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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선 Aug 21. 2023

뜨거운 여름밤은 아직 안 가고

남은 건 전기세 걱정

 맘때 주부들이 하는 건 '전기세 걱정'이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7월 한 달 내내 하루종일 그리고 밤새 에어컨을 가동했기 때문이다. 집에 누가 같이 있으면 모를까 살림하는 주부들은 혼자서는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 그런데 올여름은 너무 더워서 실내온도가 32,3도 이르다 보니 열네 살 노견이 헥헥거리며 비틀비틀 다니거나 ㄷ자로 늘어져 잠만 잔다. 그 녀석 때문에 낮에 에어컨을 잠깐씩 켰다. 


 그리고 남편이 집에 오기 한 시간 전부터 에어컨을 켜서는 밤새 가동했다.

 출근할 사람 밤에 잠을 푹 자야 되니 새벽에 내가 쌀쌀해서 깨도 웬만하면 에어컨을 끄지 않았다.

 '근데 이렇게까지 켜도 되나'라는 생각이 살짝 들 때는 '아니, 이삼백씩 주고 산 에어컨 끽해야 일 년에 두어 달 일하는데 그 두어 달도 아낄 거면 뭐하러 저렇게 모셔 놔?'하는 당당함으로 누르거나, '인버터 방식 에어컨은 하루종일 틀어야 오히려 전기료 절감이 된다네'하는 과학적인 근거로 위안했다.


 7월 한 달을 정산한 관리비가 나올 때가 되자 전기요금이 슬슬 염려되었다. 사실 내 생각의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뿐, 시원한 바람 아래 미소를 지으며 잘 때도 문득문득 '설마 전기세가 엄청 많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 했었다.

 7월의 참매미 울음소리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오전 6시대가 하루 중 가장 시원해서 그때 개 산책을 하고 들어온다. 7시 반쯤만 돼도 더워지기 시작이다.

 아마 하루 24시간 중 20시간은 실외기가 돌아갔을 것이다

 그렇게 31일이 지났으니 과연 전기요금은?!



 

 관리비 고지서가 모든 집의 우편함에 꽂히기 전이라도 이번 달에 부과될 관리비 내역을 어플에서 미리 볼 수 있다.

 제일 먼저 화면에 뜬 7월 관리비 총액이 지난달과 비슷한 23만원선이었다. 오호, 선방했는데.

 상세내역 들어가니 전기요금은 평보다 2만원 정도 더 나왔다. 평소에 4만원 중반대였는데 7월은 64000원 정도였다.

 매일 시원하게 살았던 것 치고 정말 싸다. 콕 짚은 대상 없이 그냥 다들 고맙다.

 

 돌이켜보면 오히려 이 폭염에 '전력 수급이 어쩌고'하는 관리소 방송을 한번도 듣지 못했다. 매 여름이면 몇 번씩 '각 가정의 에어컨 희망온도를 일 도씩 낮춰 주시라'는 방송을 했는데 말이다.

 전기차도 예전보다 많이 늘어서 전기 사용량은 엄청 늘었을 텐데 의아한 일이다.

(쌀통에서 쌀 퍼 쓰듯 온 국민이 같은 통의 전기를 쓰는 거라고 단순히 생각하는 문송이긴 합니다.)


 남은 8월 관리비도 많이는 걱정하지 않으려 한다. 8월은 7월보다 두 배가 나온다 해도 마음속 평화마지노선으로 정해 둔 '전기요금 10만원'을 넘지는 않을 것 같다.

  주부들이 이렇게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을 가진 것은 지난겨울의 난방비 탓이다. 그때 관리비 고지서를 지난달에 안 낸 줄 알았었다.

 집집마다 겨울 관리비가 50만원은 기본이고 90만원이 나왔단 사람도 봤다.

 그래서 이번에 혹시 전기요금 포함 관리비가 또 50만원이 나오는 건 아닌가 은근히 걱정했던 것이다.


 아직 숙면에 쾌적한 밤 온도는 아니라서 여전히 에어컨을 틀고 잔다.

 그래도 동네를 채우는 매미 소리가 아침저녁으로는 귀뚜라미 소리와 교차하는 걸 보면 뜨거운 여름도 가긴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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