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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삼형의 나즈막한 목소리 Oct 10. 2020

가까운 곳에 있는 아미쉬 사람들

아미쉬 마켓 (Amish Market)

자신들이 믿는대로 사는 사람들

소리꾼 장사익의 노래로 널리 알려진 신배승의 시 <기침>에 이런 구절이 있다.

밥그릇의 천 길 낭떠러지 속으로
비굴한 내 한 몸 던져버린 오늘

밥그릇, 천 길 낭떠러지, 비굴한, 내 한 몸.

먹고살기 위해 자신이 믿는 바를 버려야 하는 삶의 아픔이 가슴을 후벼 판다.

‘어른’이 된다는 게 그런 뜻이다.

결혼을 해서 가족이 생기면 더 비굴해지고,

자식이 태어나면 더더욱 비굴해지고…

가끔 그러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아미쉬 사람들도 그렇다. 그들은 자신들이 믿는 바를 포기하지 않고 실생활에서 살아내고 있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려면 펜실베니아주의 랭커스터(Lancaster)에 가면 된다. 그런데 거기까지 가지 않고도 워싱턴 디씨 인근에서 그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아미쉬 사람들이 운영하는 마켓이다. 워싱턴 디씨 메트로 지역에 세 곳이나 있다. 로럴, 저먼타운 그리고 어퍼 말보로. 모두 메릴랜드주.

그들은 일주일 내내 영업하지는 않는다. 일주일에 딱 삼일만 문을 연다.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다른 날도 열면 수입이 늘어날 텐데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메릴랜드주 저먼타운에 있는 아미쉬 마켓

아미쉬 마켓 사람들

마켓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100%는 아니지만 100%에 가까운 수가 그들 특유의 검소한 차림새로 일한다.

남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바가지 머리에 허리띠 없는 검은색 멜빵바지를 입는다. 성인의 경우 코밑수염은 깍지만 턱수염을 깍지 않는다.

여자의 경우 단색의 단정한 옷차림에 그들 특유의 예쁜 기도 모자(prayer covering)를 쓰고 있다.

주의할 점 하나. 그들의 차림새가 흥미롭다고 해도 동의 없이 함부로 사진을 찍어서는 안 된다. 여기는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의 생업 현장이다.

마켓 둘러보기

워싱턴 메트로 지역의 아미쉬 마켓 세 곳은 규모의 차이가 있고 또 입점 업체가 모두 같은 것은 아니지만 취급 품목은 대개 비슷하다.

정육점에서는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를 판매하는데 생육도 있고 훈제된 것도 있다. 소시지도 판다.

청과물 가게에서는 야채, 과일 같은 것이 있다.

치즈가게에서는 다양한 치즈를 판매하는데 시식을 해볼 수 있어서 입맛에 맞는 것을 고를 수 있다.

절임 식품 가게에서 다양한 종류의 절임 식품을 볼 수 있다.

다양한 절임 식품

닭튀김 가게, 여기는 동네 사람들로 항상 북적인다.

바비큐 가게에서는 새끼돼지 등갈비(Baby Back Rib) 구이를 맛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바베큐와 튀김

빵 가게에서는 시간이 맞으면 오븐에서 막 나온 따끈따끈한 빵을 만져볼 수도 있다.

혹시 단것을 좋아한다면 후피 파이(Whoopie Pie)를 지나쳐서는 안 된다.

다양한 종류의 후피 파이

곡물과 과자가게에는 보리, 조 등 곡류가 조그마한 봉지에 들어있는데, 팝콘을 만드는 옥수수 종류가 그렇게나 많다는 것에 놀랄 것이다.

팝콘을 만드는 옥수수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다

그 옛날 시장에서 보던 수박모양 젤리와 알록달록 웨하스를 만나기도 하는데 여기서 파는 생강 사탕은 생강 맛이 부드러워서 자주 사 온다.

과자와 사탕의 나라

가구점에서는 가구만 아니라 새들이 들어가서 살 새집도 있고 그 밖의 다양한 집안용품들이 있다.

대부분의 가게들은 번호표 발급기가 있고 그 번호표 순서대로 손님 응대를 한다. 그러니 뭔가 살 것이 보인다면 그 가게에 번호표 뽑는 기계가 있는지 살펴보고 그런 게 있다면 번호표부터 뽑을 일이다. 그 후에는 가게 전광판에 자신의 번호표에 적힌 번호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세 군데 모두 식당이 있는데, 식당 분위기가 다르다.

어퍼 말보로의 경우에는 마켓 개점 1시간 전부터 개점시각까지 팬케이크를 판매하는데, 99센트에 무제한이다.

한 시간 동안은 99센트 무제한

‘돛대 밑이 비싸다’는 말이 있다. 산지라고 해서 싸다고는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상품이 그들 자신의 농장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대량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해질 수 있는 일반 마켓과는 유통구조가 다르다. 비싸면 안 사면 된다. 그냥 구경만 하면 된다. 그러나 그들의 신앙적 소신을 생각하고 그 소신에서 비롯된 물품이라고 생각하면 뭐 그다지 딱딱하게 굴 것도 아니다. 수 백 달러어치 살 것도 아니니까.

나머지 이야기

로럴은 Dutch Country Farmer's Market, 어퍼 말보로는 Dutch Village Farmers Market라는 이름을 쓰고 저먼타운에서는 Lancaster County Dutch Market이라는 이름을 쓴다. 보통 Dutch는 네덜란드와 관련되어 사용되지만 여기에서 사용하는 Dutch는 독일을 뜻한다. 독일을 독일어로 말할 때 도이칠란트(Deutschland)라고 하는데 여기의 앞부분 도이치(Deutsch)가 더치(Dutch)로 변해서 전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펜실베니아주의 랭커스터에 있는 아미쉬 사람들은 독일계 사람의 후손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영어를 써서 소통하지만 그들은 펜실베니아 더치라고 부르는 옛 독일어 방언을 사용한다고 한다.

아미쉬 마켓임을 나타낼 때에는 아미쉬 사람들의 상징이 된 버기(buggy)라고 불리는 마차를 갖다 놓거나 그려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