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결혼 40주년

“여보, 여기 좀 나와봐.”

출근 준비를 모두 마친 후 부엌에 있던 아내를 거실로 불렀다.

“왜?”

“아, 맞절하려고.”

“설도 지났는데 무슨……”


미국 도착 후 달라진 것 중 하나는

설 아침에 맞절하는 것이다.

매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거의 매년 하는 편이다.


미국땅에서는

설이라고 해서 일을 쉬는 것이 아니므로

설이 설 같지 않지만

서로 맞절하면서 덕담을 건네는 것이

우리 부부의 설 아침 풍경이다.


그런데 그날은 설을 지난 지 며칠 되었으니

아내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아니,

결혼 40주년이라서.”

“어,

벌써 40년이야?”


그렇게

결혼 40주년이 된 아침에

우리 부부는 맞절을 하면서

서로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선물도 없고

외식도 없이

그렇게 결혼 40주년이 되는 날이 지나갔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결혼 40주년을 맞아 그날 우리가 ‘맞절을 했다는 기억'만은 남을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남는 것은

기억

그 하나가 될 것이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