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매듭짓기,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다면 좋을까요
갑자기 왜 생각이 난 건지 모르겠는데, 오래 전 한 여름에 '번지 점프'를 했던 기억이 막 떠올랐어요. 서서히 올라가서 꽈나 높은 점프 지점에 도착해 문이 열리고 지시가 떨어지자 마자 제가 바닥도 없는 공중으로 겁 없이 뛰어 내리기까지 그 느낌은 오래 지나도 여전히 생생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요. 단 한 번의 경험인데 기억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날의 모든 느낌이 한 번에 소환된다니 참 신기하죠? 기억의 위력이란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지금 생각해도 그 날의 저는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매우 용감했죠. 바닥으로 떨어지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고 대신 제 등쪽으로 길게 맨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통통 튀어오르던 시간이 아주 길고 또 길게 느껴졌어요. 나중에 찍힌 영상을 보니 그렇게 매달릴 때 아무 포즈도 못 하는 상태라 축 늘어져서 몸이 가벼우니 공기 인형처럼 높이 올랐다가 내려왔다가 구불 구불한 선을 그리는데 볼품은 없더라구요.
믿음만 있다면 내적 공포를 무릅쓰고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한 번지 점프는 사람에 따라, 또 보기에 따라 대단히 위험한 모험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실제로 제 앞 순서에서는 뛰어내리면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발가락 뼈가 골절된 분도 있고, 너무 무서워서 고점에서 어렵게 포기하신 분들도 있었죠.
저는 그 모든 것을 곁에서 지켜보면서도 '난 한 번에 무조건 뛰는 거라고, 이건 아주 아무 것도 아니라고, 그냥 걷는 거랑 같은 거라고' 올라가는 내내 마인드컨트롤을 반복하고 겁 먹을 새도 없이 뛰었으니 망정이지, 생각을 아주 오래 길게하면 또 안 하고 싶어졌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 같아서는 누가 저에게 번지 점프 하러 가자고 하면 선뜻 안 따라 나설 것 같기도 해서 그 때의 제가 지금 지나온 시선에서는 어떻게 그렇게 용감했는지 사뭇 낯설기도 해요.
한 때는 용감했던 저라도 만약 선택권이 있고 생각을 너무 많이 한다면, 번지 점프 뿐만 아니라 감히 해 보지도 못하고 지레 짐작으로 포기해 버릴 것이 너무 많겠죠?행동을 하고 경험하고 직접 결과를 보며 감각과 몸으로 생생하게 배우는 것도 잘 배우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글을 쓰기 전에는 연재라는 게 이렇게 괴롭고 힘든 일이라는 걸 대략 상상하고 어림짐작을 했을 뿐인데, 막상 제가 저지르고 보니 하길 잘 하긴 했지만, 여간 고통스러운 과정이 아닌 것이죠. 이 지난한 여정을 통과하고 난 뒤의 저는 이 전의 상상만 하던 저와는 조금은 다른 지점에 서 있는 사람일테고요.
그래도 과거의 제가 스스로 약속한 마감일을 신경쓰며 어떻게든 쥐어 짜내본 글들도 좋든 아쉽든 어느덧 갯수를 채워서 자리잡고 있으니 작은 뿌듯함도 남고, 어디가서 나도 솔직히 힘들었다고 내밀 하나의 증거를 만든 셈이죠. 이미 차곡차곡 작품을 만든 작가님들을 더욱 위대한 시선으로 보게 되는 것도 얻었고요. 쉬운 성취란 없다는 걸, 안 해보면 아주 잘 알기는 어렵고, 지식이 얕고 빈약한 상태로 저 멀리서 희미하게 바라보고 여전히 계속 모르고 있을 테니까요.
이번 주 제가 탈피한 질긴 껍질같은 감정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이런 이야기를 굳이 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한데, 나중에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만 일단 하고 싶으니까 해볼게요.
대체 언제까지 이 지지부진한 기분에 발목이 칭칭 감긴듯 마음 무겁게 사로잡혀 있을 것인가 지긋지긋하다 싶은 적이 혹시 있으신가요?솔직히 말하면 너무 힘들다 싶어서 이런 건 다른 사람은 모르고 그저 저 혼자만 겪으면 좋겠는데 생각도 해본단 말이죠. 대신 십자가를 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제발 마음이라도 편하게 안 힘들게 살면 좋겠어요.
보이지 않는 생각이 내 기분을 온통 좌우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데, 어떤 생각들은 찍찍이가 붙은 건지 딱 달라붙어서는 아무리 밀어보고 흔들어도 확 떨쳐지지가 않아요. 우매한 건지 신중한 건지 나 자신을 어떻게 봐야할지 이 지점이 참 애매하더라구요. 복잡한 세상 나홀로 배배 꼬아 보자고 작정한 덩굴처럼 아무도 안 잡았는데 스스로 얽히고 설켜가며 심란하게 사는 것 같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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