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은 소문내고 하자

다이어트도 원래 소문내라 했다

by 이명선


지난주에 살림살이 몇 개를 샀다.

미니멀리스트를 한다며 그렇게 사 들였냐는 말만 서너 번 들었다.

'불필요한 추가 구입이 아니고 더 나은 대체제 구입'이라고 번번이 해명했다.

설명에도 불구하고 의심의 눈꼬리를 계속 보이는 지인도 있었다. 그래도 따끔한 반응들이 고마웠다.

주부 26년 만에 이제 미니멀리스트가 되겠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니 좋은 점이 제법 있다.




얼마 전에 먼 여행을 다녀왔는데 예전처럼 기념품을 쉽게 사지 못 했다.

추억이라는 포장지에 고이 싸서 멀리서부터 지녀올 만한 것인지 따지게 됐다. 올해부터 미니멀한다고 큰소리쳤는데 지금 당장 눈에 예쁘고 특이하다는 이유로 골라 담기가 머쓱했다.

엄청난 유럽 물가도 이유이긴 했다. 수제라고는 하지만 작은 볼에 담은 그릭요거트와 커피 한 잔을 만 오천 원 주고 먹고 나오면 제아무리 멋진 기념품 앞에서도 쉽사리 카드를 꺼내기 힘들다.


기념품샵 여기저기를 사진으로 찍으니 희한하게도 물욕이 절반쯤은 채워졌다. 좋은 방법이었다. 두고두고 사진을 보며, 거기 이런 게 있었지, 안 사 왔지만 아쉽지는 않군,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기념품샵 코너, 쏘니를 찾아라




휴대폰에서 손가락질 한두 번이면 결제까지 끝나는 인프라에서는 쇼핑을 절제하기가 만만치 않다.

요즘은 물건을 살 때 제법 신중해진다. 꼭 필요해서 사는 것인지, 평생 쓸 만큼 마음에 들고 내구성이 좋은지, 환경친화적인지를 살펴보고 충족되는 것을 선택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실제 구매까지 장벽이 많아지고 결국 현관문 앞에 택배 상자가 놓이는 횟수가 크게 준다.


이번에 산 물건 중에는 싱크대 앞에 깐 기다란 천 매트가 있다.

두툼한 PVC 양면 매트를 10년 넘게 사용했었는데 폭신한 느낌과 방수 기능은 그대로였지만 오염들이 생겨 지워지지 않았다. PVC도 친환경 소재는 아니라서 걷어버리고 두꺼운 실로 촘촘히 짠 천 매트를 구입했다.

꽤 묵직해서 주방 바닥의 물기를 흡수하는 용도로 깔아 두니 딱 좋았다. 때때로 세탁해서 볕에 잘 말려 가면서 오래오래 쓸 거다.


매트를 주문하고 나서 '도쿄의 부엌'이란 책을 보는데 비슷한 천 매트를 깐 집들이 많았다.

왠지 살림 고수들이 애용하는 물건인 거 같아 기분이 좋았다.


딸 말로는 왠지 아제르바이잔 스타일이라고



없던 물건을 새로 산 경우도 있다. 욕실 앞에 빨래 바구니를 새로 놓았다.

원래는 가족들이 각자의 빨랫감을 세탁실에 갖다 놓았었고 집안에는 별도의 빨래 바구니가 없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벗은 속옷과 옷가지들을 세탁실로 갖다 놓으려면 몸을 가리고 돌아다녀야 하니 민망해서 일단 욕실 안팎 어딘가에 잠시 놓아뒀다가 다 씻고 나서 다시 집어 가게 된다.

게다가 우리 개는 바닥에 옷을 두면 바로 깔고 앉아 버린다.


궁리 끝에 해초로 짠 바구니를 하나 샀다. 세탁물을 바로 갖다 놓기 어려운 경우엔 그냥 그 안에 넣어두게 했다. 바구니는 내가 바로바로 비우고 있다.

이제는 내가 저녁 준비를 하는 뒤편으로 헐벗은 남편이 후다닥 세탁실에 다녀오지 않아도 되니 서로 좋다.


플라스틱이 아닌 빨래 바구니, 평소 발수건을 걸쳐 둔다




물건은 덜 사고 오히려 불필요한 잡동사니를 정리하니 주변이 쾌적해진다. 감동과 쓸모가 없어진 물건은 계속 줄여 가고 새로 구입해야 하는 물건은 까다롭게 들일 생각이다.

그리하여 몇 달 몇 년을 두고 보아도, 이거 잘 샀네, 하는 살림들로 채우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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