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은 빗나가기 마련이다

완벽한 계획표의 환상

by 채박사

나는 계획 세우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예전 시험공부할 때가 그랬다. 주단위 계획을 세우고, 6시부터 9시까지는 수학, 9시부터 12시까지는 영어. 페이지까지 쪼개서 완벽한 스케줄을 짰다. 물론 그대로 된 적은 거의 없었다. 어느 과목은 예상보다 오래 걸렸고, 어느 날은 집중이 안 됐고, 갑자기 다른 일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계획표를 만드는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통제 가능하다고 믿었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 깨우기 전에 빨래를 돌리고, 아침 먹이고 나면 식기세척기를 돌리고, 등교 전에 빨래를 건조기에 넣으면 완벽하겠다고 생각했다. 머릿속으로는 모든 타이밍이 딱딱 맞아떨어졌다. 그런데 빨래 시간을 잘못 계산했는지, 나가기 전에 세탁이 끝나지 않았다. 결국 아이들 학교 보낸 후 다시 집에 와서 건조기를 돌리고 출근했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계획한 대로 세상은 돌아가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세상은 내 예측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항상 다양한 변수가 있고, 그것을 나는 알 수 없다. 갑자기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원래는 막히지 않던 시간에 고속도로가 막힐 수도 있고, 컨디션이 안 좋을 수도 있다.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고, 빨래 시간이 생각보다 길 수도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변수 투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끔 오만하게도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획대로 흘러갈 것이라고 믿는다. 마치 내가 세상의 시나리오 작가라도 된 것처럼. 그리고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과 맞닥뜨린 후 절망한다. 후회한다. 내가 뭘 잘못했나 되짚어본다.


하지만 잘못한 게 아니다. 그냥 세상이 원래 그런 것이다.


계획은 여전히 필요하다. 방향을 잡아주고, 무엇이 중요한지 알려주고, 하루를 조금 더 의도적으로 살게 해준다. 다만 그것이 반드시 이루어질 거라고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계획은 지도일 뿐이다. 길을 안내할 뿐, 도착을 보장하지 않는다.


결국 답은 간단하다. 계획은 세우되, 집착하지 않는 것. 최선을 다하되, 완벽을 기대하지 않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것.


오늘 할 일 목록을 다 지우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게 아니다. 빨래를 계획대로 돌리지 못했다고 해서 하루를 망친 게 아니다. 그냥 열심히 살아가면 된다. 계획은 빗나가기 마련이고, 그게 인생이니까.


Screenshot 2025-11-07 at 11.08.12 AM.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AI가 코드를 짜는 시대, 인간은 세상을 설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