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핀이 말을 하다니
어떤 장단기 숙박업소 로비에 있는 커피머신 옆에 세워진 작은 칠판이다.
There are two muffins baking in the oven.
One muffin says to the other.
“Phew, is it getting hot in here or is it just me?”
The other muffin says “Ahhh a talking muffin!”
오븐에서 구워지고 있는 머핀 둘이 있었다.
하나가 다른 하나에게 말했다.
“휴, 여기 점점 더워지고 있지 않아요? 나만 그런가?”
다른 머핀이 말했다. “으악! 말하는 머핀이닷!”
짧은 글이지만 번역이라는 관점에서는 만만하지 않았다.
먼저 시제에 관한 이야기.
영문에서는 시제가 현재이다.
그렇다면 우리말로 옮길 때에도 현재형으로 옮겨야 하나?
오븐에서 구워지고 있는 머핀 둘이 있다.
하나가 다른 하나에게 말한다.
“휴, 여기 점점 더워지고 있지 않아요?
나만 그런가?”
다른 머핀이 말한다.
“으악! 말하는 머핀이닷!”
현재형으로 옮긴 이 문장이 우리에게 자연스러운가?
과거형으로 옮긴 것을 다시 본다.
오븐에서 구워지고 있는 머핀 둘이 있었다.
하나가 다른 하나에게 말했다.
“휴, 여기 점점 더워지고 있지 않아요? 나만 그런가?”
다른 머핀이 말했다.
“으악! 말하는 머핀이닷!”
문법적으로는 과거형이지만 이해는 현재형으로 할 수 있는 문장이다.
나만 그런가?......
다음은 주부와 술부의 순서.
다른 얘기 하나 하고 가자.
먼저 문장 하나.
<어제 오후에 남대문 시장에 갔다가 예쁜 그릇이 보이기에 하나 샀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순서이다.
게다가 주어가 없다.
없는 게 아니라 생략된 것이지만.
주어를 넣더라도 그 주어가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하나가 아니다.
<(나는) 어제 오후에 남대문 시장에 갔다가 예쁜 그릇이 보이기에 하나 샀다.>
<어제 오후에 (나는) 남대문 시장에 갔다가 예쁜 그릇이 보이기에 하나 샀다.>
<어제 오후에 남대문 시장에 갔다가 (나는) 예쁜 그릇이 보이기에 하나 샀다.>
<어제 오후에 남대문 시장에 갔다가 예쁜 그릇이 보이기에 (나는) 하나 샀다.>
영어는, 뭔가 특별히 강조할 것이 아니라면, 주어가 앞에 나온다.
<I bought>하고 난 후에 다른 단어들이 붙는다.
첫 문장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한다.
There are two muffins baking in the oven.
이 문장의 일반적인 번역은 이리될 것 같다.
<두 머핀이 오븐에서 구워지고 있었다.>
주부가 먼저 나오는 번역이다.
나는 의도적으로 주부를 앞에 두는 번역은 피한다.
그래서 결과는
<오븐에서 구워지고 있는 머핀 둘이 있었다.>
“Ahhh a talking muffin!”
이 문장에서 제일 많이 망설였다.
먼저 <a talking muffin!>에 대하여.
여러 번역 중에서 두 가지로 압축해 놓고는 서성거렸다.
말하는 머핀이닷!
머핀이 말을 하다니!
그게 그것 같지만 전체 글 속에서 어느 것이 더 자연스러운가가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람들이, 의식을 하든 그렇지 않든, 영어 어순에 익숙해져 있기에 첫 번째 번역으로 결정했다.
두 번째의 <머핀이 말을 하다니!>에서도 단어 하나를 추가할지 뺄지를 놓고 저울질을 했었다.
머핀이 말을 하다니!
머핀이 말을 다 하다니!
그다음은 이 글 속에서 이 문장이 갖는 의미이다.
맨 처음 떠오르는 생각은 글자 그대로
'세상에... 머핀이 말을 하다니... 머핀이 어떻게 말을 다 할 수가 있어?...'
즉 사람이 아닌 존재가 말을 하기에 놀란다는 것이다.
다른 한 생각은
'읔... 너는 말이라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의미이다.
앞에서 baking, oven, hot이라는 단어를 미리 깔아 두었기에
'나는 뜨거워서 말 조차 할 수 없는데
너는 그래도 말은 할 수 있네?
나보다 덜 뜨거운 모양이구나...'
라는 의미로 번역할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는 이에게 도움을 청했다.
미국인과 결혼해서 초등학생인 딸 하나 아들 둘을 둔 애기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그의 대답은 <ooo가 말을 한다...>라고 말하면서 놀라는 것은 미국에서 흔히 있는 농담이라는 것이었다.
강아지 한 마리가 좀 젠체하는 말을 하자 곁에 있던 강아지가 '강아지가 말을 하다니...'라면서 놀라는 농담을 본 적이 있다면서 그와 비슷한 뜻을 가진 예를 보내왔다.
그래서 그냥 '와... 말하는 머핀이 여기 있네...'라고 번역하는 것으로 했다.
다만 문장에 느낌표(!)가 있으므로 좀 더 강력한 표현으로 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으악! 말하는 머핀이닷!'이다.
꼴랑 문장 네 개 번역하면서 무슨 생각이 이렇게나 많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