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엄마가 또 미니멀 한다고 난리야
실행
신고
라이킷
21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명선
Jun 22. 2023
자동차 트렁크가 훤해졌다
이제 어디든 떠나요, 둘이서
시댁에 갔다가 싸 주신 것들을 실으려 트렁크를 열었는데 옆에서 보고 계시던 시어머니가 한 소리 하셨다.
-아이고, 차에 웬 짐을 이렇게 실쿠 다니니. 죄다 싹 버려라.
우리 차는
7인승인데
맨 뒤
3열을 접어 트렁크로 쓰게 돼 있
다.
안 쓰는
큰
여행 캐리어를 보관함
으
로
놓고
온갖
잡동사니들을
넣
고
다녔는데 정말 '집어넣기'
만 했던 것이
다.
캐리어
안뿐 아니라
그
옆에
는
일회용
우산들과 받침 부분이 뻑뻑해진 접이식 쇼핑 카트
, 언제 거기 뒀는지 모를
소형 아이스박스까지 한 자리씩 맡
고
드러
누운
꼴을 보니 정리가 필요하긴 하다.
아파트
주차장 구석에서 트렁크를 활짝 열었다.
비닐째 든
일회용 종이컵 한 줄에 오리털 침낭에, 어디 도망가서 살려고 했나 싶다.
차량용품들, 세차용품들
도 다 꺼
내서 분류했
다
그동안
쓸 일이 없어서 몰랐는데
트
렁크 바닥 아래 공간에
차량용 소화기와 비상
삼각대도 두 개나 있었다.
재활용 쓰레기
로 바로
버릴 수 있는 것들은 버리고 종량제 봉투로 버리거나 폐기물 스티커가 필요한 것들, 버리기 아까운 것들은 일단 집으로 가지고
올라
왔다.
목 앞에서 자석으로 여며지는 귀여운 목베개는
여행지에서 예뻐서 샀는데
아이들이
거의 쓰지
않았다.
캐치볼 한다고 구비한 야구 글로브들과 배드민턴 라켓은 너무 새 거였고
고기잡이 도구와 미끼들은
쓸 기회가 없어서
포장도 뜯지 않은 상태였다.
딸들의 여행용 베개, 같이 놀던 기구들과 낚시 도구까지
정리 중
갑자기
손도끼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가족톡에
물어보
니 남편이 비상 상황에 대비해 둔 거라고 한다.
도대체
그의
머릿속에
상정
된 '비상 상황'이란 어떤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차에
있으
면 유용한
큼직한
인형
들
과
무릎
담요
는
세탁해서
갖다 두
고 버리기 아까운 놀이도구들은 지인들
에게 주거나
당근에서 나눔 하였다.
물건
의 입장에서도
차 뒤편의 어둠 속에서 묵는 것보다
잘 써 주는 집으로 가
는
편이 나을 것이다.
여행용 캐리어를 가져가신 분은 감사하게도 아이스아메리카노 쿠폰을 보내주었다.
정리의 결과가 예상 밖으로 행복해졌다.
물건들은 모두 잘 써 줄 임자를 찾아갔다
우리
자동차 트렁크가 훤해졌다.
곧 장마철이
오
니 일회용 우산들은
그대로
두었
고
강제로 펴면 그런대로 쓸 수 있는 접이식 카
트
는
어머니댁에서 뭔가 더 얻어
오
려는 흑심으로 놔두었다.
너무 훤해져서
정말 이렇게 아무것도 없어도 되나 싶다.
그동안은 왜 그렇게 잔뜩 싣고 다녔을까.
우리 생활 안에서 없으면 더 좋을 텐데 습관적으로 이고 지고 사는 것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다음엔 무엇이 훤해질 차례인가, 어미 황조롱이의 눈으로 찾아본다.
비포 사진을 안 찍은 게 아쉽다
keyword
자동차
정리
차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