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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시티투어버스

써큘레이터 (Circulator)

시티투어버스 선택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그 도시 안에서 어떤 교통편을 이용할 것인지는 고민이 된다. 워싱턴 디씨도 마찬가지이다.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라면 시티투어버스를 떠올리게 된다. 워싱턴 디씨에도 빅버스(Big Bus)를 비롯한 몇 개 업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디씨 당국이 운영하는 써큘레이터(Circulator)라는 시티투어버스를 소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셔널 몰 노선의 1번 정류장과 정류장 표식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민간업체보다 월등히 저렴하다. 민간업체가 수십 불 할 때에 써큐레이터는 1달러면 된다. 


  그리고 언어문제이다. 민영 시티투어버스는 도시에 관한 이런저런 해설을 해주기 때문에 그 언어를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유용하다. 때로는 녹음된 해설이 아니라 안내원이 직접 동승해서 해설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에는 상호 의사소통을 통해 더욱 충실한 관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그 모든 게 꽝이다. (빅버스의 경우에는 우리말 통역기가 있기는 하다.) 해설을 알아듣지 못하면서 그렇게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는 없다. 우리는 영어를, 입으로는 잘 못하지만, 눈으로는 글을 그런대로 읽을 수 있다. 그러니 안내원의 해설이 없어도 관광 안내 자료를 가지고 눈치껏 버틸 수 있다.


  워싱턴 디씨의 관광은 어떤 목적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하느냐에 따라 우선순위도 달라지고 동선도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관광은 내셔널 몰(National Mall)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워싱턴 디씨 관광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관광지는 대개 내셔널 몰 주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써큘레이터를 타고 내셔널 몰 주변을 관광하더라도 큰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


내셔널 몰에 관한 이해


  여기서 잠깐 내셔널 몰(National Mall)의 몰(Mall)이라는 표현을 알아보고 가자. 우리는 ‘몰’이라는 단어를 만나면 그 즉시 ‘쇼핑 몰(Shopping Mall)’을 연상한다. 즉 몰은 쇼핑 몰의 줄인 말(몰 = 쇼핑몰)처럼 사용한다. 일상생활에서 쇼핑과 관련되지 않은 곳에서 몰이라는 단어를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워싱턴 디씨의 내셔널 몰은 쇼핑센터가 아니다. 그러니까 내셔널 몰에서 몰이라는 단어 때문에 거기 가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내셔널 몰의 일부 (사진 출처 : Pixabay)


  내셔널 몰이라는 단어는 1900년대 초반 맥밀란 계획(McMillan Plan)의 도면에도 등장하는데 미 의회 의사당 서쪽에서부터 포토맥강까지 이어지는 공간이다. 원래는 몰(Mall)은 게이트볼과 비슷해 보이는 'Pall-mall 경기'에서 출발한 단어인데 'Pall-mall을 하는 장소'로 의미가 확대된 후 나중에  ‘몰(Mall)’ ‘산책이나 놀이를 위해 조성된 공간’이라는 뜻이 되었다. 지금은 ‘공원’이라는 표현이 그중 가까울 것 같다. 실제로 현장에 가보면 몰이 가게와는 아무 상관없고 공원이라는 의미가 잘 다가온다.


  각설하고 이 내셔널 몰의 모습을 이해하려면 몰의 동서남북 그 끝에 있는 건물을 생각하면 좋다. 동쪽의회 의사당, 서쪽링컨 기념관, 남쪽제퍼슨 기념관, 북쪽백악관(화이트 하우스)이 있다. 그래서 링컨이 의회 의상을 바라보고, 제퍼슨이 백악관을 바라보면서 의회와 대통령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얘기들 한다.


  워싱턴 디씨 관광의 첫 발자국을 내딛게 되는 이 내셔널 몰은 무척 넓다. 걸어 다니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워싱턴 디씨 정부가 운영하는 시티투어버스인 써큘레이터를 소개하는 것이다. 


써큘레이터 이용 방법


  이 버스는 가장 큰 장점은 요금이 싸다는 것이다. 1달러이다. 노약자는 50센트이고 5살 미만은 무료(단 차비 지불한 성인이 동반하는 경우)이다.


  승객은 운전기사 옆에 있는 요금함에 직접 투입한다. 단 운전기사는 거스름돈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금액을 준비해야 한다.



  워싱턴 디씨 부근에 아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스마트 트립 카드(SmartTrip® Card)라고 불리는 교통카드가 있다면 그것을 빌려서 사용하면 더욱 절약이 된다. 이 카드를 사용하여 탑승 후 2시간 이내에 다시 타면 요금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교통카드는 써큐레이터뿐만 아니라 워싱턴 디씨의 전철과 버스를 탈 때에도 사용할 수 있고, 환승의 경우에 다음 교통편 이용할 때 할인도 된다. 아는 사람이 없으면 가까운 전철역(Metrorail station)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 교통카드를 기념품으로 삼을 수도 있다.


