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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바-하지 항공우주센터

라이트 형제로부터 디스커버리호까지

하늘과 우주를 찾아서


  미국의 수도 워싱턴 디씨에 왔으면 <하늘과 우주>에도 가볼 수 있다. 항공우주박물관을 말한다.


  워싱턴 디씨 지역에는 항공우주박물관이 두 군데 있다. 워싱턴 디씨와 버지니아주 샌틸리인데, 둘 다 스미스소니언협회 소속이다. 여기서는 버지니아 샌틸리에 2003년 개관한 우드바-하지 센터(Steven F. Udvar-Hazy Center)를 가본다.


전경


  이곳은 워싱턴 디씨 시내가 아닌 버지니아주에 있다. 그렇지만 워싱턴 디씨와 그다지 멀지 않다. 워싱턴 디씨에서 30마일(약 50km), 1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다. 워싱턴 디씨의 하늘 관문인 덜레스 공항(Dulles Airport) 부근이다. 10층 건물 높이의 격납고를 전시장으로 사용하고 있고 그 안에 엄청나게 많은 비행기가 있다.


  소리(초속 340m) 보다 세 배 더 빠르게 날아가는 비행기,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전략폭격기, 보통의 여객기보다 두 배나 더 빨리 날아가는 초음속 여객기를 볼 수 있다. 게다가 우주왕복선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대표적으로 열거한 것들은 모형이나 복제품이 아니다. 모두 진품이며 우주왕복선은 실제 우주를 다녀온 바로 그 비행기이다. 복제품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


사람은 이름을 남기고

  여기서 이 센터의 이름에 관해 짚고 가자. 스티븐 우드바-하지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출신 이민자로서 미국 항공업계에 종사했는데 스미스소니언이 워싱턴 디씨에 항공우주박물관을 만들 때 6천만 달러를 기부(당시 개인 기부액으로서는 사상 최고)했고 나중에 6백만 달러를 추가로 기부한 사람이다.


  그를 기리기 위해 여기의 샌틸리 건물에 그의 이름을 넣었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기고.


4개 공간으로 구분


  우드바-하지 항공우주센터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초음속의 블랙 버드로 대표되는 항공(air) 부문 전시장,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로 대표되는 우주(space) 부문 전시장, 덜레스 공항으로 진입하는 비행기가 눈 앞을 지나가는 360도 전망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맥스 극장이 그것이다.


  일단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보안검사를 하게 된다. 가방을 열어보는 정도이기에 가방이 없다면 신속 통과가 가능하다. 보안검사대 옆에 휠체어가 여러 대 준비되어 있어서 신분증을 제출하면 무료로 빌려준다. 그러니 노약자도 불편 없이 즐길 수 있다.


  보안검사대를 지나면 오른쪽에 안내소가 있는데 여기서 일단 무료 안내지도를 챙기는 것은 필수다. 전시장 곳곳에 안내도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손에 한 장 쥐고 있으면 편리하다. 안내소 옆의 복도는 아이맥스 극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이고 극장 매표소가 있다. 복도 반대편에는 기념품 가게와 맥도널드 매장이 있다. 맥도널드 출입구에도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음식은 식당 안에서만 먹어야 하고 전시장에는 음식물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10층 높이의 격납고 안에서


  안내소를 지나 스무 걸음쯤 더 걸어가면 자신이 2층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내려다보면 블랙 버드와 마주하게 되고 눈을 들면 저 멀리 왕복우주선 디스커버리호가 보인다. 거기 서서 좌우를 살펴보면 전시장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건물 10층 높이의 격납고인 이 전시장에는 B-29 전략폭격기 정도 크기의 비행기 6대가 있고 그 외에 수많은 전투기, 폭격기, 민간항공기, 헬리콥터, 글라이더, 행글라이더가 전시되어 있다. 게다가 열기구 바구니, 비행선 자료도 볼 수 있다. 전시물은 바닥에 놓여있기도 하지만 '비행기'라는 특성상 많은 전시물이 공중에 매달려 있어서 퍽 입체감이 있다.


  전시장의 비행기 중에서 특별히 관심을 끄는 비행기들은 이 글의 후반부에 따로 모아두었다.


전시장 내부 (파노라마 촬영)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뒤편의 항공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거대한 몸체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를 만난다. 여기 전시된 것은 모형이 아니라 1984년부터 2011년까지 실제로 우주를 비행하면서 133건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바로 그 실물이다.


  위성궤도에 39번이나 올랐고, 우주에서 도합 365일 있었고, 비행거리만도 2억 4천만km(1억 5천만 마일)인 이 친구를 직접 만나는 감동... 이 곳에 온 것이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본체 외부는 단열 타일을 붙여서 지구로 돌아올 때 대기권에서 발생하는 그 엄청난 열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길이 37m, 폭 24m, 높이 17m, 무게 73톤.


