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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오스 이비 Nov 01. 2021

난독

하고 싶은 일 찾기

“이번 주에도 너희들 도서관 갈거니?”

“응!”

“언제 갈 건데?”

“토요일!”

“그럼 엄마 아빠는 그 시간에 마트에서 장 봐야겠다. 토요일은 공영주차장 돈 받거든.”


나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 길 바란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야 한다. 나는 그 방법 중에 가장 좋은 방법이 난독(亂讀)이라고 생각한다. 난독이란 말 그대로 아무 책이나 그냥 막 보는 것을 말한다. 겉표지를 보고 책 제목을 보고 끌리는 책을 집어 보는. 물론 읽어 보다 재미없으면 다시 덮고 원래 있던 곳에 놓으면 된다. 마치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나 시간 때울 때 책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가끔 나는 시간 날 때 서점에 간다. 아무 계획 없이 서점에 가서 고른 책들 중에 재미있게 읽은 책, 기억에 남는 책이 많았다. 대표적인 책이 엘리 골드렛, 제프 콕스의 ≪The Goal≫이었다. 서점에서 만난 선배가 책 한 권 사준다고 해 가판대에서 급하게 제목과 표지만 보고 골랐던 책. 그 책이 어쩌면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지 모른다. 프로젝트 관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프로세스에 관심을 가졌으니. 어쨌거나 난독을 하기 위해서는 책이 많은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야 한다. 그리고 그 많은 책들 중에서 관심 가는 흥미를 끄는 책을 집어 펴보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늦지 않게 하고 싶은 것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난독을 해 보라고 했고, 그 방법 중 하나로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 제목을 다 읽어 보라고 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지만 아이들은 도서관에 가더라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책만 읽지 내가 바라는 난독도 책 제목을 보는 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서관에 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뭐 어쩌겠는가. 기다리는 수밖에. 아무리 좋은 거라도 억지로 시킬 생각은 없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다행인지 모른다. 책 제목을 읽기 위해 도서관에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안 가는 것이. 나는 그 뒤로 책 제목을 읽어 보라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자칫 책에 대한 흥미마저 잃어버릴 수 있으니. 


그럼 나는 왜 하고 싶은 것을 찾는 방법 중 난독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을까? 그것도 오프라인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하는 난독을. 더욱이 요즘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발달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인데 말이다. 


인터넷에는 정말 많은 정보들이 있다. 서점이나 도서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이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정보의 형태는 단순히 텍스트나 이미지가 아니다. 기술의 발달로 오디오나 비디오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에 확장현실(XR)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로 제작된 콘텐츠로 즐비한 인터넷의 발달로 출판 시장은 사그라들었고 동네 서점들도 하나둘씩 자취를 감췄다. (최근 들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독서 토론이나 작가와의 만남 같은 오프라인 모임을 하는 서점들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아쉬울 것 하나 없는 인터넷에 약점이 있다고 하니 의아하게 생각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우리가 인터넷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또 인터넷을 통해 주로 뭘 보는지. 


우리는 인터넷을 포털 사이트나 소셜 네트워크 아니면 검색을 할 때 주로 사용한다. 문제는 인터넷을 이용할 때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모니터가 제한 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내용을 볼 수 없다. 기술의 발달로 해상도가 좋아진다 해도 한 화면에 보여 줄 수 있는 내용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 눈이 인지할 수 있는 한계도 있으니.


더욱이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화면 내에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내용들 위주로 채워지고 있다. 심지어 광고들 조차도. 그러다 보니 내가 모르는 새로운 내용을 접할 기회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물론 포털 사이트 기사나 검색 순위로 새로운 것을 알기도 하지만 최신 이슈 사항 이외에는 알기 어렵다. 그렇지만 알고 싶은 것은 검색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것이 인터넷이다. 


그럼 서점이나 도서관은 어떤가. 일단 서점이나 도서관 입구에 들어서면 많은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찾고 싶은 책이 분명히 있어도 주변에 유사한 책들과 자연스럽게 비교가 된다. 그리고 원하는 책을 찾아가면서 다른 분야, 다른 장르, 다른 책을 접할 기회도 훨씬 많다. 화려한 표지와 현란한 제목으로 구성된 책.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고르는 책. 처음에는 그 존재 자체를 몰랐어도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예상치도 않았던 책을 집어 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더욱이 한 권의 책에는 한 분야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데 충분할 정도의 내용이 담겨있다. 또 한 권의 책은 빠르게 전체 내용을 파악하기 쉽다. 그래서 책 한 권만으로 그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수 있다. 


그럼 책은 하고 싶은 것을 찾는데만 도움을 줄까?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일일불독서 구중생형극)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의미로 안중근 의사가 여순감옥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 옥중에서 쓴 글귀 중 하나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글귀를 안중근 의사가 직접 지은 것으로 알고 있으나 사실 이 글귀는 도연명(陶淵明)의 시 사계(四季)에 나오는 구절이다. 아무튼 안중근 의사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후대에게 책 읽기를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안철수 전 교수는 독서광이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전부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 성공한 많은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는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소득이 많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책을 많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책 독서율(학력, 가구소득 별), 출처: 2019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그리고 한겨레 기사에 의하면 집에 얼마나 많은 책이 있느냐에 따라 청소년기 아이들의 인지능력 발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연구에 의하면 청소년기 책에 노출되는 것은 인지능력 발전에 전반적 영향을 미치는데요. 그 효과는 언어능력, 수리능력 및 기술문제 해결 능력에 걸치게 됩니다. (중략) 65권 정도까지는 가파르게 인지능력이 상승합니다. 그리고 대략 350권이 넘어서면 그 이후로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책이 아주 많을 필요는 없지만 책이 거의 없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출처: 한겨레 안 읽더라도 집에 책 쌓아놓아야 하는 이유 중에서...>


나는 이것도 난독의 효과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책을 가까이하면 그렇지 않은 것보다는 하고 싶은 것도 찾기 쉽고 성공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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