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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자버 May 28. 2023

마흔이라는 어나더 라운드

영화 <어나더 라운드>를 보고

마흔 살이 되면 어떻게 되어있을까? 최근 들어 자주 친구들과 궁금해하며 이야기 나눈다. 삼십 대가 몸에 맞고 나니까 자연스럽게 쏘아 올리는 추측의 비거리가 달라진 탓이다.


아무래도 타산지석 삼을 케이스가 많다 보니, ‘이렇게 되고 싶진 않아’라는 카테고리 안에 무수히 많은 리스트들이 쌓인다. 내가 주장하는 바는 명확했다. “나는 마흔 살에 무언가를 포기한 얼굴이 되어있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어나더 라운드를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는 뜻이다.


그냥 술 먹으면서 보기 좋다는 얘기에 솔깃해서 틀었을 뿐이다. 그런데 영화 초반, 매즈 미켈슨이 친구들과 모인 술자리에서 촉촉이 눈시울을 붉힐 때부터 나는 울었다. 마시던 맥주를 내려놓고 위스키 장을 뒤진 것도 이때부터다.


영화 속 교사 네 명이 벌이는 알코올 실험 결과엔 별 흥미가 가지 않았다. 취하는 게 도움이 되건 말건! (마시겠다는 뜻이니까…) 그냥 흠뻑 취하는 순간들이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이 슬퍼서 또 중간에 엉엉 울었다. 마음 놓고 취하고픈 사람이 점점 사라진다는 게 더 핵심이겠지. 그게 술이든, 엉터리 실험이든, 우리끼리 노닥거림이든.


무언가 잃지 않고서는 나이들 수 없다. 무언가 큼직큼직한 선택들을 거치 지지 않고서는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마흔의 나는 무조건 무언가 포기한 얼굴이 되어있을 거다. 그만큼 후회 없는 선택을 했기를 바랄 뿐이지.


나는 나대로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와 나는 나대로 열심히 살았기에 ‘떳떳’한데.. 를 모두 품고 있는 매즈 미켈슨의 얼굴이 좋다. 상황에 따라 그 얼굴은 무기가 되기도 하고 변명에 지나지 않기도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톰뮈는 자기를 조롱하던 십 대들 앞에서 잔뜩 술을 마신 채 마음껏 춤을 춘다. 자기 안의 멜로디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남의 장단이 아니라 자기 장단에 맞춰 춤출 수 있다.


나는 매일매일 잔뜩 취하고 싶다. 다만 술 말고 다른 것에도 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40대에 포기한 것이 건강이 되어선 안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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