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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총기 박물관

총이란 총은 다 집합!

막강한 로비단체 전국 총기 협회


  미국 정치에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로비 단체 중에 첫 번째는 유태인들의 단체이고 그다음이 전국 총기 협회(National Rifle Association, NRA)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수많은 총기 사고에도 불구하고 총기 규제가 잘 안 되는 것이 이 단체의 막강한 로비력을 말해준다. 이 단체의 본부는 버지니아(Virginia)주의 페어팩스(Fairfax)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 본부 건물 안에 전국 총기 박물관(National Firearms Museum)이 있다.


  워싱턴 디씨에서 I-66 고속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 보면 길가에 갈색 바탕 간판에 이 박물관의 이름이 적힌 간판을 볼 수 있다. 이 단체가 운영하는 총기 박물관은 미국 내에 세 군데(버지니아주의 페어팩스, 미주리주의 스프링필드, 뉴멕시코주의 레이톤)가 있는데 전국 총기 협회의 본부가 있는 버지니아주의 페어팩스가 가장 규모가 크다.


  총기 규제에 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각각의 견해는 나름대로의 이유를 가지고 있고 그리고 거의 절대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양보하지 않는다. 그러니 여기서 총기 규제에 관해 얘기할 생각은 없다. 워싱턴 디씨 가까이에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단체의 본부가 있고 그 본부 건물 안에 박물관이 있으므로 직접 가서 보고 자기주장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전국 총기 박물관


  총기 박물관은 워싱턴 디씨와 경계를 맞대고 있는 버지니아주에 있는데, 워싱턴 디씨에서 약 22마일(35km) 거리, 30분 남짓한 거리에 있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Fairfax County)의 웨이플스 밀 로드(Waples Mill Rd) 길가에 있는 전국총기협회 본부 건물 안에 있다. 건물을 찾아 구내로 들어서면 건물 앞 좌우측에 주차공간이 있다. 만일 이 주차장에 자리가 없으면 건물 중앙에 난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되는데 건물 뒤편에 꽤 넓은 주차장이 있다.


  건물 뒤편의 이 주차장으로 간 후 돌아서 건물을 보면 붉은색으로 NRA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전국 총기 협회(National Rifle Association, NRA)의 약자이다. 건물 앞 도로에서는 보이지 않고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야 보이는 이 단체의 이름을 보면 이들의 조심스러움을 보는 것 같다. 스스로 자부심은 있지만 그것을 외부로 드러내서 자신들에게 반감을 가진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만나고 싶지는 않은 그들의 딜레마가 아닐까 추측해봤다.



  도로에서 본부 건물을 바라보면 건물 뒤편의 주차장으로 가는 길을 중심으로 오른쪽과 왼쪽에 출입구가 있는데 박물관으로 가기 위해서는 오른쪽 건물(South Tower)의 입구로 들어간다.


입장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그냥 문을 밀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문 옆에 달린 인터컴의 단추를 눌러 건물 안의 사람과 얘기를 해야 한다. 박물관 방문이라고 하면 문을 열어준다. 들어서면 안내소를 만나는데 박물관의 입구는 그 오른쪽에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 유리벽 너머에 작은 전시공간이 있고 거기 독특한 형태의 권총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미 박물관 구경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입구와 입구에 전시된 권총


  박물관 입구는 계단을 올라 오른쪽에 있는데, 입구 앞에 지도가 있으니 이를 챙긴다. 이 박물관은 주제별로 15개의 전시관이 있고 그 안에 있는 유리 전시장의 수가 90개가 넘는다. 그리고 전시된 총은 무려 3,000정. 그러니 지도가 있어야 그나마 감을 잡을 수 있다.


전시된 총들


   그리고 이 지도는 두 장을 챙기는 것이 좋다. 보통의 지도는 위치를 나타내는 그림이 있고 그 그림 바깥에 그에 관한 설명이 있는데 여기 지도는 조금 다르다. 한 면에 지도가 있고 그 뒷면에 설명이 있다. 그러니 그림과 설명을 연결해서 보려면 종이의 앞뒤를 연신 뒤집어가며 보아야 하는데 그러자면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한 장은 지도가 있는 편을 펴고, 다른 한 장은 설명이 있는 편을 펴서 동시에 보는 게 이해가 빠르다. 그래서 이 박물관의 지도는 두 장을 챙기게 된다.


