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뭘 얼마나 잘못했다고 호통이 문 밖으로 새어나오기도 하고, 오랜 시간 서서 혼나는 직원 참 안타깝다 마음으로 토닥토닥하고, 같이 울었다.
그런데, 나도 올해 몇 달간 그런 적이 있었다. 이런 게 번아웃인가?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 보니 그 직전쯤 간 것 같다.
어? 나 왜 이렇게 화가 많아졌지?
잘 해야하는데 딱히 돌파구도 안 보이고, 전환시킬 뾰족한 수나 해결 방법이 없는 것 같은 막막함, 앞으로 예상했을 때 계속 뚜렷한 비전이 안 보일 것 같은 안갯속에 있는 듯한 불안함, 누구와 이런 말을 할 수는 없고, 해 봐야 역시 답이 없을테고 하니 나만 혼자 속 터지고 답답한 듯한 외로움이 다 섞였었다.
지독한 스트레스, 내가 바라는 이상과 다른 현실의 제약들, 잘 쉬지 못해 마음의 여유도 갖지 못하고, 여기 저기 쑤시고 아픈 신호들이 시도 때도 없이 통증으로 신호를 보내니까 제 정신이 아닌 상태였다.
네가 일에 미친 덕분에 오랫동안 버려진 몸이었다고 온몸이 전면 시위를 하는 듯한 고통, 잘 하고 싶은데 못하는 처지, 하고 싶은 것을 할 에너지도 없는 상태 모든 것이 짜증이 유독 많아지고 화를 내기 좋은 조건이 되었다.
참 이런 걸 이해하게 되다니, 일단 잘 쉬고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면 좋은데, 삶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때가 있다. 억지로 쉴 시간을 만들지 않으면 그대로 떠 밀려 내려 가니까 정신줄도 꽉 붙잡아야 한다.
지금은 몇 가지를 포기하면서 평정을 찾았다.
내가 할 수 없는 건 그대로 두고, 절대 안 되는 건 원래 안 되는 거야.
노력하면 안 될 게 없다는 식의 무한노력 권장에 관한 속담을 너무 많이 듣고 자랐다.
그냥 봐도 지쳐 죽게 생긴 선수들한테 정신력으로 싸우라고 강조하는 국가대표 경기 중계도 수년간 너무 반복적으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