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보석을 내놓아라

by 이명선

남편의 목공수업 마지막 작품은 보석함이었다.


"최고급 레드우드로 한 땀 두 땀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보석함! 그걸 받고 행복해할 아내를 상상하며 세 땀 네 땀 흘리며 작업했다니!"


라며 감동하기엔, 나는 남편이 보석함을 만든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부 구조를 똑같이 나누지 말고 약간 길쭉한 부분을 추가해 달라고 주문도 뒀다. 뱅글처럼 모양이 잡혀 있는 팔찌와 시계까지 보관하려면 넓은 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개의 원목 보석함을 들고 왔다. 하나는 연습용 나무로 리허설 겸 만든 것이고 하나는 고급 소재로 만든 본품이었다.


"넣을 보석이 없는데 보석함만 큰가?"


공들인 요리를 식탁에 놓으며 '아유, 간도 안 봤는데 먹을만할지 모르겠네'하는 시어머니처럼, 남편이 수줍게 말했다.


나는 장신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시어머니가 결혼 예물을 해 주실 때 다이아몬드, 금, 유색보석 이렇게 맞추자고 하셨는데 나는 두 개만 했다.

남편이 취업한 지 몇 달 밖에 지나지 않은 때였다. 시부모님이 결혼 비용을 부담하셨는데 내가 예물을 세 가지나 고를 처지가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원체 금은보석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나는, 어차피 안 할 보석은 필요 없고 귀를 안 뚫었으니 귀고리도 필요 없다고 고집했다. 어머니의 단골 금은방 사장님은 이런 며느리가 어딨냐고 감탄하셨지만 그 찬사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었다.


지금은 '귀를 뚫고라도 귀고리까지 챙겼어야지! 세 세트 해 주신댈 때 다 받았어야지!'라고 후회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랬다.


보석함 두 개


"넣을 게 왜 없어! 나도 반지 목걸이 팔찌 다 있어."


가지고 있는 것들을 꺼내 왔다. 나는 목걸이가 제일 많은데 줄이 굵지 않은 목걸이들은 바닥에 놓아 보관하면 엉킨다. 안타깝지만 지금처럼 화장대 옆에 나란히 걸어두어야 한다.

보석함은 이층 구조다. 칸칸이 나뉜 윗단을 들어내면 아래쪽에 칸막이 없이 통으로 된 공간이 있다. 윗단에는 팔찌와 반지, 시계를 배치했다.

나에겐 무려 다섯 돈짜리 금노리개가 하나 있는데 이다음 딸들 결혼식 때 분홍색 혼주 한복에 멋지게 매달고 하객들을 맞을 생각이다. 그 순간을 상상하며 금노리개는 아래층 독방에 소중히 뉘었다.

내가 반지를 이리 놓았다 저리 놓았다 하는 것을 보던 남편이


"에이, 넣을 게 별로 없네."


했다.

그 말에 연애시절 남편이 처음으로 내게 14k 목걸이를 걸어 주던 날이 떠올랐다. 그는 아무 날도 아닌데 갑자기 주섬주섬 목걸이를 꺼냈다.


"돈이 없어서 펜던트는 못 샀어. 다음에 꼭 사 줄게."


열심히 만든 보석함을 주면서도 아내에게 보석이 없다고 머쓱해하는 얼굴이 30년 전 그날과 똑같다.


괜찮아, 여보.

전용보관함도 두 개나 생겼겠다, 이제부터 생일이나 기념일 같은 날 금붙이로 주시면 돼요.


모아모아 둔 나의 보물들




아, 그리고 그때 말한 그 펜던트,

어째 받은 기억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