150년 역사를 가진 전국 총기 협회(1871년 창립), 20년 넘는 전국 총기 박물관(1998년 건립)


  군에 갔다 온 사람들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개인화기인 M1, 칼빈, M16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기억 말고도 많은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곳이 이 박물관인데 특히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 곳이다. 생각해보라. 미국 영화치고 총이 등장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될지.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중에 자동차가 등장하지 않는 것을 찾기 어렵듯이 총 없는 영화 역시 찾기 어려울 것이다. 각설하고 이제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자.


총기와 친숙해지도록


  박물관 내부로 들어서면 맨 처음 만나는 곳이 피터슨 전시관(Petersen Gallery)이다. 피터슨 내외의 기증품 400여 점으로 꾸며진 전시관인데, 여기서부터 이 박물관의 존재 목적이 분명해진다. 이 박물관은 교육용이 아니다. 이 박물관 최고의 목적은 사람들에게 총기가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피터슨 전시관은 그런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공간이다.


  이 전시관에는 아름다운 장식이 있는 총이 많은데 그 장식은 예술품이라 할 만큼 고급스럽다. 수집용 총인 셈이다. 그렇다 보니 여기에 있는 총은 살상용이라는 느낌보다는 예술품이라는 느낌을 준다. 게다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받은 선수가 사용했던 총도 있다. 생명을 해치는 총이 아니라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총인 것이다. 첫 번째 전시관에서부터 사람들이 총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둔 것이다.



  첫 번째 전시관뿐만 아니라 이 박물관 전체는 사람들이 총에 친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퍽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시각적으로 보기 좋게 총이 전시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각 전시품에 관한 설명이 전시물 가까이에 있는 것은 기본이고 곳곳에 설치된 터치스크린을 통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양한 모습의 전시
터치 스크린 방식의 자세한 안내


  총에 아름다운 장식을 해서 예술품의 경지에 오르게 한 것이 있는가 하면, ‘벤허’나 ‘십계’로 유명한 영화배우 찰턴 헤스톤을 등장시키기도 하고 루스벨트 대통령을 등장시켜 총과 친해지도록 꾸며놓았다.


전국 총기 협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찰턴 헤스톤


  표적물을 잘 맞추는 명사수나 총을 무척 빨리 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명사수 애니(Annie Oakley)는 총을 쏘아 남편이 물고 있는 담배를 맞춘다든지, 세로로 세워놓은 트럼프 카드를 맞춰서 반을 가른다든지 할 정도로 총을 잘 쐈다. '애니여 총을 잡아라' (Annie, Get Your Gun)이라는 이름의 뮤지컬과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전설적 총잡이 버펄로 빌(William F. "Buffalo Bill" Cody)은 쇼(Buffalo Bill's Wild West show)를 공연했는데 명사수 애니 등 여러 유명 총잡이들과 함께 공연하기도 했다. 이 사람도 영화에 나온다.


  리볼버 권총 속사의 대표인 에드 맥거번(Ed McGivern)은 20피트(6m) 밖에서 50센트 동전 5개를 맞추는데 9/20초 즉 0.5초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엄청 빠르다.


애니와 버펄로 빌
리볼버 권총 속사의 에드 맥거번


  미국 초기의 메이플라워호, 미개척지 탐험의 루이스와 크라크, 다니엘 분 이야기가 나오고,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나치 독일의 최고위 간부 헤르만 괴링의 총이 전시되어 있다.


나치 독일의 핵심 간부였던 괴링의 총


  911 당일에 비번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하다가 사망한 경찰의 권총을 전시함으로써 애국심을 표현하기도 한다. 평면적인 전시에 그치지 않고 마네킹을 이용한 디오라마도 두어 개 있다.


