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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선 Aug 03. 2023

납량특집-내가 겪은 실제 괴담 3선

폭염에 지친 독자들을 서늘하게

1. 구였을까


 나는 어릴 때 친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할머니는 우리 동네 만신(무당) 할머니의 절친다.

 할머니는 집에다 달력 하나를  때도 못을 박는 날짜와 위치 만에게 아와서 그대로 따랐었다.


 나에게 귀신 얘기도 많이 해 주셨다.

 구신(귀신)은 수증기나 연기 같은 형체인데 할머니 어릴 적엔 구신이 많았다, 요즘은 구신이 없어진 게 아니라 밤 너무 환해서 안 보이는 거다,라고 하셨다.

 할머니가 어릴 때 직접 봤거나 들었다는 심령 현상을 얘기해 주실 때면 현실판 전설의 고향을 보는 기분이었다.


 어느 초여름 오후였다.

 할머니 둘이 낮잠을 자려고 마루에 누워 있었다. 목침을 벤 할머니는 벌써 잠이 드셨고 나는 잠이 안 와서 천장의 무늬를 보고 있는데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명선아아!


 나는 바깥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귀를 기울여 보니 다시 들렸다.


 -명선아아!


 당시엔 동네 친구들이 같이 놀자고 대문 밖에서 부르는 일이 흔했다.

 나는 할머니를 흔들었다.


 -할머니, 친구가 나 불러.


 할머니는 눈을 감은 채 말씀하셨다.


 -으음.....너를 부른다고? 몇 번 불렀는데?

 -두 번

 -그럼 세 번 부르면 나가봐.


 그런데 귀를 기울여 집중해 보아도 친구는 나를 부르지 않았다.


 -할머니, 이제 안 불러.

 -그건 구신이 부른 거야. 구신은 사람 이름을 세 번 못 불러. 얼른 자.


 


 

2.  켜, 남자야!


 남편과 연애할 때다. 복학생이던 남편은 다른 도시에 있는 학교 근처 원룸 아파트에서 혼자 살았다. 어느 날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집에 왔다며 약을 먹고 좀 잔다고 전화가 왔다. 평소에 매우 건강체질이걱정이 되었다

 직장을 조퇴하고 두 시간쯤 걸리는 남자친구네로 가 보았다.

 자친구는 이불을 덮고 잠들어 는데 이마도 뜨겁고 면서도 끙 앓았

 무래도 좀 나아지는지 보고 가야겠다 고 옆에 앉아 다. 그러다 나도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그때 꿈을 꾸었다. 분명 꿈인데 현실과 똑같이 우리가 누워 있는  방안이었다. 저 앞에서 스르륵 젊은 여자가 나타났다. 낯선 여자는 자고 있는 남자 친구를 안으려는 듯 다가왔다.

 나는 마음속으로 '누구야!! 니가 뭔데 얘를 안으려고 해?'하고 외치고 밀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몸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여자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잠에 빠진 남자친구에게 가까이 왔다.

 나는 그 여자를 밀어내는 것보다 자친구를 보호하는 것이 빠르겠다 싶어 온 힘을 쥐어짜 옆으로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잠이 깨며 여자가 사라졌다. 내가 친 서슬에 남자친구 눈을 떴다.


 후... 한숨을 쉬고 그가 말했다.


 -가위에 눌리고 있었어. 어떤 여자가 나를 막 누르더라고.





3. 마지막으로 만난 친구


 6년 전 일이다.

 동네 초등학교 학부모이고 옆집에 살아서 그 무렵 거의 매일 만나던 친구가 있었다. 똑하고 명랑하고 욕심 많은 친구였생활력도 강했다. 빨리 집 장만을 해야 한다며 무척 알뜰했다.


 그는 아파트 분양에 당첨되어 다른 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멀리 가는 건 아쉬웠지만 누가 봐도 좋은 지역 내집마련까지 하며 떠나는 것이라 모두들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이사를 간 후에도 그는 가끔 우리 동네로 놀러 오곤 했다. 엄마들과 같이 커피도 마시고 동네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데 이듬해 겨울에 그가 별안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1이 되는 외아들을 남기고 말이다. 

 너무 황당해서 믿을 수가 없었다. 장례식장에서 그 집 아저씨와 함께 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다. 안방에서 자는데 꿈인지 환상인지 침대에서 보이는 현관문으로 누군가 들어왔다.

 당시 집은 현관에 들어오면 짧은 복도 끝에 안방 문이 보이고 침대가 방문 쪽을 향해 세로로 놓 있었. 그래서 안방 문을 열어놓고 침대 위에 있으면 현관문이 내다보이는 것이다.

 나는 닫힌 현관문으로 집에 들어온 누군가가 바로 이웃에 살던 그을 저절로 알 수 있었다.

 나는 전히 잠을 자는 채였는데, 그다음 순간 실제로 사람이 침대에 올라오는 것처럼 매트리스가 발치에서부터 내 옆까지 례로 눌리는 것었다.


 낯선 느낌에 기분이 이상했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이웃집에 살던 그라면 나를 해칠 리가 없었다.

 잠을 깨니 빈 집에는 아무 일도 없고 침대 발치의 방바닥에서는 반려견이 자고 있었다


 그의 영혼이 잠깐 자기가 살던 옛집옆집에 사는 나를 보러 왔었?

 그 이후로는 그꿈을 꾼 적이 없다.


 며칠 후 그날 아침의 꿈을 생각하다가 문득 계산해 보니 그날이 그49재 음이었다.


(49재-고인의 영혼이 이승을 완전히 떠나 환생한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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