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만햄찌 Jul 05. 2020

포스트 코로나, 그래도 다회용 컵

다회용 컵을 ‘어떻게’ 독려할지 새롭게 고민할 시점

#포스트코로나 


포스트(Post, 이후)와 코로나19의 합성어로, 코로나19 극복 이후 다가올 새로운 시대·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에서 처음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는 사람들 간 대면접촉을 기피하는 언택트 문화의 확산, 원격교육 및 재택근무 급증 등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포스트 코로나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어난 이러한 변화들이 향후 우리 사회를 주도한다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포스트 코로나” 중]




‘코로나 국내 확진자 발생’ 기사를 처음 읽은 게 5개월 전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며칠 혹은 몇 주 조심하면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전과 다른 모습의 일상이 지속되고 있다. 사람들이 붐비던 영화관과 체육관은 조용해졌다. 마스크와 손세정제는 생필품이 돼버렸다. 다회용 컵의 위상도 크게 달라졌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호흡기 감염질환으로 분류된다. 기침, 재채기 같은 비말 혹은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건이 주요 전파경로로 알려졌다. 다른 사람이 썼던 컵을 사용하기 싫어질 충분한 이유다. 매장에서 깨끗하게 세척된 컵도 마찬가지다. 매장 내 세척 시스템을 믿을 수 없기에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편이 맘 편하다. 실제로 서울시 재활용 쓰레기는 올해 2·3월 기준 전년 대비 15%가량 증가했다(서울시). 또 여성환경연대가 지난 5월 21일부터 6월 1일까지 조사한 결과 서울 시내 커피 전문점 68곳 중 절반 이상이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자원순환연대가 지난해 5월 7일부터 25일까지 조사했던 23.5%(일회용 컵 사용 매장비율)라는 수치를 크게 웃돈다(오마이뉴스 ‘코로나 시대 '일회용'의 경고’).      


다회용 컵과 코로나 전염    

사실 다회용 컵 사용과 코로나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 심지어 올해 6월에는 18개국의 과학자 119명이 “재사용이 가능한 물품이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높이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The Guardian ‘Reusable containers safe during Covid-19 pandemic, say experts’). 그럼에도 소비자에게 다회용 컵 사용을 마냥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다회용 컵에 대한 불안감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자칫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공유경제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에어비앤비, 우버, 위워크 등 공유경제 스타기업마저 수익 악화에 빠졌다. 공유경제 자체가 위기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자원의 공유에서 자원의 소유로 회기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모든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다. 우버는 차량 공유 서비스 이용자가 줄어든 반면, 음식 주문 서비스 이용자는 늘고 있는 추세다. 이밖에 자전거 공유 서비스, 공유주방 등도 활기를 띠고 있다. 공유경제 침체기라기 보단 공유경제 변화기로 보인다.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비즈니스 모델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다회용 컵 독려에 목적을 둔 비즈니스 모델(광범위하게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까지)도 변화를 고민해야 된다. 정답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변화의 큰 줄기를 좇다 보면 방향은 가늠할 수 있을 터.      


우선 주목할 흐름은 케인스주의의 강세다. 코로나 사태를 핸들링하면서 정부의 역할은 강해지고 있다. 정부는 경기 활성화 목적으로 긴급하게 추경을 했고, 이를 지원금 형태로 각계에 분배했다. 유통망에 직접 개입하며 마스크 가격을 조절하기도 했다. 그간 일회용품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고려했을 때, 정부의 영향력이 강해질수록 일회용품 사용은 점차 어려워질 거라 예상된다. 커피전문점 등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제한이 완화된 적도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조치였다. 환경부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2022년 6월부터 시행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커피전문점 등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일회용 컵에 보증금을 부과하고, 컵을 반납하는 소비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싶다면 돈을 더 내라는 의미다. 매장 내 다회용 컵은 감소하기보단, 확산될 거라 전망하는 게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간 다회용 컵 사용 독려에 열중했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어떻게”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위생 이슈에 더 민감해졌고, 불안감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더 높은 수준의 정보가 요구된다. 매장들은 다회용 컵이 깨끗하게 세척됐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설명해야 된다. 물론 변화는 어렵다.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다회용 컵을 관리할 수도 있다. 다만 우려할 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소상공인 위기론이다. 재계와 학계에서는 수많은 소상공인이 현재 폐업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예측한다. 비대면에 대한 니즈가 강해졌다. 전통적인 매장 대신 애플리케이션(앱) 배달 서비스를 접목한 공유주방이 부상할 것이라는 의견들이다. 

     

생존을 위해 결국 변해야 된다. 누군가는 변화를 이끌고, 누군가는 흐름에 편승하길 바란다. 단독 대응보다 하나의 연대를 이뤄 공동전선을 펼칠 수도 있다. 당사자들에게는 심각한 일이겠지만 현장에서 어떤 솔루션이 등장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요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임팩트 투자사 소풍의 숫자 사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