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4. 네 장 줄거리, 이제는 실전으로

by 이명선

지난주에 우리들이 제출한 '뮤직비디오 보고 대본으로 써 보기' 과제의 피드백 시간을 가졌다. 우수 과제 몇 편에서 배울 점을 들었고, 과제 몇 편에서는 모두가 참고하면 좋을 문제점을 함께 체크했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좋은 과제로 고른 대본은 내가 보기에도 잘 썼다. 등장인물의 배경도 하나의 이야기처럼 잘 만들어냈고 지문을 읽으면 그 장면이 거스름 없이 떠올랐다.

모두가 하는 실수라며 지적된 요소들은 역시 내 글에도 들어 있었다.

내 대본은 잘한 과제도 아니고 다 같이 보며 반성할 과제도 아닌, '언급하지 않은 나머지 과제들의 그룹'에 들었다.

누군가가 잘 썼다고 해 주길 기대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대본 형식을 처음 써 봤으니 이 정도면 잘했다! 고, 나의 등을 내가 토닥였다.


한 명이 과제 제출을 늦게 했다. 선생님이 '기본적인 약속 시간'을 강조하실 줄 알았는데 오히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성해서 냈다는 점을 칭찬하셨다.

가만 보면 선생님은 겉바속촉 스타일이다. 자기는 원래 여과 없이 할 말은 하는 냉정한 타입이라며 잔소리를 한번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데, 가만히 들으면 혹시 애들이 울까 봐 조심조심 타이르는 유치원선생님 같다.


지문 쓰기 방법

1. 비유나 감정 상태 묘사 같은 표현보다는 시각적으로 그려지게 한다 - 소설적 지문도 필요할 때가 있지만 우리는 기본에 충실한 지문 쓰기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2. 가독성이 좋은 지문을 쓰자 - 특히 공모전용은 피곤한 심사위원의 눈에 잘 들어가게 보기 좋은 편집이 중요하다.

3. 문장 시제는 기본적으로 현재형으로 쓴다.


네 장 줄거리 쓰기 과제

다음 과제는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네 장 줄거리로 써 오기다. 그 후에 이 줄거리를 바탕으로 단막극 대본 하나를 완성해 가는 여정이 기다린다.

네 장 줄거리 쓰기는 스토리의 초반-중반-후반을 완성해 보는 훈련이다. 자유 주제와 제시 주제 중 하나를 고른다.

집으로 오는 내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했다.

이건 마치 10km 마라톤 경기에 처음 선 기분이랄까. 그동안 기분 내킬 때 동네 공원의 둘레길만 뛰던 나는 10km를 끝까지 뛸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 알 수 없는 초보 러너다.

러고 보니 이런 기분이 참으로 오랜만이다.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도전을 시작하는 설렘과 두려움이 반반 섞인 지금 상황이 나쁘지는 않다. 달리기 경기나 대본 쓰기 여정이나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달리기와 글쓰기는 결국 나의 힘으로 혼자 해내는 일이지만, 앞과 옆에서 달리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다리에 힘이 풀리는 순간도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미술 시간이 떠오른다.

내가 생각해 둔 이야기들은 찰흙덩어리 상태다. 사람을 빚어 보겠다고 찰흙을 떼어내 판 위에 올려놓고 주물럭거리며 아직 어떤 모습의 사람을 만들까 고민한다. 반가사유상의 포즈에서 살짝 틀어진 자세로 깊은 생각에 잠긴 남자를 빚어낼 실력은 아직 안 된다.

묵묵히 놓인 찰흙덩어리에서 머리 몸 팔다리의 형태를 뽑아내고 그 형상이 중심을 잡고 서게 하면 성공이다.


설령


- 오, 저거 대왕 선인장이야?


하는 말을 듣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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