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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 수집가를 위한 무료 카탈로그

미 우정국(USPS) 발행

어느 여름날,  머리카락이 너무 길어서,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미용학원에 들렀다.

가위를 들고 머리카락을 자르던, 나이 50은 되어 보이는, 학원생이 내가 입은 우체국 근무복을 보면서 물었다.

“우체국에 근무하시나 봐요?”

“예, 그렇습니다.”

“뭐 한 가지 여쭤볼게요.

한국에 있을 때부터 우표수집을 했는데요,

미국에서도 우표수집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표수집을 어떻게 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네요…

미국에서는 우표수집을 어떻게 하나요?”


그때 ‘미국 우정국에서 발행하는 정기간행물이 있다’고 얘기하려는 데 그 책자 이름이 아무리 해도 생각나지 않아서 알려주지 못했다.

몹시 미안했다.




이 책이다.

PHILATELIC.

휘러텔릭.

우표를 수집하는, 우표 연구의.



미 우정국(USPS, United States Postal Service)이 발행하는 카탈로그.

1년에 네 차례 분기별로 발행되는 정기간행물이다.

미국에서 우표수집에 관심이 있거나 또는 미국 우표에 관심 있다면 반드시 봐야 할 정기간행물이다.


가장 좋은 점은 <무료>라는 점이다.

심지어 <우송료도 무료>다.

미국에는 공짜가 없다(No Free in America)는데 말이다.




우표.

그 조그마한 종이 안에 그 시대 그 사회의 문화를 이해하는 단초가 있다.

우표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1/4분기 발행분에 실린 인물 10명을 예로 든다.



이 10명 중에 아는 사람은 누구인가?

미국 대통령을 지낸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

다음은 골프 선수를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고, 문학에 대해 조금 안다면 여기 있는 시인 이름쯤은 들어봤을지도 모른다.

그럼 나머지 일곱은?


우표에 등장하는 그 나머지 일곱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미국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예컨대 흑인 네 명을 넣은 우표를 보면서

'아 맞아...

매년 2월이 흑인 역사의 달(Black History Month)이지...'

하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우표에 아무나 얼굴을 비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틀 모(Little Mo).

리틀 모는 테니스 선수인 모린 커널리(Maureen Connolly)를 말하는데 그의 키가 5피트 5인치(약 165cm)였기에 '리틀'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리틀 모가 우표에 등장하는 것은 1953년 한 해에 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미국 오픈의 단식을 모두 석권한 그러니까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였기 때문이다.

미국 선수치고는 작은 키에 속하는 이 여성이 말이다.

(마리아 샤라포바 188cm, 비너스 윌리암스 185cm, 세레나 윌리암스 175cm,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173cm, 빌리 진 킹 164cm)

한 해 전인 1952년에는 테니스 랭킹 No.1이었다. 


이렇게 우표라는 조그마한 종이조각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이 카탈로그는 인터넷 우정국 홈페이지(www.usps.com)에서도 볼 수 있다.

pdf파일로 제공된다.


https://www.usps.com/stamp-collecting/assets/pdf/usa_philatelic_catalog.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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