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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만햄찌 Aug 07. 2020

소셜섹터, 초대형 태풍 '그린뉴딜' 앞에 서다

꽉 잡아!!! 멍 때리다 변화의 역풍에 휩쓸린다

#그린뉴딜


“그린뉴딜”이란 말을 처음 접한 건 수년 전이다. 사회학을 전공했던 그때. 소셜섹터를 마냥 좇던 그때. 토머스 프리드먼의 <코드그린: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를 읽게 됐다. 당시 내게 그린뉴딜은 골치 아픈 문제들을 손쉽게 해결해 줄 치트키 같았다.      


2020년 여름. 그린뉴딜은 일상의 언저리까지 다가왔다. 지난 5월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 추진하겠노라 단언하며, 디지털과 함께 주요 키워드로 그린을 꼽았다. 그리고 7월, ‘한국판 뉴딜 국민 보고대회’가 열렸다. 디지털과 저탄소 사업을 우리나라의 새로운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대규모 자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2025년까지 73조 원 이상의 국가 예산이 그린뉴딜 사업에 투여된다.      


좀 더 여유롭게 찾아올 거라는 예상과 달리 그린뉴딜 시대는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 100만 마일 전기차 배터리가 등장한다면, 다가오는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다면 급격한 가속이 전망된다.



‘한국판 뉴딜 국민 보고대회’를 두고 다양한 평가가 쏟아졌다. 사실 칭찬 보단 불만이 많았다. 아직 시작단계라 그런 걸까. 구멍이 송송 뚫린 청사진 같다는 평가가 대세였다. 그럼에도 그린뉴딜 계획은 진행될 것이다. 큰 정부는 위기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했다. 코로나 이후 정부 입김은 어느 때보다 강해져 있다. 강력하게 의지를 표명한 만큼 그 누구도 계획을 무산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소셜섹터 이야기를 해보자. “그린”뉴딜, 언뜻 소셜섹터와 밀접해 보인다. 심지어 한국판 뉴딜을 다루는 각종 간담회에서 사회적경제가 언급되고 있다. 기대감이 커지는 와중에 찬물을 끼얹는 소리를 하자면, 수혜는 몇몇 기업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과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기술. 이 두 분야에서 시장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소셜섹터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친환경에너지에 주력하고 있는 소셜벤처. 대표적으로 ‘이노마드’가 있다. 이노마드는 수력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소형 발전기를 개발했다. 이노마드 같은 소셜벤처를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면, 다시 말해 친환경에너지 분야 투자실적을 보유한 임팩트투자사 역시 펀드 규모를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애드지, 오늘의분리수거, 꼬마농부 등 지속 가능한 환경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소풍(sopoong) 같은 투자사 말이다.      


그린 리모델링도 공략해 볼만 하다. 친환경 사회주택을 시공해온 녹색친구들 같은 사회주택사업자라면 기회를 노려볼만하다. 사회주택은 주거복지 정책 일환으로, 지자체나 공공기관은 보유하고 있는 건물(혹은 토지)을 사회주택 사업자에게 임대해주고, 사회주택 사업자는 시공하거나 보수해 임대주택으로 해당 물건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세입자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입주할 수 있다. 특히 녹색친구들은 2012년 설립 이후 최근까지도 사회주택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친환경 설계, 신재생에너지 도입, 옥상 녹화·텃밭 조성, 입주자 친환경 생활백서 등이 녹색친구들의 강점이다.      


반면 소셜섹터에 몸 담고 있는 대부분의 플레이어(소셜벤처, 중간지원기관, 재단, 사회적기업 등)는 변화에 적응할 준비를 해야 된다. 그린뉴딜로 인해 새로운 비즈니스가 떠오른다면, 동시에 쇠퇴하는 비즈니스도 있기 마련이다. 자동차 시장을 예로 들어보 현재 국내 시장의 90%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과점하고 있다. 이 점유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된다 가정해보자. 내연기관 자동차에 탑재돼 있는 부품 중 태반은 전기차에게 필요가 없는 부품이다. 부품 수로 따져 본다면 2만 개에서 7000개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조선일보 ‘이 많은 부품들, 70%가 사라집니다’). 국내 부품 대기업은 90여 개 사로 추산된다. 이 대기업들과 연결된 하청기업들, 그리고 벤더사까지 고려한다면 가늠하기 어려운 일자리 문제가 우려된다. 그리고 이 같은 현상이 각 산업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 한국판 뉴딜이 디지털과 그린 외에 안정망 강화를 강조하는 이유기도 하다.      


소셜섹터는 늘어나는 일자리가 아닌 줄어드는 일자리에 주목해야 된다. 다만 전통적인 관점으로는 완충역할을 완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취약계층을 고용해 최저임금 이상의 인건비를 제공한 경우 “사회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됐다. 앞으로는 이 같은 경우에도 생산품이 내연기관 부품이라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명확하지 못한 관점으로는 옥석조차 가려낼 수 없다. 설득력 있는 척도와 그 척도에 힘을 실어 줄 전문성이 소셜섹터 플레이어들의 흥쇠를 가를 것이다.

 

대기업과 지자체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소셜섹터 역시 그린뉴딜이라는 태풍에 대비해야 된다. 누군가에게는 순풍, 누군가에는 역풍이 될 이 바람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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