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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무비 - 우리는 상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by 강토리

(드라마에 대한 스포일러가 들어있습니다. 참고 부탁드리겠습니다.)


멜로무비를 봤다. 박보영 주연에 각본도 '그해 우리는'의 작가가 썼다는 걸 들었던 터라 기대하고 있던 작품이었다. 다 보고 난 뒤 감상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예상했던 맛이지만 예상보다 더 맛있다.」


멜로무비는 김무비와 고겸이 만나고, 관계가 깊어질 때쯤 고겸이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헤어짐과 재회 그 일련의 과정을 풀어내는 드라마인데, 나는 이 드라마의 '멜로'라는 부분보다 다른 부분이 더 눈에 들어왔다.



[상실, 우리는 항상 잃어간다]

멜로무비는 '상실'이라는 키워드를 깊게 다루고 있다. 멜로와 상실? 뭔가 참 멀게 느껴지는 단어이지만

멜로무비는 가벼운 멜로드라마로 훨훨 날아가기보다는 무거움을 한 스푼 얹고 싶었던 것 같다.


극 중 주조연들은 모두 '상실'의 아픔을 겪는다. 김무비는 어릴 적 아버지를 잃었다. 고겸은 사랑하는 형을 잃었다. 홍시준과 손주아는 사랑하는 연인을 잃었다. 고준은 삶의 의미를 잃었다.


우리는 매일 상실을 겪고 항상 무언가 잃어간다. 우리의 수명은 매일 줄어들고 있으며, 크고 작은 것들이 매일 사라진다. 그게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말이다. 그렇기에 이 상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멜로무비는 상실의 아픔을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특히 고겸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는데, 고겸은 형을 잃고서 방황하기 시작한다. 고겸에게 형은 어찌 보면 삶의 전부이기도 했다. 자신을 키워준 부모임과 동시에 자신과 모든 걸 공유하는 친구와 같은 존재였다. 그런 존재가 한순간 사라졌으니 상실의 아픔은 더할 나위 없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고겸은 김무비를 비롯한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상실의 아픔을 충분히 아파한 뒤 형을 보내주게 된다. 마지막에 비디오테이프를 모두 팔고, 더 이상 영화를 보지 않게 되는데 이는 형이라는 존재 = 영화라고 생각하면 가장 쉽게 이해된다. 형과 함께할 수 있었기에 영화가 의미가 있었던 것이고, 형이 없어진 지금은 더 이상 영화가 그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영화평론가를 하며 업으로 삼을 만큼 영화광이었던 고겸이 영화를 멀리하게 되는 것은 상실의 아픔을 겪는 과정이며, 더 이상 영화가 재미없어진 시점에서 그는 형을 완전히 떠나보낼 수 있었다.


그렇다. 멜로무비는 상실의 아픔을 급하게 잊으려 하지 말고 충분히 느끼고 아파한 뒤 보내주라고 한다. 홍시준과 손주아 역시 같은 맥락이다. 홍시준은 7주년이 되던 날 갑작스레 이별을 통보받는다. 그에게는 충분히 아파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반면 손주아는 홍시준을 뒷바라지하며 자기 자신을 잃어가고 있음을 계속 느낀다. 그때부터 조금씩 조금씩 이별의 준비를 해간다. 그게 7주년에 터진 것뿐이고.


홍시준은 그렇게 7주년 밤에 멈춰버린다. 상실의 아픔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으니까. 그렇게 5년이 지난 뒤 손주아와 다시 만나며 그제야 이별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충분히 느끼고 아파한 뒤 홍시준 역시 손주아를 떠나보내줄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상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우리는 상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나는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가를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상처 뒤에는 새살이 돋기 마련이다. 하지만 상처가 심하다면 소독을 해야 하고, 소독을 하지 않으면 상처가 곪아버릴 수도 있다. 상실의 아픔이 우리를 삼켜버리기 전에, 우리는 그 아픔을 충분히 느끼고 나아질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때론 상실의 아픔을 피하고 싶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좋은 방법일까? 항상 단 것만 삼키고 쓴 건 뱉을 수 없는 법이다. 아픔을 마주하고 극복하고 앞으로 일보전진하는 것. 아픔 속에서 무언가를 실천할 원동력을 얻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도 저마다의 아픔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아픔이 여러분을 너무 아프게 하지 않길 바라며,

또 내일은 조금이나마 더 나은 하루가 되길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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