911 현장에서 발견된 NYPD 경찰의 권총(왼쪽)과 제2차 세계대전 디오라마


총 총 총 그리고 또 총


  이 박물관에는 무척이나 많은 총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중 몇 가지만 보기로 한다.


핸들 돌리는 개틀링 건


  1번 전시관의 A전시장에는 개틀링 건(Gatling Gun)이 있다. 핸들을 돌리면 여러 개의 총신에서 총알이 나가는 그 총 말이다. 1870년대와 1880년대 생산된 개틀링 건이 7대 전시되어 있으니 대단한 수집이다.


  영화에서 사용되었던 개틀링 건은 다른 곳에 또 있다. 그 영화에 사용되었던 개틀링 건 옆에 들소 머리를 박제한 것이 있는데 그것을 보면 들소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다양한 개틀링 건
들소 머리 박제


구식 장총


  다니엘 분(Daniel Boone, 1734-1820), 이 사람 시대에 사용했던 구식 장총(Musket)을 처음 본 것은 1960년대 말이나 1970년대 초반께 이다. 당시 동양방송(TBC)에서 디즈니랜드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몇 주에 걸쳐 다니엘 분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방영되었는데 거기서 구식 장총을 처음 보았다.


  그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상대로 가짜 주술사 노릇을 하면서 부르던 노래인 EIEIO는 무척 신기했었다. 세상에 이런 노래도 있구나 했었는데 나중에 ‘박첨지는 밭 있어 그래그래서’라는 가사가 붙어서 국내에서 불리는 것을 알았을 때 한 번 더 신기했다.


다니엘 분 시대의 장총


M1 소총


  1970년대 고등학생 시절 교련시간에 처음 만져본 총이다. 크고 무거웠던 총. 인기가 많았던 TV극 <전투(Combat)>에서 리틀 죤(Little John)이 들고 다니던 총.


   교련 시간에 정해진 시간 안에 이 총을 분해하고 다시 결합하는 것으로 시험을 봤고, 총구 끝 위에 동전을 얹어놓고 방아쇠를 당긴 후에도 동전이 떨어지지 않고 얹혀 있어야 합격하는 시험도 봤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교련 검열 때에는 눈을 가리고 분해와 결합을 하는 시범조 학생들을 따로 선발하기도 했다.


M1 소총


M16 소총


  M1 소총에 비해 한결 날렵해진 모습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온 총이다. M1이나 칼빈 소총에 익숙해진 눈으로 보았을 때 마치 장난감처럼 느껴지던 총이다


  직접 쏴보고 놀랐던 총이기도 하다. 사격장의 사대에서 표적지까지 거리가 200m 아니면 250m였는데, 그 먼 거리에서 쏘았는데 세 발 중 두 발이 표적지에 맞았다. ‘참 대단한 총이군…’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영화 속의 총


  한 전시관은 영화에 나온 총들만 모아놓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더티 해리 매그넘 포스’(1973년)에서 나온 권총,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서 등장한 저격용 장총 따위가 있었다.


  그런데 총보다는 몇 개의 영화 포스터가 눈길을 잡는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배우 시절에 주연한 영화 '법과 질서'(LAW and ORDER, 1953년), 텔레비전 <주말의 명화>에서 보았던 존 웨인의 ‘알라모 요새’(1960년) 같은 것이 그런 것이다. 그중에서 백미는 ‘바람과 라이온’. 이 영화 포스터 앞에서 그 옛날의 숀 코너리캔디스 버겐을 생각하면서 한참이나 서있었다. 1975년도 작품.


'영화 속의 총'을 주제로 한 전시실 입구
영화 포스터 : 더 마운틴 맨, 황색 리본, 아팔루사, 유마행 3시 10분발
'법과 질서'(배우 시절의 레이건 대통령이 주연)와 죤 웨인 주연의 '알라모'
아... '바람과 라이온' : 숀 코네리, 캔디스 버겐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왼쪽)와 '더티 해리' 촬영에 사용된 총
1967년 죤 웨인 주연의 영화와 1976년 크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영화에 나왔던 개틀링 건


비밀의 총들


  몰래 숨겨진 총도 있다.


