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쌍둥이 육아

아이들에게 더 시간을 줘야...

by 정대표


최근 서은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 물론 한국 나이 6살 난 아이가 말을 잘 들으면 얼마나 잘 듣겠냐만, 같은 날 태어난 새연이는 말을 곧잘 듣고 행동에 옮긴다. 부모로서 와이프와 내가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밥 앉아서 먹기, 제때 이빨 닦고, 세수하기 같은 일상적인 것들이다. 언제부턴가 새연이는 식사 시간이 되면 거의 일어나지 않고 앉아서 본인 먹을 몫을 다 먹는다. 밥을 먹고 나면 새연이는 우리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어느새 이를 닦으러 간다. 하지만 서은이는 일단 식사 자리에 앉는데도 한참 걸릴뿐더러 식사 시간도 길다. 잠깐 앉아 한 수저 뜨고 냉장고로 가 우유 가져오고, 또 한 수저 뜨고 다시 이모 방으로 가 이모가 뭐 먹는지 보고, 또 한 수저 뜨고 또 다른 일을 하는 등, 서은이 밥을 먹게 하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새연이는 혼자서도 잘 논다. 그림 그리기나 색칠하기 같이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에는 집중을 매우 잘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서은이는 본인이 혼자서 무엇을 하는 거 같아도 금세 다시 부모나 이모에게 달려가 ‘놀아달라’고 한다. 그렇게 해 같이 무엇인가를 시작하려고 하면 그 자리에 오는데 밥 먹을 때처럼 또 한 참 시간이 걸린다. 어렵게 시작을 해도 5분도 되지 않아 다른 놀잇감을 찾는다던가, 딴짓을 하는 게 일상이다. 이러다 보니 서은이에게 잔소리를 하는 횟수가 너무 늘었다. 더 문제는 이야기를 해도 제대로 듣지 않는다는 거다. 아마 본인도 벌써 부모가 하는 이야기가 ‘잔소리’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잘 듣지 않는다. 듣고 모르는 척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아예 듣지 않는 경우도 많은 거 같다. 게다가 이를 닦으라, 밥을 먹으라라고 하면 네다섯 번은 이야기를 해야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제가 그 절정이었는데, 저녁 식사 시간, 모처럼 호텔에서 밥을 주문해서 상을 차렸다. 예전에도 한 번 시켜먹었는데 가격 대비 음식이 고급스러워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새연이는 예상대로 너무 맛있다며, 그 많던 볶음밥을 혼자 2/3를 먹었다. 그러나 서은이는 평소와 같은 패턴을 보였다. 자리에 앉는데 한 참, 먹기 시작하는데 또 한참 걸렸는데 그나마도 먹지 않는다. 왜 안 먹냐 물어보니 ‘맛이 없단다’ 그럴 리가 없다. 호텔에서 시킨 밥이 맛이 없다면, 앞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다. 게다가 전에도 잘 먹던 음식들이었다. 이러면 안 될 거 같아, 다 먹지 않으면 후식도 주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제야 깨작깨작 먹기는 하는데 줄지 않는다. 급기야 다 먹은 새연이에게는 과일과 케이크를 후식으로 주면서 서은이에게 빨리 먹고 같이 후식을 먹자고 이야기를 했다. 그래도 먹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혼내서 겨우 겨우 먹기로 한 양을 먹였다. 그다음이 더 문제였다. 식사를 하고 잘 시간이 되어 양치를 하는 시간이 됐다. ‘서은아 치카치카 해’ 하니, 또 어느 때처럼 마루로 도망을 간다. 하루 종일 이야기를 듣지 않은 터라 나도 화가 났다. ‘김서은! 이 닦으라고 했지!!’ 소리쳤다. 그제야 화장실로 와 칫솔을 드는데, 서은이가 ‘하나도 무섭지 않지~’라고 하는 게 아닌가. 헐. 말문이 막혔다. 6살 아이가 할 수 있는 이야기인가도 싶었다. 놀이방으로 데려가 마구 혼냈다. ‘그렇게 무섭지 않으면 이 방에서 혼자 자!’라 이야기하고 방문을 닫았다. 아이는 울기 시작한다. 무섭다며 통곡을 한다. 우리 서은이와 이런 패턴을 반복한 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나는 다소 권위적인 부모 밑에서 자랐다. 강한 성격을 가진 어머니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칭찬을 받은 기억은 없고, 늘 혼난 기억만 있다. 가장 듣기 싫었던 소리는 ‘형이니까 참아야지’였다. 동생이 잘못한 경우에도 어머니는 같은 이야기를 하셨다. 늘 같은 잘못을 해도 동생은 혼나지 않고 나만 혼났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 나는 부모란 존재가 다 그런 건 줄 알았다. 그런데 다른 부모님을 보니 꼭 그런 건 아니더라. 그래서 나는 적어도 권위적인 부모, 야단만 치는 부모는 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매우 어려운 일이란 걸 느낀다. 내가 지금 서은이를 야단만 치고 있다. 물론 이쁘다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서은이가 필요할 때 내가 곁에 있어주는지, 서은이가 필요할 때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또 서은이가 어릴 적 나의 모습을 많이 닮았기 때문에 더 힘든 것도 있는 거 같다. 왜 서은이가 나나 와이프 이야기를 듣지 않는지 생각해보면, 밥은 본인이 배고플 때,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은데 부모가 일방적으로 먹으라고 하는 것처럼 서은이는 느낄 거고, 양치나 샤워 역시 본인이 마음이 동할 때 하고 싶은데, 부모가 일방적으로 빨리 하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서은이는 느끼는 것 같다. 나는 지금도 누가 내게 뭘 하라고 하는 게 싫다. 가르치려고 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본능적으로 반감이 생긴다. 누가 뭐래도 내가 하고 싶을 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려고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게 나다. 서은이랑 똑같다.



그런데 그렇게 살면 얼마나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그리고 또 나는 얼마나 힘든지, 그렇게만 살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서은이를 야단치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내가 이런 성향을 타고나 싫으니 나와 똑같은 모습을 보이는 서은이에게 더 쉽게 감정적이 되는 거 같다. 이 주제로 와이프와 어젯밤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서은이에게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콜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서은이가 오면 언제든 이야기를 들어주고 원하는 것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늘 야단치고, 일할 때는 늘 서은이에게 곁을 주지 않으니 서은이가 더 그런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빠는 내가 원할 때는 놀아주지도 않으면서 조금만 잘못해도 잔소리하고 야단치는 그런 아빠가 벌써 돼 버린 건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또 6살이지만 어른처럼 너무 말을 멀쩡히 잘하는 아이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다 큰 어른처럼 대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아직, 아니 고작 6살, 이제 세상에 나온 지 4년 반밖에 되지 않았다. 40년도 넘게 산 나도 다 크지 않았는데, 5년도 살 지 않은 아이에게 빨리 크라고 다그친 것만 같아 미안하다.



아직 우리 아이들에게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더 시간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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