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성격이 직선적인 사람을 만나다

세상에는 별 사람이 다 있다

이 동네에 55세 이상의 한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평생교육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인교회가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직전이었는데 그 프로그램 중에 하모니카반이 있기에 초급반에 신청했다. 개강 첫날이 되어서 하모니카 초급반 교실을 찾아갔더니 거기에 중급반과 고급반 사람 몇이 있었다. 그중에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나이 70은 넘어 보이는 자그마한 체구의 여자분이었는데 엉덩이를 의자 앞쪽 끝에 대고 반은 눕다시피 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그렇게 앉아있으면서 턱을 살짝 치켜들어서 앞에 있는 사람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듯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눈에 띄지 않을래야 띄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수강 첫날에 교실에 들어서서 미처 자리에 앉기도 전에 초면인 내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그 질문은 아직 담당 강사와도 제대로 인사를 나누기 전인 내게 대놓고 할 만한 질문은 아니었다.

질문에 대해 매우 간단하게 대답하였는데 그 짧은 대답에 스며 있는 내 불쾌감이 전달되었는지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 내가 성격이 직선적이라 그러니까 이해하세요."

'아 예...'라고 대답은 했지만,

‘자신의 성격이 직선적이니까 내가 이해해야 한다’는 그의 말이 몹시 우스웠다.


‘자신의 성격이 직선적이라 그러니까 상대방이 이해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이렇게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 나의 ‘직선적 성격’(이라고 써놓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해대는 성격’이라고 읽는다)에 기인한 행동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끼는 것을 나도 안다

- 그런데 나는 내 성격과 행동을 고칠 생각 없으니까 주위 사람들이 그 불쾌감을 받아들여야 한다. 당신도 그 불쾌감을 받아들여한다.




자신의 직선적 성격 운운하는 그의 얘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아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하고 생각했다.

아니 그걸 왜 내가 이해하고 내 불쾌감을 수용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 후로는 그 사람과 말을 섞지 않았다. 어쩌다 멀리서 보이면 멀리서부터 피해 갔다.


생각해보라.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막무가내식 그의 행동 때문에 발생한 불쾌감을 왜 내가 이해해야 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의 그 ‘직선적 성격’과 타인에게 불쾌감을 유발하는 그의 행동에 문제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가 그런 성격과 행동을 교정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게 아닌가 말이다.

고쳐야 할 문제가 자신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타인에게 희생을 짐짓 떠넘기는 이런 사람은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사실 살다 보면 아주 가끔은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된다.

문제는 자신에게 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주위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사람 말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되면 항상 기분이 불쾌해진다.

세상에는 별 사람이 다 있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뒤끝이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