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주차장 성찬식

일인분씩 포장된 성찬 용품

성찬식기독교에서 매우 의미가 큰 예전이다. 예수께서 빵과 포도주의 형태로 자신의 몸과 피를 제자들에게 내어 주시고 자신을 기념하여 이 예를 행하라고 하신 예전이다. 천주교와 성공회는 매주 성찬식을 행하고 장로회, 감리회 등은 한 달에 한 번 또는 주요 절기에 성찬식을 행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금지되면서 이 동네 모든 교회들이 교회당 예배를 중단하고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 그래서 성찬식도 중단되었다.


그러던 중 사람들이 모이는 것에 대한 제한이 조금 완화되었는데 마침 어떤 교회가 창립기념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교회는 창립기념일에, 거의 반 년째 거행하지 못했던, 성찬식교회 주차장에서 거행하기로 했다.


코로나 시대의 성찬식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정말이지 처음 해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기독교 역사에 이런 일이 있었을까 싶은 방식이다.


교회 주차장 넓이가 한정적이고 거리두기도 해야 하기 때문에 참가 신청을 사전에 받았다.


사전에 참가를 신청한 교인은 교회에 도착하여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마스크를 쓰고 진행팀 책상으로 간다. 비접촉식 체온계로 열을 잰 후 이메일로 미리 받았던 ‘지금 열 없고, 감염자와 접촉한 적 없고, 감염지역에 간 적 없고’하는 등의 내용이 적힌 건강 확인서를 제출한다. 가족당 한 장이 아니라 1인당 한 장씩 제출한다. 한 가족 안에서도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후 성찬식에 쓸 빵과 포도주스를 인원 수대로 받아서 자신의 자동차로 돌아온다. 각자 자신의 차에 앉아서 미리 교회에서 알려준 FM 주파수에 맞춰서 라디오를 켠 후 기다린다. 성찬식 진행용 FM 주파수는 교회 주차장 범위 정도만 전파가 닿고 그 밖으로는 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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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시각이 되면 FM 라디오를 통해 성찬식이 진행된다. 라디오를 통해서 진행되는 성찬식 순서에 따라 ‘빵을 드세오’라는 얘기가 나오면 각자 차 안의 모든 교인이 일제히 빵을 먹는다. 그 후 ‘포도주스를 드세요’라는 얘기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그때 모두 포도주스를 마신다.


이게 어떤 교회의 코로나 시대 주차장 성찬식의 모습이다. 이때 교인에게 배분된 빵과 포도주스1인분씩 개별 포장된 것이다. 세븐 일레븐 같은 곳에서 흔히 보게 되는 1회용 커피 크림처럼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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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쪽의 비닐을 벗기면 거기에 동전 크기의 빵이 놓여있다. 이 빵은, 제과점에서 보는 것과 같은 이스트를 넣어서 부풀린 그런 빵이 아니고, 천주교나 성공회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이 납작한 모양이다. 이 빵을 먹은 후 그 밑에 있는 알루미늄 포일을 벗긴 후 포도주스를 마신다.


일인분씩 포장된 성찬 용품, 코로나 시대를 걸어가는 중에도 성찬식을 통해 위로받고 싶어 하는 기독교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코로나 시대.

<아무렇지 않았던 일들이

사실은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때.

그리고

<아무렇지 않았던 일들>을 감사를 하게 되는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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