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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캐처 Dec 29. 2022

내가 경험한 모든 거절과 탈락

감사한 마음

그간 무수히 많았다 - 거절과 탈락


인정 받으며 거절당하지 않고 싶은 마음은 모든 사람의 본능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나에게 조금은 차갑게 "NO!" 아니라고 말했거나, "죄송하지만 함께하지 못할 것 같아요. 건승을 기원합니다." 이렇게 정중하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곳들에 무한히 감사한 마음이 든다.



아닌 건 아니니까

억지로 안 되니까

끝이 보이고
굳이 나빠질 게 뻔한 관계는
함부로 맺는 것이 아니니까


그 때 감사했습니다 - 거절해 주셔서


드라마 대사처럼 "아닌 건 아닌겨!"


결이 맞는 사람이 아니면, 헛된 기대로 억지 인연을 맺어 좋지도 않은데, 굳이 함께 매일 만나 서로를 괴롭히는 지옥을 만들게 된다.


선입견을 갖는 것이 본능이고, 처음 인상이 뒤집히는 경우는 사실 굉장히 드물다. 사람이 생각보다 이성적이지 않고 감성적이어서, 처음 받았던 느낌으로 끝까지 끌고 가려고 한다. 스스로 판단을 그 쪽으로 기울이고 싶어하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억지로 꾸민 것은 티가 나기 마련이고, 좋은 인상을 주려고 애쓰지도 않았고, 이 한 몸을 불살라 회사를 일으켜 세우겠다고 말도 안되는 포부를 내세우지도 않았다.


나 혼자 회사를 일으킬 거면 왜 취업을 하나. 1인 기업을 하지.


당시에 조금도 마음이 안 아팠다면 사람도 아니고, 마음이 불편하긴 했는데, 그렇게 절실하게 가고 싶거나 매달리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달라 싶은 상황도 아니었다. 솔직히 어떤 경우는 과정이 불쾌하고 무례하다는 생각에 조금 욕하고 싶었는데, 일면식도 없는데다 앞으로 평생 다시는 안 볼 사이니까 그럴 수 있겠다 싶고, 지금은 오히려 감사로 마음이 바뀌었다.



거절도 용기가 필요하다.

나같은 사람이라면
거절의 말을 하기가 참 어렵고,
어떻게 잘 전해야 할지
고민을 참 많이 한다.

여러가지 거절의 모습 중에
그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던 분들이 있었다.

그런 분들은 오래 오래
고마운 분으로 남아있다.

당연히
더욱 잘 되시길
더 응원하게 된다.

거절을 잘 하는 능력도
아무나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걸
느꼈다.

무례할 수도 있지. 예의가 원래 없는 사람이든지, 시간을 쪼개 써야 해서 바쁘면 그럴 수도 있지.


같은 거절을 당해도 태도나 말들이 참 냉랭하거나 사람을 무시하나 싶은 모습이 있었는데, 사장이라는 자리가 예의바른 태도와 인성으로 시험봐서 되는 것도 아니니까 그럴 수 있다.


신기한게 내 마음이 살면서 이렇게 뒤집히기도 한다.


이 와중에 정말 인성 바르고 정중한 보석 같은 분들을 만나서 잠시나마 위로받고 또 감사한 마음도 들었으니 좋은 경험이었다.

다행이다. 지나온 모든 경험들이 나에게 나쁜 쪽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 같다.



뭔가 특별히 조건이 나쁜 건 아니어서 남들은 모르지만, 내가 마음이 불편하고 괜히 신경쓰이고 여기 더 있다간 숨 막혀 죽겠다 싶으면 안 맞는 상황이라고 보면 맞다.


버티다 좀비가 되어버리든지, 나와 맞는 곳을 찾든지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조건이 바뀌면 위험하거나, 귀찮거나, 확실히 보장된 미래가 없고 불투명하다면, 내가 맞추거나 맞추는 척을 하면서 살면 된다. 내가 힘들 뿐 나쁜 선택지는 아니다.


힘들면 나처럼 때려쳐! 낭만적이지? 퇴사 권장 사회가 된지는 꽤 됐고, 직장 그만두고 세계 일주 안하면, 마치 대학 다닐 때 워킹 홀리데이도 못해본 사람이 느끼는 "나도 저렇게 하고 싶은데 못 해 봐서 부럽고 슬픈 루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테지만, 학생 시절과 사회인 시절은 처지가 완전히 다르다.


사람이 무엇을 하든지 살아가는데 기본적인 최소한의 수입은 있어야 하고, 독립적으로 경제 활동을 해서 안정적인 삶 보장이 되어야 안심할 수 있다.


시험 준비든, 책을 쓰는 것이든 본능에서 우러나오는 다른 하고 싶은 것들도 돈 걱정이 없어야 편하게 수행할 수 있다.


부모님이 부자가 아닌 것은 부모님 잘못은 아니다. 그 분들도 스스로 부모를 골라서 태어난 것은 아니니, 나와 같은 처지다. 자수성가한 부모님에게는 무일푼으로 이루시느라 고생하셨다고 크게 박수쳐 드릴 일이다. 대체로는 조금 앞 날이 막막한 밑빠진 독 같은 상태다.


부자 드라마나 영화가 너무 많다고 느끼는데, 대중들이 가장 부러워하고 갈망하는 부분이라서 그렇다고 치고, 나는 누구를 원망할 필요없이,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만의 소소한 천국을 만들면 된다.


누가 잘 됐다고 하면 배 아픈 소식이 되서 "부러워 죽겠다" 하며 심리적 박탈감을 느낄 일이 많기도 하지만, 남의 일이라고 한 발자국 거리를 두고 보면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저 사람들도 괴로운 일이 있겠지" 하고 넘기게 된다.



세계 일주를 하면 좋은데 인생의 버킷 리스트까지는 아니다. 일단 여행은 가기 직전까지가 가장 설레고 좋다. 집 밖을 나서는 순간 불편한 것들도 많고, 음식을 많이 가리기도 하고, 낯설고 모르는 새로운 환경이 즐겁지만 불안함도 같이 느끼는데다, 그리 도전적인 편은 아니다.


그저 건강히 이 곳 저 곳 마음 닿는대로 두 발로 자유롭게 걸어 다니며, 마음 통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반갑게 만나고 서로 공감백배인 이야기들을 하고 싶다.


좋은 느낌을 가지고, 마음이 편안해서 같은 풍경이라도 더 근사하게 마주할 수 있는 눈과 머리로 따듯한 추억으로 가득 채우며 살고 싶다.  


잘 맞는 사람은 세상에 없지만 잘 맞춰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있다.


내가 맞으니까 무조건 나에게 맞추라는 사람과는 일 분도 함께 할 수 없다. 내가 그러려고 이렇게 살고 있는 건 아니니까.



요즘도 틈 나면 나와 비슷하거나 상상 이상인 분들의 글들을 보며 공감도 하고, 놀라기도 하며 이 글이 어떻게 내 앞으로 왔을까 신기해 하고 있다.


너무 한정된 곳에서만 정해진대로, 만나는 사람만 보고 살다보면, 세상을 점점 모르게 되니까 부지런히 좀 더 다양한 경로로 신기하고 반가운 만남을 이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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