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핑펫 인생

사이버 펫이 들려주는

by 이명선

신나게 점프하던 나의 햄스터 리치가, 어어? 하는 순간 연속으로 등장한 이글루를 피하지 못하고 몇 번 갇히더니 죽어버렸다.

나는 이어하기 버튼을 눌러서 리치를 살린다. 리치를 살리려면 랜덤으로 뜨는 5초 혹은 30초 사이의 광고 시간을 지나야 한다. 광고 견디기의 대가를 치른 후 리치를 살려내면 녀석을 움직이는 것은 내 손가락이니까 제2의 도전 기회를 얻는 것은 리치이면서 곧 나다.


네이버페이 앱의 점핑펫은 단순한 게임이다.

유저가 키우는 사이버 펫이 한 칸씩 뛰어올라 높이 높이 올라가면 된다. 이 길의 끝에 무엇이 나오는지는 아직 모른다.

내 펫은 한 칸씩 간격을 두고 늘어선 디딤돌을 성실하게 점프해서 올라가야 하는데 중간에 비행기 아이템을 먹으면 단번에 쭉 배송되는 수직상승 버프를 받는다.

사탕이 가득한 공간에 도착하면 부지런히 사탕을 주워 먹어야 하는데 내 라인에 있는 것들을 먹다 보면 바로 옆 라인에도 똑같은 사탕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다. 그것들을 눈 뜨고 보기만 하는 게 아까워서 옆 줄의 사탕을 먹겠다고 잽싸게 이동했지만 거기 가서 먹으면 어차피 내 길에 있는 것은 놓치는 구조였다.

몇 번 레이스를 해 보니 사탕 구역에서는 이쪽저쪽 오락가락하며 먹으나 오로지 한 우물을 파나 수집하는 사탕의 총량은 같았다.


사탕만 있는 건 물론 아니다. 갑자기 나타나는 장애물들을 피해야 하는데 내가 올라서야 하는 디딤돌 위에 석기시대 도끼가 놓여 있기도 하고 그 도끼를 든 설인이 길막을 하기도 한다.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지만 잘못해서 부딪히면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렇지만 열심히 뛰면 뛸수록 에너지는 채워진다. 에너지가 다 채워지기도 전에 자꾸 부딪혀 점수를 깎이면 나는 패배한다.


가만있어봐, 이거 완전히 우리의 인생과 똑같다.

내 길에 나타나는 디딤돌이 튼튼하건 흔들리건 한 칸 한 칸 밟아가는 게 최선의 방책이며 어쩌다 수직 상승의 비행기를 타도 짧게 화르륵 올라갈 뿐 방심하면 다시 죽음의 나락이었다.

심지어 플레이 일시정지 따위 없이 일단 시작하면 무조건 뛰어야 하는 것도 똑같다. 점핑펫도 인생도 움직이지 않거나 움직이는 것을 포기하면 바로 끝이다.




'그치만 인생에는 이어하기 버튼이 없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우리가 잠자리에서 눈을 뜨면 머리맡에 배달돼 있는 매일의 하루가 사실은 이어하기라고 생각한다. 지난주에도 갔고 어저께도 갔던 그 길을 오늘 눈을 뜨면 또 가야 하니까.

오늘은 사탕을 몇 개나 얻을는지, 나를 위한 전용기는 언제쯤에야 보이는지 각자 고민하며 지하철에 몸을 싣는 것이다.

비행기가 보이면 바로 올라탈 수 있게 점핑력을 키우면서 살아보자.

점핑펫에서 이글루를 처음 봤을 때는 그것이 먹어서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를 숨겨주는 아지트일 수도 있고 가둬버리는 족쇄일 수도 있었다. 일단 먹어봤다. 에너지가 푹 깎였다.

그런 경험을 한 후로는 이글루를 보면 피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 뜻과는 달리 또 이글루 안에 자진해서 들어가는 멍청한 짓을 한다.

예전에는 라스트 팡이 나를 일깨우더니 이제 점핑펫이 인생을 보여준다.


뒤늦게 본 게임 설명글에 이런 부분이 있었다.


점프를 반복하다 보면 아이템을 만날 수 있어요.

도움이 될지, 피해야 할지! 순간의 선택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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