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의견은 참고하겠습니다

필요한 조언 건져 내기

by 이명선

카페 운영뿐만 아니라 무엇이든지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은 귀가 얇으면 곤란하다. 두 귀는 두껍고 단단해야 하지만 그 두꺼운 귀로도 '들어야 할 말'과 '들어서 좋은 말'은 놓치지 않고 들어야 하니 어렵다.

9년 이상 카페를 하면서 정말 많은 고객들과 주변 상인들과 친구들과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조언을 들었다. 그중에는 나를 툭 쳐서 깨우는 충언도 있었고 이게 뭔 헛소리야 하는 말들도 있었다.

내게 던져지는 많은 '말의 칼날'로부터 상처 입지 않아야 하는데 그게 참 힘들다. 개인의 천성과 방어력에 따라 상처의 횟수와 크기와 회복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실 정답이 없다.

만약 내가 팔랑 귀에 심약한 편이고 나를 향해 툭툭 떨어지는 남들의 말에도 우왕좌왕하는 타입이라면 개선이 필요하다. 최소한 카페를 잘 운영하려면 말이다.



남들의 말은 내게 필요한 것만 건져 내고 신경 쓰지 않기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친절하고 참견이나 충고하기 좋아하고 오지랖이 넓고 남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처음 보는 카페 사장님에게도 자신의 이런저런 의견을 전한다.

카페 사장에게 자신의 에너지와 시간을 내어 조언을 하는 사람들은 진심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서 하는 말이다. 단지 그 기준이 그분들의 것임을 항상 기억하자. 그 기준이 나의 것으로 왔을 때도 유효하다면 바로 따라야 한다.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영업시간에 대한 것이다.

우리 카페는 평일에는 10시30분에 문을 열어 저녁 6시까지만 영업하고 주말과 공휴일은 휴무였다. 주위로부터 아무리 그래도 저녁 6시 마감은 너무 이른 시간이며 카페가 주말 내내 쉰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지적을 참 많이 들었다.

충분히 맞는 말이다. 나도 공감한다.

우리 카페 영업시간이 원래 그랬던 것은 아니다. 주말에 파트타이머가 일하며 오픈했고 평일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열었다. 매장이 작으니 1인 근무체제로 하루 운영하는 12시간을 동업자와 나, 파트타이머 1명 이렇게 셋이 적당히 나눠서 일했기에 힘들지 않았다. 매장과 집도 도보 3분 거리였고 오랜 기간 카페를 했지만 두 아이들의 학교 행사에 빠진 적이 없고 아이들 학원 라이딩이나 시댁 경조사도 챙길 수 있었고 개인적인 사교 생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가 생겼다. 오래 같이 일한 파트너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떠났고, 카페에서 멀어진 곳으로 이사를 했으며, 청소년이던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따로 살게 됐고, 마침내 코로나도 시작되었다.

나는 항상 나의 워라밸과 가족 관계를 희생하지 않는 선에서 최적의 노동시간을 선택했다. 2020년 1월부터 카페를 접기까지의 코로나 기간 동안에는 평일 근무일에는 오픈부터 마감시간까지 혼자 일했고 점심은 자연스럽게 먹지 못했다. 평소에 각자의 거주지에 사는 20대 두 딸이 토요일 아침에 집에 와서 다 함께 지내다 일요일에 돌아갔고 남편도 회사원이니 주말에는 쉬었다. 그래서 나도 주말 매출보다 가족과 함께 에너지를 충전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만약 남편과 내가 같이 운영하는 카페였다 거나, 내가 카페를 통해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버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면 카페 운영시간과 영업방식은 달랐을 것이다.

메뉴에 대한 얘기도 많았다.

다른 카페에서 똑같은 메뉴를 시켰는데 그게 훨씬 맛있었다며 거기는 이렇게 만든다더라 하며 알려주시는 분은 좀 얄밉지만 나의 산업스파이 같아 감사하다. 일단 내가 해 봐서 더 맛있고 재료비도 크게 부담되지 않으면 우리 레시피를 업데이트한다.

요즘은 이런 게 유행인데 여기는 그게 없나 찾으시거나, 다른 데는 아메리카노가 1900원인데 여기는 3000원씩이나 받나 불만이신 분은 그쪽에 가서 사 드시면 서로 해결이라 생각하고 잊는다.

거의 오픈 초기였을 거다. 오전 11시에 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을 해 갔다는 손님이 오후 4시 반에 빈 컵을 들고 와서 리필을 요구한 적이 있다. 본인이 단골인 다른 카페는 그렇게 한다고. 저희는 그렇게는 못 해드린다고 했더니 왜 동네 장사인데 그런 서비스를 안 하냐고, 진지하게 고려해 보라고 하고 갔다.

그런 게 헛소리인 것이다.




그렇게 하지 말 걸 하고 후회되는 일이 있다.

약속한 영업시간을 지키지 않았던 날들이다. 태풍이 온다 거나 커피머신이나 수도 등 설비에 문제가 생겼다 거나 해서 불가피한 경우도 있었지만, 내 몸이 안 좋다 거나 저녁에 놀러 나가고 싶다는 이유로 예정 시간보다 일찍 문을 닫은 적도 좀 자주 있다.

이건 분명히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개인이 하는 카페는 안 간다는 말을 해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나 역시도 개인 카페가 아닌 프랜차이즈 카페는 일단 약속된 시간엔 항상 열려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일찍 문을 닫는 날은 꼭 누군가에게 걸린다. 기어코 며칠 후에는, 사장님 제가 언제 몇 시에 왔는데 문이 닫혀 있더라구요 하는 말을 듣는 것이다. 모든 유혹을 이기고 끝까지 버티는 날은 아무도 안 오면서 어쩌다가 문을 일찍 닫고 도망가는 날은 반드시 한소리를 듣는다. 너무너무 죄송했다고, 헛걸음하셔서 어떻게 하냐고, 그날은 이래서 그랬다고 변명을 하며 사이즈업 서비스를 해 드리거나 쿠키를 하나 드리거나 했다.

나는 코로나를 핑계로 그런 짓을 자주 하다가, 나중에는 손을 씻고 미우나 고우나 내 자리를 지켰다. 그저 나의 권태기였다고 위안을 하고는 있지만 영업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은 분명한 나의 잘못이고 손님에 대한 배신이다.


그럴 때 나의 부끄러움을 지적해 주는 손님들은 시간이 지나도 마음에 남고 다음에 무슨 일을 하더라도 기억하자는 다짐이 된다.


- 사장님, 어제 바쁜 일이 있으셨나 봐요. 5시50분에 왔는데 문이 닫혀 있더라구요.

이렇게 상냥히 말하던 우리 단골고객님의 곱슬 머리카락이며 마스크 밖의 눈웃음이 떠오른다. 그 웃음은 그 어떤 충고의 말보다 아프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