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스 하이는 아직은 잘 모르겠고만요
어떤 이끌림에 따라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사람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는 듣고 싶어서 '달리기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말하고 싶은 것) 를 두 번이나 읽었어요.
초보 러너인지라 달릴 때마다 느낌은 천차만별, 어느 날은 별로 뛰지도 않았는데 컨디션 난조라 금새 이렇게 SOS 외칩니다. '아, 벌써 힘든데 이 걸 계속 해? 말어? 얼마 못 뛰었으니까 25분만 채우자!' 다리는 뛰고 있으나 안으로는 결코 무리하지 않는 선택지를 내미는 치열한 고민을 하면서, 매일 뛰지는 못하고 간헐적으로 가능한 틈을 만들어 뛰는 중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은 읽어본적이 없으면서도 소설이 조금 호불호가 갈린다는 풍문만은 종종 들었는데, 아직 소설에 도전할 마음은 일어나지 않아 때를 기다리고 있어요. 확실한 신봉자 그룹이 있지만, 저에게는 불호 의견이 좀 더 크게 보여서 아직 이 분의 소설과는 연이 닿지 않았습니다. 책 속 주인공의 낯선 우울한 감정에 사로 잡히는 건 다소 꺼려하는 편이라, 제가 아직 그 분들을 만날 준비가 덜 된 거겠죠.
평소 읽기 편한 에세이 스타일을 선호하다보니, 작가의 에세이 먼저 만났는데, 솔직히 기대를 너무 안 한 탓에 상상 이상으로 작가의 생각들이 제 취향저격이었어요.
한참 오래 전에 그 분의 말들을 읽고, 느낌만 담아 사진 후기를 남겼었는데, 요 근래 다시 접했는데 역시 좋은 내용의 책답게 또 새롭게 다가옵니다.
살면서 두 번 읽는 책이 거의 없는데, 달리기를 모르던 시절에 읽었던 이 책을 최근 다시 집어 든 것도 참 신기한 인연입니다. 역시 책 내용은 제 상태와 처지에 따라 읽을 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매개체가 맞더라고요.
사실 약 2년 여의 시간 차를 두고 다시 읽은 건 제가 '간헐적인 살살 뛰기'를 시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러너스 하이'라는 말은 정말 많이 들었지만 모든 뛰는 사람에게 다가오는 건 아닌지, 저란 사람은 여전히 뛰면 숨이 차고 헉헉 대며 버틸만큼 버티다가 두 손을 들고 걷기 모드로 바꾸고 할 뿐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에서도 바로 이 것이 '러너스 하이'라는 것인가? 같은 느낌을 주는 대목은 단 하나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저 뛸 뿐이다. 아무 생각없이. 어떤 일이 있어도 걷지는 않는다.' 그런 내용이 일관성있게 처음부터 끝까지 거듭 강조되는 책이라고 느꼈죠. 그 다음 순서로 이 작가님의 다른 에세이들을 하나씩 섭렵했어요. 몇 몇 에세이까지 다 읽고 난 소감은 '달리기 에세이'가 그 분의 에세이 중에 가장 재미가 없는 책이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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