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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선 Aug 08. 2023

자가격리자의 식탁

즐거운 격리생활을 위한 밥

 코로나라는 것이 지구상에 등장한 2020년 1월 이후 오늘까지 대한민국 국민 중에 격리자가 아니었던 사람은 몇 퍼센트나 될까?

 지난 6월 코로나가 경계 단계로 내려온  역대급 폭염에 마스크를 안 써도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최근 확진자가 시 느는 추세다.

 확진자는 5일간 자가 격리가 현행 권고 사항이라는데, 코로나에 걸리사흘 정도는 가만히 있기에도 몹시 아프기 때문에 확진자 자신도 차라리 격리를 택해 조용히 쉬는 게 나을 것이다.

  

 우리 가족 네 명은 2022년 일 년에 걸쳐 한 번씩 1주일 격리생활을 했다. 재감염자는 아직 없다. 격리 장소는 안방이었다. 욕실이 딸려 있고 와이파이가 잘 터지며 큰 창문도 있어 그나마 덜 답답하기 때문이다. 공통적으로 초기에 인후통과 몸살이 있었으나 다행히 미각과 후각은 잃지 않아서 큰 불편 없이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널찍한 방에서 맘껏 휴대폰을 보고 극진한 챙김과 단독 밥상을 받는 호사를 누린 셈이기도 하다.

 

 불멸의 코로나 뒤늦게 격리되는 분들에게 도움 되고자, 또 우리 집 안방에 누군가 다시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작년 우리 집의 격리 정리다.


    



 목이 아플 때 잘 넘어가는 음


 코로나에 감염된 하루이틀은 목이 찢어지듯 아프고 배가 고파도 뭘 먹기가 싫었다. 물을 마시면 목이 촉촉해서 좀 낫지만 마시는 족족 어디로 증발되는 건지 입안과 목 엄청나게 건조하고 물배만 차서 괴롭다.


 가습기 켜 놓고, 마시기 편한 이온음료, 진통작용도 하아이스크림넉넉히 준비 약국에서 코로나 약을 받  후통에 뿌리는 스프레이같이 었다.

 신히 키기 가능하다면 나나를 우유와 갈아 주거나 죽보다 묽은 미음이 좋다.

 그나마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맵지 않은 국물음식(만둣국, 수제비, 미역국 등)을 뜨겁지 않게 한 김 식서 준다.

 죽, 냉우동, 묵밥, 파스타 등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메도 추천한다.

 

먹고싶다고 매운 죽 주문하더니 반도 못 먹음
국물류는 좀 식혀서
냉우동은 미끌미끌해서 넘기기 좋다, 대파는 장식
곱게 간 생바나나우유
미역국과 쇠고기구이
야들야들 시원한 묵밥
자극적이지 않은 파스타



간편 식품의 적절한 활용


 매일 집에서 세끼를  주기는 힘들다. 밀키트나 시판 제품, 주변 맛집 음식 공수 등 적극 고려한다.

 잘 고른 즉석식품에 있는 재료를 적당히 추가여 풍성함을 더한다.

 

 

피자전문점 피자로 리프레시
밥만 지어 넣으면 되는 유부초밥과 파는 코울슬로
부드러운 육회를 사서 양념만
동네 순댓국 맛집에서 사 온 순댓국
사 온 물냉면과 왕만두



평소 좋아하는 음식으로  올리기


 몹시 아픈 시기가 지나고 몸이 웬만해지면 이제는 맛있는 것도 먹고 싶 나가고 싶어 진다. 

 격리생활이 '요양'에서 '수감'이 되는 순간이다.

 격리자의 컨디션이 좋아서 다 먹을 수 있다면 평소대로 도 된다.


 콤한 음식을 좋아하는 작은딸, 연어를 좋아하는 큰딸, 청국장찌개와 카레를 좋아하는 남편평소에 즐기는 음식을 준비해서 문을 두드리면 엄청난 호응을 받는다.

 

돼지고기김치찌개와 잡곡밥
전생에 곰이었나 싶은 가족분이 계시다
평소 먹던 청국장과 콩나물무침
언제나 만만하고 맛있는 카레라이스
김치볶음밥과 닭봉구이
자신 있는 메뉴, 오징어덮밥



주말엔 시간을 들여  특식


 남편 리하기가 취미다.

 격리기간 주말에는 남편이 수육, , 샤브샤브 등을 만들어 주었다.

 누가 의 밥을 차려준다는 게 얼마나 마운 남편의 리를 먹을 때마다 낀다.


국물 있는 수육-남편 작
죽순, 새우를 넣은 중식해물덮밥-남편 작
한그릇 샤브샤브-남편 작
오징어와 수란을 곁들인 콩나물국-남편 작



격리 종료 임박 시점


 리자가 비대면으요구하는 내용과 말뽄새를 보면 웬만큼 살만해다는 것이 보인다.

  집어 oo 치킨이 먹고 싶다거나 바깥세상 공기는 어떻냐거나 한.

 이제 격리기간이 남았을 뿐이지 '일반인'이다.

 

 너도 나도 고생 많았다.


간단한 과일과 커피, 직접 발라 먹는 샐러드빵
볶은김치로 만든 삼각김밥
냉동실 만두 없애는 날이었나
치킨은 치유의 시간




 불행을 피할 수는 없지만 처리할 수는 있다


 격리생활은 아예 경험해 보지 않거나 한 번만 해 보는 게 제일 좋겠지만 원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안 좋은 상황을 겪을 때 나 자신과 우리 아이들에게 항상 당부하는 건 '그래도 이 정도면 얼마나 다행이야!'하는 마음이다.

  집에서 혼자 먹는다고 허술하게 끼니를 때우던 엄마도 격리하는 가족 덕에 이것저것 만들어 다채로운 밥을 먹게 됐으니 일석이조였다.


 지나고 나니 코로나 격리 생활도 무용담이 되어 조금씩 부풀려진다.

 아들이 군대 갈 나이에도 죽지 않고 회고되는 중년 아빠들의 군대 이야기가 요러한 맥락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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