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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만햄찌 Sep 06. 2018

셰어하우스 입주자 커뮤니티, 오답은 있다

타인과 일상을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출처: https://tokyosharehouse.com

셰어하우스     


한 집에 여러 입주자가 거주하면서 개인 공간과 공용 공간을 구분해 사용하는 거주의 한 형태. 단독 임대에 비해 보증금 등 초기 비용과 월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입주자 간 공동생활이 전제되므로 폭넓은 교류가 필요한 경우에 선호되고 있다. 개인 공간 외 공용 공간에 해당하는 부분은 거실, 주방, 욕실, 화장실 등이다.[“쉐어하우스” 다음백과]            


   



TV 한 대와 널따란 테이블이 전부였다. 셰어하우스 관리자가 보여준 커뮤니티 공간에서 이 밖에 눈에 띄는 점은 찾을 수 없었다.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겠지. 입주자 간의 경계심을 어떤 전략으로 허물지 궁금해졌다. 

     

“치킨도 시켜먹고, TV도 보다보면 다들 자연스럽게 친해져요.”     


멍청한 표정을 하고 있었을 내게 관리자는 귀띔해줬다. 비법은 치킨과 TV였다. 말문이 막혔다. 질문조차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치느님이라지만. 생면부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3평 남짓 공간에 얼마나 붙들어 놓을 수 있을까. 이들은 입주자 커뮤니티를 운영할 생각이 없거나 커뮤니티 운영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출처 : https://tokyosharehouse.com


셰어하우스라는 말이 국내에서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청년 주거문제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그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셰어하우스포털 컴앤스테이에 따르면 국내 셰어하우스는 지난 2013년 19곳에서 지난해 489곳으로 급증했다.      


만나는 셰어하우스 사업자마다 운영·관리가 어렵다며 한숨을 쉰다. 시공 보다 생활규칙을 정하는 일에 진땀을 더 빼고 있다는 후문이다. 장고 끝에 생활 매뉴얼을 제작해도,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논쟁거리가 떠오른다. 관리·운영 분야에서도 사업자들을 단연 괴롭히는 이슈는 입주자 네트워킹이다. 

     

룸메이트나 신혼부부만 해도 화장실 머리카락 청소법, 설거지하는 방식 등 조율해야할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수의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셰어하우스는 어떻겠는가. 그렇다고 매번 사업자가 개입할 수도 없다. 입주자의 자율권을 해칠 우려가 있고, 무엇보다 소비되는 인력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 원활한 커뮤니티 문화 없이 입주자들이 유연한 대처 능력을 갖기는 어렵다.     

 

덧붙여 서울시는 사회주택 평가에 커뮤니티 공간 유무를 필수 항목으로 배정하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셰어하우스에는 커뮤니티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는 의미다.   

   

출처: https://tokyosharehouse.com

공간만 있다고 커뮤니티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일단 커뮤니티에 적합한 공간인지 따져봐야 한다. 거실을 나눠 개실화한 좁은 공간 혹은 볕 한줌 들지 않는 반지하에 커뮤니티 공간을 만든 셰어하우스도 있다. 계속 찾고 싶은 환경을 조성해야된다.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중요하다. 타인과 의사소통을 즐기는 사람들만 셰어하우스에 산다는 생각은 잘못된 판단이다. 타인과 공간만 공유하길 원하는 사람도 셰어하우스를 찾는다. 저렴한 주거비용을 이유로 셰어하우스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는 말이다. 입주자를 커뮤니티에 녹아들게 할만한 콘텐츠가 필요한 이유다. 새로운 상품을 시장에 출시한다는 맘으로 임주자 니즈를 파악하고 공략하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가장 손 쉬운 방법은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사람들로 입주자를 구성하는 게 아닐까. 예를 들어 미혼모를 주요 타깃으로 설정한 셰어하우스라면, 커뮤니티 공간에 보육 프로그램을 접목시킬 수 있다. 보육교사나 여유시간이 있는 입주자가 돌아가며 서로 아이를 돌봐주는 방식의 프로그램이 있다면 커뮤니티는 자연스럽게 활성화 될 것이다.       


물론 정답은 없는 문제다. 셰어하우스 콘셉트나 입주자 특성에 따라 길은 여러 가지라 생각한다. 다만 오답은 있다는 걸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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