디스커버리호의 위용 (천장에 우주 관련 전시물 있음)
디스커버리호 자세히 알아보기


  항공 전시장에는 우주왕복선 말고도 인류 최초 달 착륙선 아폴로 11호를 생각나게 하는 여러 가지 전시물도 있고, 로켓도 있고 공중에는 세틀라이트도 여럿 매달려있다.


우주와 관련된 전시물


   항공 전시장 2층 관람로 반대편에서는 항공기 복원작업이 한창인 복원장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비행기 한 대 복원하는데 2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항공기 복원 작업장


항공관제탑


  이제는 공항의 관제탑처럼 생긴 곳(tower)을 가보자. 탑의 7층은 360도를 볼 수 있는 전망대인데 여기서는 마치 항공관제사가 된 양 사방을 살펴보자. 인근 덜레스 공항에 줄지어 이착륙하는 비행기가 탑의 양 옆 가까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승강기 안내원의 설명에 의하면 날이 맑은 날은 여기서 저 멀리 블루리지 마운틴(Blue Ridge Mountains)까지 보인다고 한다.


덜레스 공항으로 접근 중인 비행기


  6층은 항공관제 관련 전시실인데 런웨이(runway)와 택시웨이(taxiway)가 어떻게 다른지, 런웨이 번호는 1에서 36까지 있는데 그 번호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다. 항공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과 다른 표준시를 쓰는데 그게 CUT(Coordinated Universal Time)라는 것도 알 수 있다. 호기심 있는 사람만 관심을 갖겠지만.


항공 관제 관련 전시물


  이 탑으로 가려면 안내소 밑의 1층으로 내려가서 승강기를 탑승한다. 승강기는 관람객을 7층 전망대에 내려놓는데, 전망대에서 구경을 마친 후 다시 승강기를 타면 이번에는 6층에서 내려준다. 6층을 구경한 후 다시 승강기를 타면 마지막으로 2층에서 내려준다. 2층에서 관람객이 모두 내려 비게 된 승강기는 1층으로 내려가서 새로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렇게 한 방향으로 사람들을 이동시켜서 혼잡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아이맥스 영화관


  2층에서 승강기를 내리면 거기가 바로 아이맥스 영화관이다. 아이맥스, Image MAXimum의 약자이다. 인간의 눈이 볼 수 있는 그 한계치까지 보여주는 영화, 평생에 한 번쯤은 봐야 하는 영화이다. 과학영화도 있고 일반 할리우드 영화도 있다. 입장권은 신용카드로 구입할 수 있다.


무료 체험시설


  전시장 안에는 체험시설이 여럿 있다. 무료체험시설로는 세스나기 조종석 체험과 라이트 형제가 발명한 비행기의 조종 체험이 있다.


  세스나기 조종석 체험은 세스나기 실물의 조종석에 앉아서 조종간을 움직여보고 페달을 밟아봄으로써 비행기의 방향키, 보조날개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비행기가 어떻게 방향을 바꾸는지 배울 수 있다.



  라이트 형제 비행기 조종 체험은 그 옛날 라이트 형제가 만든 비행기의 조종간을 조작해보는 시뮬레이션 같은 것인데, 그 옛날의 조종간은 지금의 것과 전혀 다른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체험은 1900년대 초반의 키티 호크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안내 투어


  전시장에는 안내 투어가 있는데, 이 역시 무료다. 투어를 마쳤을 때 진심 어린 감사의 박수를 잊지 말자. 개장이 10시인데 10시 30분에 첫 투어가 시작된다. 투어에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반인데, 2시간은 넘지 않는 것 같다.

  안내는 NASA 출신, 조종사 출신 등 항공업계에 종사하다가 은퇴한 사람들이 맡는데, 자부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전체적으로는 안내하는 내용이 같겠지만 안내인마다 조금씩 내용이 다르다. 처음 가는 사람은 일찍 도착하여 일단 안내를 받아 투어를 하고 그 후에 자유롭게 살펴보는 게 좋을 듯하다. 투어를 시작하는 안내 데스크는 블랙 버드 옆에 있다.


항공부문 전시장에서 반드시 보게 되는 비행기


블랙 버드 정찰기


  잘 만든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볼 때 ‘예술이군…’이라는 생각이 들듯이 군더더기 없는 뾰족한 삼각형을 한 이 비행기를 볼 때도 같은 생각이 든다. 차가운 예술품... 이 비행기의 최고 속도는 시속 3,620km(2,250마일), 음속의 3.3배이다. 라이트 형제가 만든 비행기가 시속 8마일 정도였다는데 100년도 되지 않아시속 2,000마일을 넘었으니 참 대단한 발전이다.


