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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일, 복수의 최고 득표자 처리

미국 들여다보기 - 19

    우리는 수요일에 선거를 한다. 법으로 정해져 있다. 법으로 정하기 전에는 집권자 측에서 이리저리 계산을 한 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선거일을 정했기 때문에 공정성 시비가 발생했다. 유명 역술인에게서 선거일을 받아온다는 소문도 있었다. 처음에는 목요일에 선거를 하는 것으로 정했다가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수요일로 바뀌었다.


  선거일을 정할 때 월요일이나 토요일은 처음부터 논외가 된다. 월요일이나 금요일로 선거일을 잡으면, 투표를 하지 않고 투표일과 일요일이 이어지는 연휴를 즐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화요일이나 목요일도 조금 꺼려진다. 화요일의 경우에는 그 전날인 월요일에 월차를 내는 방법 등으로 휴가를 내면 토-일-월-화의 연휴를 만들 수 있어서 투표율이 떨어진다. 목요일도 마찬가지인데 목요일에 휴가를 내면 목-금-토-일의 연휴가 만들어져서 역시 투표율이 떨어진다. 그래서 연휴를 만들기 어렵도록 수요일에 선거를 한다.


  미국? 미국은 선거를 화요일에 한다. 11월 첫 번째 화요일. 화요일에 투표를 한다면 월요일에 휴가를 신청해서 토-일-월-화로 이어지는 연휴가 되어서 투표율이 떨어질 것 같은데, 그건 그렇지 않다. 미국은 선거하는 날이 휴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한다고 노는 게 아니다. 그러니 화요일에 선거를 한다고 해도 연휴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복수의 최고 득표자 처리. 선거 후 개표를 했더니 최고 득표자가 두 사람 이상일 때도 있다. 이럴 때에 누가 당선된 것으로 할 것인지도 우리 법으로 정해져 있다.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는 ‘연장자’가 당선된다. 즉 후보자 중에서 나이가 많은 사람이 당선자가 된다는 뜻이다. 나이가 벼슬이냐고 항의하지 말자. 그저 우리의 미풍양속이라고 생각하자. 다만 대통령 선거는 국회에서 표결로 최종 당선자를 결정한다.


  미국은 최고 득표자가 두 사람 이상일 경우 ‘연장자’를 당선자로 결정하지 않는다. 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 인종이나 성별을 기준으로 차별할 수 없듯이 나이를 기준으로 해서 차별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 2017년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 선거구 하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의 득표수가 같게 나왔다. 버지니아 주법에 따라 ‘추첨’(by lot)으로 당선자를 결정했다. 나이가 아니고. 필름통 두 개에 두 사람 이름을 적은 종이를 각각 넣은 후 큰 그릇에 담아놓고 버지니아주 선거관리위원장이 그중 하나의 필름통을 뽑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아닌 게 아니라 고대 아테네에서는 추첨을 통해 많은 공직자를 선출했다고 한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책 <정치학>에서 ‘선거는 귀족적, 추첨은 민주적’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성경에서도 제비뽑기 얘기가 여러 번 나오는데,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옷을 나누어가질 때에도 제비를 뽑았고, 예수의 12 사도 중 배반자 유다를 대신할 사람을 선택할 때에도 제비를 뽑았다. 구약에도 제비뽑기가 여러 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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