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염식 1주 차
혈압 문제가 있어 2월 초까지 저염식을 하고 병원에 가야 한다.
내가 달고 짜게 먹는다는 말은 종종 들었지만 건강검진 지수에 드러나고 실제로 위기를 느낀 일은 없어서 방심하고 살았다.
맛있는 것을 먹는 즐거움에서 자유롭지 못하니 기운이 빠진다. 차라리 가리는 것 없이 골고루 잘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라면 훨씬 나을 텐데!
그래도 한 달만 미션을 수행하면 고혈압 이슈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니 일단 시작해 본다.
저염식은 성인 기준으로 하루에 소금 5g(나트륨 2000mg) 미만을 섭취하는 식단이다.
음식 싱겁게 간하기, 건더기만 먹고 국물 마시지 않기 정도는 저염식이 아니다.
내 몸으로 들어가는 모든 먹을거리에서 나트륨을 신경 써야 한다. 채소, 과일 같이 짠맛이 전혀 없는 자연식품에도 미미하지만 나트륨이 들어 있기 때문에 하루 2000mg 미만을 따지기가 힘들다. 아예 지금까지 먹던 음식들을 먹지 않아야 성공한다.
일단 외식은 금지. 그리고 집에서 준비하는 끼니에 간장과 소금을 넣지 않는다.
갑작스런 변화로 인해 분노에 찬 내 혀의 미뢰와 좌절한 뇌를 신맛과 매운맛, 달콤한 맛으로 속이고 있다.
활동량이 적은 사람은 아침에 따뜻한 물 한 잔만 마셔도 충분하다는 주장이 있다. 종일 집에 있는 내 아침 식사에 공을 들일 일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 올리브유 한 스푼과 화애락 터닝미 한 포를 먹는다. 아침 운동을 하고 나서 그릭요거트 위에 블루베리나 그래놀라를 올리거나 삶은 달걀을 하나 먹는 정도로 아침밥을 끝낸다.
점심 메뉴는 고민하지 않도록 채소찜과 샐러드로 고정해 놓았다. 매일 구성이 조금씩 다르게 채소를 찌고 과일과 샐러드를 먹는다. 오늘 점심도 양배추와 미나리, 당근을 가늘게 채 썰어 발사믹식초와 올리브유를 뿌린 샐러드와 브로콜리, 고구마, 달걀, 단호박을 찌고 생블루베리와 완숙 토마토를 먹었다.
이렇게 먹으면 배가 부르다. 그리고 한 끼 비용이 더 든다.
요즘은 마트에서 식품 포장지를 유심히 본다. 칼로리가 아닌 나트륨 양을 체크한다. 식품들에 나트륨이 정말 많이 들어있다.
일반 식빵 한 장에 성인의 일일 권장 나트륨양(2000mg)의 10퍼센트 가까이가 들어있어서 놀랐다. 그리고 좋아해서 가끔 먹는 소금빵 하나에는 하루 권장량 25퍼센트의 나트륨이 있기도 하다. 예전의 나는 아메리카노와 함께 소금빵 서너 개쯤을 먹곤 했다. 배가 불러도 입이 좋아하면 멈추지 못했다.
하루 한 번 저녁 메뉴는 저염이나마 다양하게 먹고 싶은 간절함으로 찾아보니 먹을 만한 것들이 눈에 띈다. 나는 밀가루 대신 쌀 93%로 만들었다는 쌀소면을 쓰고 있었는데 거기에도 100그램당 750mg의 나트륨이 있었다. 반면에 노브랜드에서 발견한 건조 쌀국수면에는 50mg의 나트륨이 있었다. 그래서 어제저녁의 메뉴는 삶은 쌀국수면 100그램에 검은콩 국물을 부은 콩국수였다.
소금을 넣지 않아도, 김치를 곁들이지 않아도 한 그릇을 싹 비웠다.
저염식을 하면서는 충분히 많이 먹고 분명히 배가 부른데 뱃속인지 가슴속인지 알 수 없는 어딘가가 늘 허전하다. 그래서 과일 같은 주전부리를 하거나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그나마 커피는 마셔도 된다니 숨통이 트인다. 커피까지 금지라면 완전 슬펐을 거다.
물론 육류를 먹어도 된다. 그런데 나는 양념해서 볶거나 구운 고기를 좋아하지, 순하게 찌거나 삶은 고기는 맛이 없다.
그러다 보니 스님의 식단이다. 그래도 스님은 장아찌를 드시던데!
긴 네 다리를 쭉 뻗고 자는 군밤이를 바라보다가 문득 궁금해서 사료 봉지를 살펴보았다. 100그램당 290밀리그램의 나트륨이 있다. 모닝빵 수준의 짠맛이라고 한다. 쟤도 맨날 그렇게 심심한 것만 먹으니 나처럼 속이 허망해서 육포 한 가닥에 그렇게 정신을 놓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