  운행간격은 10분이 원칙이지만 현지 교통 사정에 따라 다소 신축적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정류장 표식은 어딜 가도 같다.


정류장 표식과 버스 내부


  탈 때에는 운전기사가 있는 앞문으로 타고, 내릴 때에는 버스 옆구리에 있는 뒷문으로 내린다. 내릴 때에는 버스 안 곳곳에 설치된 을 누른다.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장치가 있고 노약자석이 있다. 와이파이가 가능하고 전화기를 충전할 수도 있다.


전화기 충전용 포트(왼쪽)와 휠체어운반 장치


5개나 되는 노선 중 내셔널 몰 노선


  써큐레이터는 모두 5개의 노선이 있다. 가장 중요한 내셔널 몰 노선을 아래에 적어 놓았다. 보면 알겠지만 워싱턴 디씨의 어지간한 관광지는 모두 가볼 수 있다. 


NATIONAL MALL ROUTE (내셔널 몰 노선)


1. Union Station (유니온역) 

2. National Gallery of Art (국립 미술관)

3. National Gallery of Art Sculpture Garden (국립 미술관 야외 조각 정원)

4. 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 / National Museum of Nature History (국립 미국 역사 박물관 / 국립 자연 역사 박물관)

5. Washington Monument / 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 (워싱턴 기념탑 / 국립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 및 문화 박물관)

6. Holocaust Memorial Museum / Bureau of Engraving and Printing (유태인 대학살 추모 박물관 / 조폐국)

7. Thomas Jefferson Memorial (토마스 제퍼슨 기념과)

8. Martin Luther King, Jr. Memorial / Franklin Delano Roosevelt Memorial (마틴 루터 킹 2세 기념 공원 / 프랭클린 루스벨트 기념 공원)

9. Lincoln Memorial / Korean War Veterans Memorial (링컨 기념관 /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 공원)

10. Vietnam Veterans Memorial (월남전 참전용사 기념 공원)

11. World War II Memorial / Constitution Gardens (제2차 세계 대전 기념공원 / 헌정 정원)

12. Washington Monument / 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 (워싱턴 기념탑 / 국립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 및 문화 박물관)

13. Smithsonian Visitor Center (스미스소니언 안내소)

14. 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 Hirshhorn Museum and Sculpture Garden (국립 항공 우주 박물관 / 허쉬혼 미술관과 야외 조각 공원)

15. United States Capitol / U.S. Botanic Garden / National Museum of the American Indian (미 의회 의사당 / 국립 식물원 / 국립 미국 인디언 박물관)


내셔널 몰 코스가 8자 형태인 이유


써큘레이터의 모든 노선은 순환하는 노선이다. 즉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래서 중간에 내렸던 그 장소에서 다시 타서 가던 길을 더 갈 수 있다.


  그런데 내셔널 몰 노선이 순환은 원의 형태가 아니고 8의 형태이다. 즉 노선 중 어느 한 곳은 겹친다는 뜻이다. 여기서 '겹친다'는 것은 '같은 정류장'이라는 뜻이 아니고 '매우 가까운 곳에 정류장이 있다'는 뜻이다. 순환 중에 환승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워싱턴 기념탑(Washington Monument) 부근에 있는 5번 정류장과 12번 정류장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두 정류장은 같은 이름을 쓰지만 2-3분 걸어야 하는 거리에 있다. 이렇게 5번 정류장과 12번 정류장을 가까이 둔 이유는 방향 전환을 신속하게 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면 1번 정류장인 유니온역에서 출발한 승객이 4번의 역사 박물관을 간 후 다시 유니온역으로 돌아오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중간 환승이 없다면 이 승객은 4번 정류장에서 출발해서 5번 정류장부터 15번 정류장을 모두 거친 후에야 1번 정류장인 유니온역으로 돌아오게 된다. 즉 11개 정류장을 거쳐야 1번 정류장으로 돌아오는데 이것을 줄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코스를 8자 모양으로 한 것이다. 즉 이 승객은 4번 정류장에서 버스를 탄 후 5번 정류장에서 내린 후 조금 걸어서 12번 정류장에서 갈아탄다. 이렇게 되면 불과 4개 정류장만 거치면 1번 정류장인 유니온역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1개 정류장과 4개 정류장의 차이는 코스를 8자 모양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나머지 이야기


  사실 써큘레이터는 시티투어버스가 아니다. 원래는 워싱턴 디씨 주민을 위해 시 당국이 운영하는 버스이다. 말하자면 시영(市營) 버스인데 관광객이 이용하는 것뿐이다. 


인터넷 주소 : https ://www.dccirculat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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