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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캐처 Oct 06. 2021

스트레스를 책으로 풀어요 - 백종원의 장사와 사업이야기

휘몰아치기 독서 10월 첫째 주의 기록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


장사의 의미를 아는 사람과 온실 속에서 작고 소중한 일만 신경쓰면 되서 아직 잘 모르는 사람은 천지 차이다.


장사 관련 책을 아주 많이 읽은 편은 아니고, 어릴 때부터 대학 입학 직전까지 19년 동안 엄마의 가게를 가까이에서 관찰했다.


온갖 천태만상을 다 봤고, 소소하게 심부름도 하고 작게나마 거들어 주기도 해서 내 앞에 놓여진 밥의 원천이 어디서 오는가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저자 백종원은 사업가가 되야지! 이런 목표나 굳은 의지, 단호한 결심 하나 없이 어쩌다보니 프렌차이즈 사업까지 하게 됐다고 한다. 


포기하지 않고 가던 장사의 길에 엉겁결에 서 버린 경영자는 '장사는 보기보다 훨씬 백배는 힘들다'라는 핵심 내용을 그가 추구하는 대중적인 가격과 맛의 음식처럼 듣기 좋고 알아듣기 쉬운 말로 진솔하게 전해준다.


신간이 아니어서 표지 속 얼굴은 굉장히 젊어보이신다.


시간이 지나도 읽어볼만한 책인 이유는 대한민국에서 이 분을 모르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한 영향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은 장사를 말리는 편이다.

나이들어 창업한 분은 최후라고 생각하고
온갖 힘들고 어려운 일을
악착같이 버텨내지만

젊으면 장사가 잘 되서 여유 생기면
더 이상 가게 안 돌아보고 놀러 나가고,
속 끓이는 일이나 속 뒤집어질 일에
감정적으로 쉽게 때려치는 것을 많이 봤다.


정홬히 저 파트가 있는 건 아니고 나름 요약한 것인데, 수익만 따지고 보면 고생을 그만둬야 할 이유가 크고, 마음 상할 일은 언제고 불쑥 생기고, 예측 불가 들쭉날쭉한 매출에 일희일비하는데, 몇 년은 버텨내야 한다.


최소 석달에서 다섯 달 버틸 여유자금도 없다면, 고민의 시간은 무한정 길고, 안갯속처럼 나아질 기미나 희망이 안 보이다 보니 버텨볼 힘이 없다.


더 기다리거나 다른 대안을 모색할 겨를도 없이 포기하고 폐업으로 간다.


직접 장사할 때의 이야기 부분보다 가맹 사업 일화를 좀 더 신나게 들려주시는 것처럼 느껴져서, 남이 잘 되게 돕고 생각하고 구상하고 기획하는 일이 좀 더 적성에 잘 맞으신 것 같다.


이 분의 가맹점 파트너가 워낙 많아서 새로 생긴 가게라고 해서 보면 백종원 얼굴이 함께 등장하고, 그래서 믿고 들어간다.


홍콩반점0410 부터 최근 롤링파스타까지 은근히 많은 백종원의 가게에 다녀온 편이라서, 책에 등장하는 식당 브랜드가 낯설지는 않다.


아직 곳곳의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줄 서서 먹을 시간 여유는 없어서 그의 이름과 연관된 가게들은 동네 익숙하게 다니는 동네 숨은 맛집만큼 든든하다.


다만, 오픈 소식 듣고 2~3 년새 폐업하는 것도 종종 봐서 열심만으로는 안되고, 점포 정리를 피할 수 없는 변수가 뭐였을지 아쉬운 마음에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이다.


사장은 직원보다
반 발자국 앞서는
친절함과
부지런한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
.
.
나보다 잘하고 사장 마음 잘 헤아리면서
사람 관리도 잘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기 가게를 하는 게 맞다.

(사장 입장에서)내 직원으로
물러 있을 이유가 없다.


가게 창업 준비하는 분보다는 식당에서 음식 먹으면서 "나도 이 정도 맛이면 이보다 더 맛있게 할 수 있어. 나도 식당할 수 있겠다. 대박날거야" 농담으로 웃으며 이런 말을 꺼내보는 사람이 보면 그 소리가 쏙 들어갈 것 같은 책이다.


자주 뵙는 아는 어머니께서 식당을 운영하실 때 주방장이 있을 때는 손님이 아주 많이 왔는데, 그 분 나가고 나서 비슷한 맛을 내지 못해 손님이 점점 줄었다고 대단히 아쉬워 하며 얘기해 주셨던 일화도 떠오른다.


장사가 내 맘대로 되지도 않고, 손맛(미묘한 차이를 가진 음식 맛), 운, 주변 사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하셨다.


몇 년 더 다른 메뉴로 가게를 하시다가 결국 폐업하셨는데 그러고 나서는, 그 전에 손님 안 오는 것을 혼자 안 되는 머리로 걱정 고민하느라 절절했던 마음 고생을 안 하게 되서 너무 시원하고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 후 음식점 사장을 퇴직하고 종업원이 되셨다. 몸이 힘든 건 둘 다니까 머리라도 덜 쓰고 스트레스 덜 받아서 마음이 아주 편해지셨단다.



책 속에서 오래 마음 고생하고 고민하며 버텨낸 그 다운 이야기를 보고 나니, 미리 TV프로그램에서 자주 보고 접한 행적이나 조언들이 어디로 부터 나온 건지 생각과 경험의 발자취가 그려졌다.


이야기를 듣기 전보다 지금 이후에 좀 더 <골목식당>프로그램에서 듣는 이 분의 조언에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한 사람의 오늘을 이해할 수 있는 과거의 발자취를 몇 걸음이나마 같이 발 맞춰 걸어봤다. 훨씬 입체적으로 다양한 면모를 알게 되서 사람의 삶이  잘 이해됐다.



오늘도 다양한 손님을 만나고 장사하느라 말도 못하게 고생했을 모든 사업가, 생업가, 사장, 직원들, 관련 종사자, 생활인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축 처진 경기와 상관없이 내일은 최고 매출 찍으시길!




나름대로 자신의 인생을 떳떳하게 잘 살아온 분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꼭 한 편의 책으로 내주시길 부탁드린다. 


온갖 재미있는 것들 때문에 예전보다 독서 인구가 줄어서 침체된 것처럼 보이는 출판시장도 살리고, 언제 어느 누구에게 좋은 영향을 줄지 모르는 일이니까.


미생인 나도 그 언젠가를 위해 끊임없이 갈고 닦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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