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우리 아이들
딩크족을 꿈꾼 것은 아니지만 딩크족이어도 좋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꼭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 데다가, 부부 둘이 사는 것이 너무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마가 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보겠다는 와이프 선언이 있고 난 후 2년이 지나 결혼 11주년을 앞두고 두 딸의 아빠가 되었다. 쌍둥이 아빠가 될 거라고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았으나, 키워보니 장점이 많은 거 같아 쌍둥이를 키워 좋은 점을 한 번 이야기해보려 한다.
한 번의 출산이라 효율(?)이 좋다
이건 내 이야기가 아니다. 쌍둥이를 낳고 나서 와이프가 한 이야기다. 한 번 해보고 나니 출산 한 번 더 하는 건 너무 힘들 거 같단다. 다른 사람들 두 번 해야 얻는 아이들을 한 번에 얻을 수 있으니 하는 얘기다. 1분 차이로 세상에 나온 아이들 이름이 대기실 모니터에 나타난 게 너무 신기했고,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아이를, 그것도 쌍둥이를 낳았다고 하니 주변에서 정말 많이 축하해줬다. 하지만, 쌍둥이 출산 (다태아 출산이라고도 한다)은 위험이 단태아 출산에 비해 크다. 조산 확률이 높고, 임신 중독 확률도 높다. 실제로 우리 아이들 모두 34주 차에 태어났고 2킬로 미만으로 태어난 조산아다. 임신 중독 확률도 매우 높은데 와이프 경우, 출산 휴가를 한 다음 날 정기 검진을 받으러 가서 임신 중독 판정받아 바로 입원했다. 주변에도 10쌍 가까이 쌍둥이가 있는데, 그중 3쌍은 출생 직후 건강이 좋지 못해 아이 둘 모두 인큐베이터 신세를 졌다. 우리 아이들 중 새연이도 인큐베이터에 있었고, 1달간 병원 신세를 지고 나서야 엄마 곁으로 올 수 있었다. 쌍둥이 출산이 위험하긴 하지만, 그래도 한 번에 두 아이를 얻는 기쁨이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
키우는 재미가 두 배, 아니 네 배
이란성쌍둥이인 우리 아이는 키와 몸무게는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아이들 외모와 성향은 다르다고 느낀다. 서은이는 전체적으로 와이프를 닮았다. 피부가 하얗고 코도 오뚝하다. 팔과 다리 길이, 그리고 체형이 와이프 판박이다. 쉽게 잠에 드는 것도 와이프랑 닮았다. 그런데 두상이 나랑 똑같고, 목소리 톤이 나랑 비슷하다. 식성이 좋은 것도 나랑 판박이다. 내 눈을 닮아 그런지 웃는 모습과 표정이 나랑 비슷해 깜짝깜짝 놀란다. 새연이는 전체적으로 나를 닮았다. 피부가 약간 검고 손과 발 모양 그리고 체형이 나랑 같다. 잠을 잘 들지 못하는 것도 나랑 비슷하다. 반면에 두상이 와이프랑 같고 와이프 눈을 빼닮아 웃는 모습과 표정이 와이프와 똑같다. 절묘하게 나와 와이프 특징을 나눠 가진 쌍둥이라 이렇게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이럴 땐 나 같고, 저럴 땐 와이프 같다. 같은 나이니 더 비교가 잘 된다. 이렇게 우리 부부를 골라 닮은 아이 둘을 동시에 키우는 게 너무 재미있고 흥미롭기까지 하다.
손이 덜 간다
이건 세 돌이 지나서 느낀 점이다. 나이가 같으니 노는 수준이 같아 둘이 잘 어울려 논다. 아빠나 엄마가 필요 없을 때가 꽤 있다. 가끔 영화 틀어주면 둘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보기도 하고, 간식을 주면 나눠 먹곤 한다. 특히 물놀이를 할 때엔 의기투합이 잘 된다. 어쩜 그렇게 즐겁게 노는지 밖에 있어도 어떻게 놀고 있는지 상상이 될 정도다. 이 외에도 그림 그리기, 레고 만들기, 스티커 붙이기, 블록 쌓기 등 같이 놀이를 즐기곤 하는데, 이럴 땐 쌍둥이 낳길 잘했단 생각이 절로 든다. 반면 야외에서 놀 땐 힘이 부치긴 한다. 하나가 아니라 둘을 데리고 놀아야 하니 모든 게 두 배다. 특히 한꺼번에 둘이 안아달라고 할 땐 40대 아빠와 엄마는 힘에 부친다.
마지막으로 사랑을 할 수 있게 됐다
모든 부모에게 해당되는 말이긴 할 거다. 쌍둥이를 얻고 나서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많은 종류의 사랑이 있지만 부모 자식 간 사랑이 그중 제일이라는 말도 실감이 났다. 한 아이는 날 빼닮아 이쁘고 또 다른 아이는 와이프를 닮아 이쁘다. 말이 통하기 시작하니 어른이라 착각하고 나무라다가도 이제 한참은 자라야 할 6살 아이라는 걸 깨닫고 목소리가 누그러들기도 하며, 떼를 쓰는 아이를 보며 훈육을 해야 할 상황에 딸바보 아빠는 그런 아이들 모습이 너무 이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기도 한다. 아이들이 웃을 땐 나도 따라 웃어 행복하고, 아이들이 울 땐 내 가슴도 운다. 아이가 아플 땐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고 수백 번도 더 기도했다. 특히 서은이가 고열에 시달려 태국 여행을 가서도 물놀이 한 번 제대로 못하는 모습을 보고는 너무 짠했고 괜히 내가 미안했고, 정말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여행을 다 마치지 못하고 한국에 돌아와 입원을 할 땐 아이를 괜히 고생시켰다는 생각에 한없이 미안했다. 이런 모습이 자식을 사랑하는 전형적인 부모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싱가포르에 가서도 아이들이 지금처럼 잘 자라주길 바랄 뿐이다. 사실 두 아이보다 우리 부부가 더 적응하는 게 힘겨울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보며 힘을 얻는다는 말 와 닿지 않았는데, 타향에서는 그 말을 실감하게 될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