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라는 고리
딸 친구네 가족과 점심 약속을 하고 동네 마트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우리 부부는 몰 안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아내가 갑자기 물었다.
"혹시 고피 교수님 아니야?"
고개를 돌리니, 바로 옆 벤치에 박사 과정 지도교수님이셨던 고피 교수님이 앉아 계셨다. 믿기지 않아 다시 한번 쳐다봤다. 맞다. 교수님이셨다!
앞으로 가서 반갑게 인사를 드렸다. 교수님도 나를 보시며 웃으셨다. 아무리 봐도 나 같은데, 한국에 있을 거라 생각해서 다른 사람이라고 여기고 계셨다고 하셨다.
박사 과정 동안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던 교수님이다. 특히 졸업할 수 있도록 끝까지 이끌어주셨던 분이기에, 미국에 올 때마다 꼭 인사를 드렸었다. 이번에 정착한 후에도 곧 연락드려야지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될 줄이야.
교수님뿐만 아니라 사모님(역시 교수님이시다)도 뵙고, 두 따님도 만났다. 너무나 반가웠다. 교수님은 앞으로 자주 보자고 하시며, "다들 공부 마치고 나면 다른 곳으로 떠나서 너무 아쉽다"고 하셨다. 나는 이번엔 정말 자주 뵙겠다고 약속드렸다. 연구실도 언제든 방문하라고, 아이들도 데리고 오라고 하셨다.
아무리 세상이 넓다 해도,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나 보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우연히 마주칠 확률이 얼마나 될까? 같은 동네에 산다 해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렇게 만나다니. 정말 꿈만 같았다.
지난주에는 한국에서 지인 가족이 놀러 왔고, 또 다른 친구가 방문하면서 연락이 끊겼던 가족들과도 다시 연결되어 다음 주 저녁 약속까지 잡았다. 평소엔 잘 안 가던 시간에 코스트코에 갔다가 예전에 친하게 지내던 가족도 우연히 만났다.
정말,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사실 마음 한편에 빚 같은 게 있었다. 그동안 연락을 자주 못 해서 미안한 마음, 혹시 연락해도 반갑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그런데 막상 만나면 모두 흔쾌히 악수하고 안아주고, 같이 보자며 초대해 주신다.
사람들이 얼마나 따뜻한지, 내가 얼마나 복받은 사람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