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명선 May 19. 2023

생활비 받은 날

줄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물가가 대놓고 오르고 은근슬쩍 오르고, 참 많이 올랐다.


 며칠 전에 불고기버거를 사 먹으러 갔다가 한우불고기버거 단품이 8400원부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 노안 때문에 6과 8을 헷갈리나 싶어서 사진을 찍어 확대해 보았다.

 버거 하나에 8천원이 넘다니 이런 세상이 오는구나. 도대체 매일 밖에서 사 먹어야 하는 사람들은 뭘 어떻게 먹으라는 거야?

 내가 한창 젊었던, 저 투쟁의 90년대에도 안 생기던 분노가 화르륵 타오르는 것도 같았다.

 

 그렇지만 전날 밤에 티브이에서 볼 때부터 불고기버거가 먹고 싶었던 터라 불꽃을 일단 덮어두고 한우 아닌 수입고기버거로 먹고 오긴 했다.


 

한우 패티 두 장 든 더블한우불고기버거는 12400원부터





 물가 인상 때문에 저절로 더 나가 비용이 있고, 노력한다고 아낄 수 없는 항목도 있으니 내가 신경을 쓰면 줄일 수 있는 지출만이라도 줄여봐야겠다.


 어떤 분야에서 절약을 잘할 수 있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텐데 나는 외식 비용 줄이기가 가장 쉽다.

 '오늘왠지 밥 하기 싫고 귀찮아'라는 이유로는 외식을 하지 말고 몸이 힘들거나 무슨 날거나 하는 부득이한 경우에만 나가먹어야겠다.

 배달 음식은 소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배달비도 비싸져서 반강제적으로 이용하지 않은 지 오다.


 장보기 비용을 줄이는 팁으로 재래시장을 이용하라는데 나에겐 해당하지 않는다. 집에서 걸어가는 거리에 재래시장도 없고 아무리 시설을 바꾸고 결제 방식을 늘려줘도 어쩐지  잘 안 가게 된다.

 한 번에 파는 양이 너무 많고, 개별 상인과 직면하는 거 방식도 부담스럽다. 진열된 채소나 과일도 마트만큼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느낌이다.

 나로서는 가까운 마트에서 필요한 만큼만 식재료와 생필품을 구입하되, 냉장고를 자주 확인해서 버리는 재료가 없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 같다.

 얼마 전처럼 고기를 열심히 볶아놓보니 이미 변질된 것이어서 싹 버리는 멍청한 짓은 절대 금물이다.

  

 거실에 놓고 쓰는 공기청정기가 마침 5년의 계약기간이 끝났다. 내 인생의 5년은 정말 짧은데 위약금이 담보된 계약기간 5년은 참으로 길었다.

 한창 광고에 나오는 멋진 제품으로 유리한 조건에 꿔준다는 제안을 물리치고 멤버십 회원으로 전환해 쓰기로 했다. 월 렌탈요금 27900원에서 9900원으로 내려갔다.

 

 옛날 어른들도, 벌어라 하는 대신 아껴라 했다는데, 벌지 못하면 이렇게 아껴야 되겠다.      


 



 그런데 대폭 할인을 한다는 유혹에 넘어가서 그만, 평소 갖고 싶던 프랑스산 주물냄비를 십여 만원 주고 주문해 버렸다. 다음 달부터 2만원씩 아끼게 된 요금의 몇 개월치나 먼저 당겨 쓴 셈이다.

 그야말로 조삼모사의 전형적인 예다.

 

 냄비가 생기면 외식하러 나가는 대신 여러 가지 요리를 해 먹으며 식비를 아끼면 되지 않겠냐고 나 자신과 어물쩍 합의했다.

 스스로에게 엄격하지 못 한 순정 엔프피인 것이 분명하다.  

  

4인가족 찌개와 찜 가능한 사이즈로 충동구매


 25년 차 샐러리맨의 월급은 몇 년 동안 우리 집 노견의 눈곱만큼 올랐지만 불평은 금물이다.

 주변에는 여전히 회사에서 잘 나가는 남편들도 있지만, 오래 다닌 직장에서 벌써 명예퇴직 했거나 이미 임금피크에 들어선 남편들도 만만치 않게 있다

 아직 월급을 제대로 받아다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월급날이니 일단 맛있는 저녁을 먹어야지.

 지난 한 달도 고생하셨고 앞으로도 먹여 살려 주시라는 의미로 어떤 메뉴를 준비할지 고민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박한 살림의 재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