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전지전능한 신과 같다고 착각하는 아이같은 분들을 가끔 보고 있어요
이런 분위기의 공간에 나올 단어가 맞나? 싶은 '전능감' 이라는 말을 만났어요. 글을 올려주신 분은 '아직 유아인 내 아이에게 전능감을 느끼도록 해 주고 싶다'는 말씀이었고, 이 단어는 평소에 과연 어떤 의미로 쓰는지 궁금해서 단어 뜻과 유아교육 전문가의 칼럼도 연달아 나오길래 이어서 읽어봤어요.
그저 무심코 무념무상으로 자동 재생되듯 수 년간 읊던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을 찾을 때 썼지, 일상 생활에서도 '전능감'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는 것을 저는 이 때 처음 본 것이죠.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내 딛으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부딪치고 좌절하며 내 한계를 경험하는 것이 한 사람이 자연스레 어른으로 성장하며 겪는 각자의 서사일텐데, 유아 시기에는 부모님과 양육자의 신속한 반응과 충분한 보살핌을 통해 전능감을 느끼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 제가 읽은 칼럼의 요지였어요.
아이가 울면 울다 지쳐 스스로 그만 울 때까지 그저 내버려 두지 말라는 의미죠. 반대로 아이가 자라며 가족 울타리를 벗어난 큰 세상이자 사회를 알아야 할 즈음에는 진짜를 경험할 수 있게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 뒤를 꽉 잡아 주겠다던 손을 과감히 놓고' 아이가 자신의 나갈 길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뒤에서 지켜봐 주면 되고요. 왠지 걱정스럽고 최악의 상황을 염려하는 성향이 커서 '아이가 중심을 잃고 넘어져 상처가 날 것만 같아'손을 놓기가 두려워도 말이죠.
어떤 이유로든 그저 안쓰러운 마음이 들 때는 아이의 자전거를 계속 잡고 언제까지나 같이 뛰어주는 게 답인 것처럼 느껴지는 날도 있어요. 하지만, 각자의 독립된 자아로 살아갈 서로를 위해 역할의 한계를 분명히 되새기는 것이죠. 학교 생활이 어렵고 불편하고 버거워 보인다고 해서 부모님이 같이 학교에 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언젠가는 서로 독립된 가정을 이뤄야 하니 그 어느 날이 될지 모르는 이미 예정된 이별, 약속된 헤어짐을 떠올리며 한없이 약해지는 '곁에서 많이 도와 주고 싶은 마음'도 다잡아 봅니다. 서로 대단히 각별하다거나 간병이나 돌봄이 필요하다거나 특별한 사정과 사연이 있는 것이 아니면, 부모와 자식으로 맺어진 인연이 아주 오래 영원히 함께 같은 집에 사는 것이 꼭 행복한 모습인 것만도 아니더라구요. 마음이 전혀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도 성장할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고통 없는 변화는 세상에 없습니다.
아이를 잘 길러내는 일에 온 세상의 관심이 지대하니, 들려오는 육아 이론들은 많은데, 내 상황과 처지에 맞게 적용하기가 사실 되게 어려워요. 저는 '아이에게 사춘기가 다녀간지도 모르다가' 얼마 전에 물어보니 '초등학교 5학년 때(12세 시절)에 이미 지나가버렸다'고 말하는 16세 아이와 지내고 있어요.
제가 일을 할 때는 마치 처음 사랑을 하듯 온 심혈을 다 기울여서 일상 생활도 후순위로 확 밀어 버리고 '정신일도 하사불성'의 정신으로 쏟아내서 무조건 성과를 내려고 하는 편이예요. '오늘 죽어도 아쉽지 않게 알차게 제대로 살자'는 인생 모토를 소싯적부터 지켜오고 살았고 무던히 무식하게도 아직까지도 버리지 못했죠. '적당히'라는 단어를 모르는 특유의 답답한 성격을 아실까요? 욕심껏 잘 해내지 못하면 일을 안 한 것 같아서, 이미 회사에서도 버닝 모드로 2인 3인이 같이 하기에도 넘치는 일거리를 일단 만들고, 시작한 일을 내일로 넘기는 것을 꺼려해서 무조건 다 해치워 버리고선 녹초가 되서 집에 돌아 와요. 도저히 아무 것도 못하는 상태인데도 저녁에도 폰으로 일을 합니다.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도 일을 하면서 집에 와서, 저녁 내내 일 생각만 하고 자고 일어나면, 출근길에도 폰으로 일하면서 가는 그런 '일 중독자의 무한 루프'에 빠져버린 상태였던 거죠. 건강이 허락할 때야 지치는 기색없이 보기 좋을 '내일로 미루지 않고' 무엇이든 '나의 일'처럼 한다! 이런 성취 지향적인 저의 자세는 '최대한 가늘고 길게 눈에 띄지 않고 중간만 하는 저자세로 롱런'하는 체력이 점차 약해지며, 안정적인 처세를 해야 하는 직장인의 태도로는 매우 비정상적인 모드인 것이죠. (이렇게 살라고 그 누구에게도 원수든 누구든 아무에게도 절대 권하지 않습니다. 생겨먹길 그렇게 생겨 먹은 분들이 계시다면 안타깝게도 동족이군요. 자초한 고생길이 부디 성과 보상이 두둑한 꽃길이길 기원합니다.)
특히,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다만 더 슬픈 건 제 건강에만 악영향이 있던 건 아니었다는 것이죠. 그 무렵 아이도 같이 크게 아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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