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매우높음

by 까막

90%.

자취방에 들어올 때면 이렇게 중얼거리곤 했다. 신발을 벗고 어머니가 선물해 준 제습기를 가동했다. 위이잉 소리와 함께 잠시 후 화면에 뜨는 숫자, 90%였다.


처음 서울에 살 때 지냈던 방은 매우 좁았다. 신발을 벗으면 바로 제습기를 가동할 수 있었다. 제습기 켜지는 소리와 함께 세 발자국 걸으면 침대였다.


처음에 집을 구하러 돌아다니다 이 집을 소개받았을 때, 집이 아니었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창고였을지도. 창문을 열면 자동차 바퀴가 보였다. 한 쪽면만 뚫려있는 주차장, 그 주차장 제일 안쪽 아래에 문이 보인다. 거기가 내 방 창문이었다. 종종 고등학생들이 차 뒤에서 담배를 피웠고 난 그럴 때마다 창문을 닫았다.


화장실에도 창문은 없었다. 바깥과 소통할 수 유일한 통로는 고등학생들이 몰래 피우는 담배연기가 들어오는 창문이었다. 화장실에서 샤워라도 했다 하면 70% 정도 습했고, 제습기를 켜면 70%, 정답이었다.


장마철이 되면 차라리 수영장에 산소호흡기를 달고 살고 싶었다. 수영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 물 안에 있는 것과 물 안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은 다르다. 약간 차가우면서도 눅눅한데, 그 차가움은 시원하기보단 피부 안으로 한기가 스며드는 것 같았다. 침대에 누워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상상을 하고 있으면 삐이이익-! 하고 제습기가 운다. 비워달라는 것이다. 난 눅눅해진 몸을 일으킨다. 그렇게 3년.


지금은 지상으로 올라왔다. 예전에는 창문을 자주 열었는데 지금은 블라인드를 자주 친다. 어제 누가 그러기를 장마가 온다고 한다. 현관을 열고 들어오니 눅눅함이 나를 반겼다. 65%, 하고 중얼거리고 세 발자국을 걸으면 제습기다. 버튼을 눌렀다. 이번 제습기는 좋은데 시동에 시간이 좀 더 걸린다. 화면에 습도가 보인다.


50%.

서울 살이가 좀 편해졌나? 머리를 긁적였다.




대수롭지 않은 일을 심각하게,

심각한 일을 대수롭지 않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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