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저렇게 코드를 짰을까?
요즘 한국 증권사나 은행 웹사이트에 접속할 일이 생겼다. 정말 오랜만이라 ‘요즘은 좀 나아졌겠지’ 기대했는데… 솔직히 말해서 깜짝 놀랐다. 아니, 실망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한때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내세웠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건 인터넷 속도 얘기였다. 정작 시스템의 완성도나 표준화 수준은 참담했다.
그 시절엔 국민 대부분이 윈도우를 썼고, 그 틈을 타 악명 높은 액티브액스(ActiveX)가 금융권을 완전히 점령했다.
뭔가 하나만 구매해도 30분 가까이 ‘보안 모듈’이니 뭐니 깔아야 했고, 오류 나면 다시 깔고, 다시 껐다 켰다 반복이었다.
보안은 강화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취약했고, 시스템 성능은 떨어지고, 글로벌 표준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건 한국 사용자만의 고통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건… 2025년에도 여전히 비슷하다는 점이다.
토스, 카카오뱅크, 업비트처럼 자체적으로 새롭게 설계된 몇몇 서비스는 예외다. 이런 곳은 아이디와 비밀번호 또는 간단한 인증만으로 모든 게 끝난다. 깔끔하고 직관적이다.
반면 기존의 은행과 증권사 사이트들은 여전히 설치해야 할 프로그램이 수두룩하다.
파수, 보안 모듈, 키보드 보안, 브라우저 확장… 하나 설치하면 또 다른 걸 요구한다. 무엇보다 이런 것들이 PC 성능까지 떨어뜨린다.
도대체 왜 아직도 이렇게 설계되어 있는 걸까?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은행 사이트를 이용할 때는 정말 단순하다.
아이디, 패스워드, 필요하면 MFA(2단계 인증) 정도면 충분하다. 설치 같은 건 없다. 모든 게 웹 표준 안에서 처리된다.
게다가 PC와 모바일의 기능 차이도 거의 없다. 반면 한국 금융 시스템은 여전히 모바일과 PC를 따로 설계하고, PC 쪽은 10년 전 감성에 갇혀 있는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기술적으로 웹 표준 기반으로도 충분히 안전하고 빠른 인증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과거의 관성에 붙잡혀 있다.
“우리가 항상 이렇게 해왔으니까.”
이 한 문장이 이 답답한 현실의 핵심일지도 모른다.
결국 이런 구태의연한 시스템의 피해는 고스란히 사용자에게 돌아간다.
쓸데없는 설치 프로그램에 시간 낭비하고, PC는 느려지고, 보안은 실효성도 없는 경우가 많다.
빠른 인터넷 속도만으론 ‘인터넷 강국’이라 부를 수 없다.
진짜 강국이라면, 사용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인터넷 기술이 발달해도 사람의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시스템은 제자리걸음이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금융 IT 생태계가 과거의 유산을 버리고 진짜 ‘표준화된 미래’로 나아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