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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량특집-내가 겪은 실제 괴담 3선

폭염에 지친 독자들을 서늘하게

by 이명선

1. 건 누구였을까


나는 어릴 때 친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할머니는 우리 동네 만신(무당) 할머니의 절친이다.

할머니는 집에다 달력 하나를 걸 때도 못을 박는 날짜와 위치를 만신에게 아와서 그대로 따랐었다.


나에게 귀신 얘기도 많이 해 주셨다.

구신(귀신)은 수증기나 연기 같은 형체인데 할머니가 어릴 적엔 구신이 참 많았다, 요즘은 구신이 없어진 게 아니라 밤이 너무 환해서 안 보이는 거다,라고 하셨다.

할머니가 어릴 때 직접 봤거나 들었다는 심령 현상을 얘기해 주실 때면 현실판 전설의 고향을 보는 기분이었다.


어느 초여름 오후였다.

할머니 둘이 낮잠을 자려고 마루에 누워 있었다. 목침을 벤 할머니는 벌써 잠이 드셨고 나는 잠이 안 와서 천장의 무늬를 보고 있는데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명선아아!


나는 바깥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귀를 기울여 보니 다시 들렸다.


-명선아아!


당시엔 동네 친구들이 같이 놀자고 대문 밖에서 부르는 일이 흔했다.

나는 할머니를 흔들었다.


-할머니, 친구가 나 불러.


할머니는 눈을 감은 채 말씀하셨다.


-으음.....너를 부른다고? 몇 번 불렀는데?

-두 번

-그럼 세 번 부르면 나가봐.


그런데 귀를 기울여 집중해 보아도 친구는 나를 부르지 않았다.


-할머니, 이제 안 불러.

-그건 구신이 부른 거야. 구신은 사람 이름을 세 번 못 불러. 얼른 자.



2. 리 비켜, 내 남자야!


남편과 연애할 때다. 복학생이던 남편은 다른 도시에 있는 학교 근처 원룸 아파트에서 혼자 살았다. 어느 날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집에 왔다며 약을 먹고 좀 잔다고 전화가 왔다. 평소에 매우 건강체질이라 걱정이 되었다

나는 직장을 조퇴하고 두 시간쯤 걸리는 남자친구네로 가 보았다.

남자친구는 이불을 덮고 잠들어 있었는데 이마도 뜨겁고 면서도 끙끙 앓았다

무래도 좀 나아지는지 보고 가야겠다 하고 옆에 앉아 있다. 그러다 나도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그때 꿈을 꾸었다. 분명 꿈인데 현실과 똑같이 우리가 누워 있는 방안이었다. 저 앞쪽에서 스르륵 젊은 여자가 나타났다. 낯선 여자는 자고 있는 내 남자 친구를 안으려는 듯 다가왔다.

나는 마음속으로 '누구야!! 니가 뭔데 얘를 안으려고 해?'하고 외치고 밀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몸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여자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잠에 빠진 남자친구에게 가까이 왔다.

나는 그 여자를 밀어내는 것보다 남자친구를 보호하는 것이 빠르겠다 싶어 온 힘을 쥐어짜 옆으로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잠이 깨며 여자가 사라졌다. 내가 친 서슬에 남자친구도 눈을 떴다.


후... 한숨을 쉬고 그가 말했다.


-가위에 눌리고 있었어. 어떤 여자가 나를 막 누르더라고.





3. 마지막으로 만난 친구


6년 전 일이다.

동네 초등학교 학부모이고 옆집에 살아서 그 무렵 거의 매일 만나던 친구가 있었다. 똑하고 명랑하고 욕심 많은 친구였고 생활력도 강했다. 빨리 집 장만을 해야 한다며 무척 알뜰했다.


그는 아파트 분양에 당첨되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멀리 가는 건 아쉬웠지만 누가 봐도 좋은 지역에 내집마련까지 하며 떠나는 것이라 모두들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이사를 간 후에도 그는 가끔 우리 동네로 놀러 오곤 했다. 친한 엄마들과 같이 커피도 마시고 새 동네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데 이듬해 겨울에 그가 별안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1이 되는 외아들을 남기고 말이다.

너무 황당해서 믿을 수가 없었다. 장례식장에서 그 집 아저씨와 함께 이 울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안방에서 자는데 꿈인지 환상인지 침대에서 보이는 현관문으로 누군가 들어왔다.

당시 집은 현관에 들어오면 짧은 복도 끝에 안방 문이 보이고 침대가 방문 쪽을 향해 세로로 놓 있었다. 그래서 안방 문을 열어놓고 침대 위에 있으면 현관문이 내다보이는 것이다.

나는 닫힌 현관문으로 집에 들어온 누군가가 바로 이웃에 살던 그을 저절로 알 수 있었다.

나는 여전히 잠을 자는 채였는데, 그다음 순간 실제로 사람이 침대에 올라오는 것처럼 매트리스가 발치에서부터 내 옆까지 차례로 눌리는 것었다.


낯선 느낌에 기분이 이상했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이웃집에 살던 그라면 나를 해칠 리가 없었다.

잠을 깨니 빈 집에는 아무 일도 없고 침대 발치의 방바닥에서는 반려견이 잘 자고 있었다


그의 영혼이 잠깐 자기가 살던 옛집과 옆집에 사는 나를 보러 왔었?

그 이후로는 그의 꿈을 꾼 적이 없다.


며칠 후 그날 아침의 꿈을 생각하다가 문득 계산해 보니 그날이 그의 49재 음이었다.


(49재-고인의 영혼이 이승을 완전히 떠나 환생한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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