봐요.
만약 내 마음이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데, 남이 '일 중심의 삶'을 강조한다면, 본인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뚜렷한 이유도 모른 채, 귀를 열고 들어도 마음에 안 와닿는 그저 완전히 남의 이상일테죠. 다부진 마음이나 뜻하는 바도 없이 배울 게 있겠지 하고 그저 따라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고생 끝에 낙이 있다'는 속담과 달리 보상이 두둑하게 보장된 인생 길도 아니니 해보다가도 아마 곧 번아웃에 빠지든지, 남 좋을 일에 시달려 내가 먼저 죽겠다 싶을 수도 있을 거예요.
제 뒤를 이어 일하실 분은 경력도 그렇고, 일욕심도 차이가 많은 사이니까 새로 오실 분의 눈높이에 맞게 하나씩 하나씩 잘 알려드리고, 그 분이 처음부터 모든 책임을 다 짊어질 수는 없으니 부담감에 압도되지 않도록,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적정선에서 합리적인 업무량을 산정했어요.
5월에 오실 새로운 분이 부디 잘 적응해서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내가 그 곳에 있었던 것도 모르게 되길 바라며 4월을 보내고 있죠.
잠시 일을 멈추고, 온전한 하루 자유로운 시간을 획득하면, 당분간 그리웠던 사람들을 자주 만나러 다닐 예정이에요. 좋은 기운도 담뿍 담아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고 맛있는 밥도 같이 먹고 많이 웃고 말이죠.
일도 사랑하듯이 하는 사람이라, 사랑할 때는 온 에너지를 집중해서 미친듯이 하고, 이별할 때 한 점 아쉬움조차 남지 않도록 그렇게 해요. 이보다 더 할 수 없다 싶을 정도로 하고선 뒤돌아 보지 않아요.
그리고 나선 고마움만 기억하려고 애를 쓰지만, 어떤 기억은 많이 뾰족해서 꽤나 꼬리가 길 때도 있어요. 기억이 야속하긴 한데, 시간이 지나서 미화되길 기다려도 보고, 그래도 몇 발자국 멀리 떨어져서 보면 제 인생 속에 잘 어우러지는 보기 괜찮은 그라데이션 컬러가 되니까 그 것들도 다 괜찮아져요.
애쓰며 사느라 고단하지만, 또 '이렇게 욕심껏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나는 것도 행운이 아닌가' 싶고, 가끔 가만히 있을 때 혼자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해요.
'어쩌다 태어나 버린 세상이지만 도와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또 참 고맙네' 그런 생각들이 이어지고, 고마운 순간들이 떠오르고, '연락해서 보고싶은 사람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네'로 넘어가요.
오고 가고 마주하며 귀 기울여주고, 마음으로 듣고 말하며 내 마음에 잔잔히 울려, 안전하게 폭 담긴 다정한 말과 애정어린 마음들도 내 눈에는 안 보이지만 엄청나게 오래가는 뜨끈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어서 무모해 보일지 모르는 어떤 선택에도 아주 아주 묵직한 '용기라는 힘'을 실어줘요. 이건 혼자서 결심하고 용기내야지한다고 해서 쉽게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점점 커지는 용기는 모두 다 저를 도와주는 '고마운 마음들' 덕분이죠.
이래 저래 자타 공인 '특이한 사람'이 바로 '저'예요. 시간 맞으면 맛있는 커피 한 잔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