  여기 전시되어 있는 블랙 버드의 마지막 비행이 1990년 3월에 있었는데, LA에서 워싱턴 디씨까지 걸린 시간이 64분 20초였다. 일반 여객기로는 다섯 시간이 걸리는 거리이다. 시속 3,418km(2,124마일). 굉장하지 않은가 말이다. 이 비행기의 길이는 32.7m, 폭은 16.9m, 높이는 5.6m.


블랙버드


B-29 전략폭격기 에놀라 게이(Enola Gay)


  이 비행기가 유명한 이유는 제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인 1945년 8월 6일에 일본 히로시마에 인류 최초의 핵폭탄인 꼬마(Little Boy)를 투하한 바로 그 비행기이기 때문이다.

길이 30.2m, 폭 43m, 높이 9m.


  비행기에 써놓은 에놀라 게이는 이 폭격기 조종사(Paul Tibbets)의 어머니 이름(Enola Gay Tibbets)이다. 


원자폭탄을 투하한 비행기



군용이 아닌 민간 여객기로 첫 음속 돌파한 콩코드(Concorde)기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이 비행기는 음속의 두 배의 속도로 비행했다. 최고 속도는 시속 2,179km(1,350마일).

1976년부터 2003년까지 대서양을 넘나들던 이 비행기의 길이는 61.7m, 폭은 25.6m, 높이는 11.3m.

이 비행기의 특징은 뾰족한 앞부분이 밑을 향하고 있다는 것, 날개가 삼각형이라는 것, 유리창이 몹시 작다는 것이다.


콩코드기 (파노라마 촬영)


일본 특공대용 자살 폭탄 비행기


  여기는 미국 비행기만 있는 것 아니라 다른 나라 비행기도 있는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의 특공대용 자살폭탄 비행기도 있다. 벚꽃의 일본어인 오카 기종인데, 비행기라기보다는 사람이 조종하는 폭탄이다.


  본체에 바퀴가 없는 것에서 알 수 있다시피 혼자서 이륙하지 못한다. 모기(母機)인 커다란 비행기에 장착되어 목표 가까이 날아간 후 모기에서 분리되어 자체 로켓 엔진으로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폭탄이다. 절대로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맹세하고 떠나는 슬픈 존재...


길이 6.9m, 폭 4.1m, 높이 1.2m.




비행기도 되고 자동차도 되고


  하늘을 날 때는 비행기였다가, 땅에 내려서는 자동차로 변환되는 에어피비언(Airphibian). 착륙 후에는 앞에 붙은 프로펠러를 떼어내고 동체를 분리한 후 앞부분으로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자동차가 되는 그런 비행기가 있다.


  장난감처럼 생겼지만 1950년에 정부 당국의 허가를 얻은 정식 비행기이다. 총길이 6.8m(자동차만은 3.8m), 폭은 10.2m(자동차 윤거는 1.8m), 높이는 2.3m(자동차는 1.5m).

최고 시속은 192km이지만 보통 160km(100마일)이고 자동차의 속도는 90km(55마일) 정도.


비행기도 되고 자동차도 되고


비행기 역사가 바뀔 뻔한 얘기


  라이트 형제가 1903년인류 최초의 비행기를 띄웠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라이트 형제가 성공하기 9일 전에 Aerodrome A라는 비행기를 띄우려 한 랭리(Samuel Langley)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시도한 곳이 워싱턴 디씨의 포토맥 강.


   만일 그가 성공했더라면 인류 최초의 공항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키티 호크가 아니라 워싱턴 디씨의 포토맥 강변이었을 것이다. 길이 16m, 폭 14.8m, 높이 3.5m의 이 비행기는 1920년 이전의 비행기만 모아놓은 전시장의 공중에 매달려있다.


인류 최초의 비행기가 될 뻔한...


  랭리의 비행기 밑에 라이트 형제가 1908년에 미국 육군의 의뢰로 만든 첫 번째 군용기 복제품이 있다. 이 비행기는 기술적 문제로 추락했고, 사상 첫 항공기 사고 사망자를 냈다. 그다음 해의 새로운 비행기는 비행에 성공했고 육군이 3만 달러에 샀는데, 이 최초의 군용기는 워싱턴 디씨의 항공우주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세계 최초의 군용 항공기(복제품)


나머지 비행기들


  이 외에도 많은 비행기들이 있다. 나머지는 직접 찾아가서 구경하기를 바라면서 몇 가지만 더 추가한다.





방문 정보


주소: 14390 Air and Space Museum Parkway, Chantilly, VA 20151

인터넷: www.airandspace.si.edu

개장 :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단, 성탄절은 휴관)

입장료 : 없음

주차료 : 있음

     - 차량 1대당 15달러 선불(30분 이내에 나가면 환불, 4시 이후에는 무료)

     - 시내버스가 다니기는 함

주요 신용카드 사용 가능 : 주차, 아이맥스 극장, 기념품 매장, 맥도널드, 유료 체험 시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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