  나치시대의 독일에서 만든 것은 허리띠 버클에 총이 숨겨져 있다. 필요한 때에 버클 뚜껑을 젖히면 두 개의 짧은 총신이 튀어나오고 거기서 두 발을 발사할 수 있는 그런 총이 있다.


  그 밖에도 다양한 형태로 감춰진 소형 권총들이 있다.


비밀의 총


구식 16 연발 장총


  원래 구식 장총은 한번 에 한 발만 쏠 수 있다. 그런데 1580년 경 독일에서 16발을 쏠 수 있는 구식 장총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여러 번 발사해야 하기 때문에 격발 장치도 여럿이다.



한국전 이야기


  한국전 관련 전시물도 있다.


  마네킹이 겨울 방한모와 겨울용 방한복을 입고 있다. 당시 미군들에게 1950년대 한국의 겨울 추위는 무척 고통스러웠음에 틀림없다. 이 자리를 빌어 한국전에 참전했던 미군을 비롯한 모든 유엔군 병사들에게 깊은 감사를 보낸다.


  한국전 관련 훈장과 기장이 있다. 거기에는 태극문양, 한반도 지도, 궁궐 출입문을 넣어두었다.


한국전의 방한모, 방한복(왼쪽)와 훈장/기장
훈장 확대


기념품 판매점과 위안부 기록


  온갖 종류의 총을 살펴본 후 박물관을 나서면 그 앞에 기념품 판매점이 있다. 그 안에 있는 것들도 모두 총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안에 무척 많은 책들이 있다는 것이다. 기념품 판매장의 절반이 총과 관련된 책으로 채워져 있다. 물론 이 건물 안에 예약제로 운영되는 도서관이 있기는 하다. 그 도서관의 규모는 알지 못하지만 이 판매장에 있는 책들의 양도 대단하다.


  기념품 판매점에서  그중에서 놀라운 책 하나를 발견한다. 일본병(日本兵, HEITAI)이라는 제목의 책인데 1931년-1945년 사이의 일본군이 사용한 군복, 장비, 개인용품 등을 정리한 책이다.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방대한 사진과 설명이 있어서 놀랐는데, 이 책을 쓴 사람이 스페인 사람이어서 두 번째 놀란다.


  이 책 안에 위안부에 관한 기술이 있을까 하고 들여다보았더니 역시 있다.

‘Thousands of women were sent from Korea and reduced to slavery serving in establishments such as these.’ 

고맙다. 참 대단한 저자이다.


기념품 판매점의 서가
스페인 사람이 쓴 책 '일본병'
위안부에 관한 기술이 있는 '일본병'의 420쪽


나머지 이야기


  많은 박물관이 그렇듯이 이 박물관 역시 무척이나 많은 얘기를 담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지 않은 나머지 사연은 직접 가서 살펴보기를 바란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사이에는 오후 1시에 투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안내석 부근에 협회에서 발행하는 잡지 네 가지가 비치되어 있는데 이 역시 무료이니까 관심 있는 사람은 챙기시기를.


  본부 건물 안에 전국 총기 협회가 운영하는 실내사격장이 있는데 협회 회원은 1시간 사용료가 15달러이다. 그런데 미성년자를 동반하는 경우 그 미성년자는 무료이다. 또 매주 목요일 오후부터는 여성들의 사격장 이용에 할인도 해준다. 미성년자와 여성에게 까지도 총이 친숙해지도록 하기 위해 여러모로 신경을 쓰고 있다.



방문 정보


주소 : 11250 Waples Mill Road, Fairfax, VA 22030

인터넷 : http://www.nramuseum.org/

개장 : 아침 9:3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휴관 : 성탄절 등 주요 공휴일

비용 : 입장료 없음, 주차료 없음(주차관리인 없음)

기타 : 음식물 반입할 수 없으며, 애완견 동반 안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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