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by 까막

오전에 할 일이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눈을 뜨면 대충 걸쳐 입고 길을 나서곤 했다.


매번 다른 길을 걸어도, 시간이 지나면 재개발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새 길을 찾기란 어렵다.

오늘은 세 번째 코스로 갈까, 음, 좋아.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어릴 때처럼 길에 난 금을 따라 걷는다. 같은 색깔 보도블록만 밟으며 걷기도 한다.


사람들이 보인다. 힙하게 차려입은 사람. 후줄근하게 차려입은 사람.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 걷는 사람. 바쁘게 걷는 사람. 천천히 걷는 사람. 서로를 보며 걷는 사람. 뒤돌아보는 사람. 유모차를 끌고 가는 사람. 그 안에 곤히 자는 아기. 개를 끌고 가는 사람. 개가 멈춘다. 사람은 손목에서 검은 비닐을 꺼내 개를 기다린다. 허허 녀석 참.


하늘. 맑은 하늘. 흐린 하늘. 비. 얼른 집으로 뛰어간다. 타닥타닥. 창밖으로 들리는 빗소리. 타닥타닥.


머리를 닦고. 의자에 앉고. 제목은 모르는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틀고. 선풍기는 돌아간다. 주황색 조명. 돌돌돌. 타닥타닥. 재즈.


아참.

나, 무슨 고민이 있었는데?




대수롭지 않은 일을 심각하게,

심각한 일을 대수롭지 않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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