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멋스러운 이름이라니
고등학교 시절 이후로 자주 경복궁에 갔었다.
고건축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참 아름다운 궁이라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무엇보다도 동쪽에 있는 문과 서쪽에 있는 문의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갈 때마다 그 이름을 생각했다.
동쪽문은 건춘문(建春門),
서쪽문은 영추문(迎秋門).
동쪽은 봄,
서쪽은 가을.
동쪽 문으로 봄이 들어오고,
서쪽 문으로 가을이 들어오고.
그저
동쪽에 있으니 '동문',
서쪽에 있으니 '서문'
이라고 할 수도 있으련만
봄과 가을을 넣어 이름을 지었다.
멋지지 않은가 말이다.
문 이름 짓는데도 멋이 넘친다.
어디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동쪽에 있다고 해서 '동면',
서쪽에 있다고 해서 '서면',
남쪽에 있다고 해서 '남면',
북쪽에 있다고 해서 '북면'
이라고 지명을 붙인 곳이 있다.
그 삭막함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