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죄
갑돌이는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잠깐 안부를 묻더니, 친구는 전셋집 보증금이 모자라 급전이 필요하다며 1천만 원만 빌려달라고 합니다.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쫓겨날 상황이고, 한 달 뒤면 바로 갚을 수 있다고 사정하면서 말이죠.
착한 갑돌이는 큰 액수였지만, 사정이 딱하기도 하고 금방 갚을 수 있다고 해서 돈을 빌려줬습니다.
그런데, 한두 달이 지나도 친구는 돈을 갚지 않았고 급기야는 연락을 끊어버렸습니다.
갑돌이는 친구가 사기꾼이었다며 사기죄로 형사고소를 하겠다고 합니다.
과연 친구에게 사기죄가 성립할까요?
우리는 흔히 돈을 빌려서 갚지 않는 사람을 보고 사기꾼이라 합니다.
실제, 상담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상대방이 돈을 갚지 않는다며 고소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우리가 통상 말하는 사기꾼과 형사처벌이 가능한 사기죄의 범죄자는 좀 다릅니다.
즉,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돈을 갚지 못한 것 만으로는 부족하고, 돈을 빌릴 당시에 변제할 의사나 능력, 용도에 대하여 상대방을 기망하였어야 합니다.
만약, 위 사례에서 친구가 정말 전셋집 보증금이 모자라 돈을 빌린 것이고, 월급으로 돈을 갚을 수 있었지만 돈을 갚지 않은 것이라면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사실 도박을 하기 위해 돈을 빌린 것이었다거나(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갑돌이는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테니 말이죠), 돈을 빌릴 당시부터 친구가 실직상태로 이미 수억의 빚더미에 앉아 돈을 갚을 능력이 없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하는지와 별개로 친구로부터 돈을 받기 위해서는 별도로 대여금 청구의 소라는 민사소송을 해야 할 것입니다.
친구사이에 금전거래는 조심해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돈도 잃고 친구도 잃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실제 그런 경우도 많이 봅니다.
소액이라면 잃어버렸다 쳐도 된다지만, 고액의 돈을 빌려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상대방이 갚을 수 있는 상황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차용증을 작성하는 등 신중하게 돈을 빌려주어야 할 것입니다.
모두 힘들게 번 돈을 허망하게 잃어버리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