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아빠의 고민

무력감 & 에너지 고갈

by 정대표

최근에 애플 와치를 구매해서 하루 운동량도 체크하게 되었는데, 핑계가 아니라 운동하러 나갈 시간이 없다. 와이프가 오면 시간이 나긴 하지만,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 한 사람에게 아이 둘을 또 맡기고 훌쩍 나가기는 어렵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혼자 나갈 기회가 있긴 하지만, 아이들 보는 한 달간 집돌이가 되었는지 발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하려면 얼마든지 하는데, 운이 나쁜 건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애들을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기가 꺼려진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나도 모두 집돌이가 되어가는 거 같아 답답하다.

애플 와치, 포장이 이쁘다


두 아이를 모두 곁에 두고 보고 있으나 따지고 보면 내 자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건 아니다. 아이들이 영상을 본다든지, 영어나 수영을 배운다든지 할 때에는 내 시간이 나오긴 한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하기가 무척 어렵다. 일단 생기는 시간이 1시간 안팎에 불과하고, 아직은 아이들 곁을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다 보면 시간은 빨리 가는데 난 대체 뭘 했는지 모를 때가 많다. 한 것 없이 하루가 훅 지나가는 느낌. 처음 1~2주는 좋았는데, 한 달 가까이 되어가니 무력감이 몰려오기 일보 직전이다. 몇 주 뒤면 회사에 나갈 예정이라 날 잘 다독이고 있지만, 만약 이런 상태가 기약 없이 지속된다면? 처음에는 무력감이 들다 나중에는 우울감이 들 것 같다는 예감이다. 아, 이래서 여성들에게 산후 우울증이라는 게 생기나 싶다.


옷 고르는 아이들, 신났다

그래도 모처럼 어제는 아이들 성화에 잠시 외출을 했다. 주말에 오차드에 있는 H&M에 들러 아이들이 옷을 보다가 신발에 마음을 뺏기는 바람이 옷 대신 신발을 구매했는데, 어제는 이제 옷을 사야 한다며 성화를 하길래 못 이기는 척 H&M으로 향했다. 확실히 여자 아이들이라 그런지 옷을 까다롭게 고른다. 옷을 고를 때는 주로 새연이 의견을 서은이가 따른다. 서은이가 옷을 마음에 들어해도 새연이가 싫다고 하면 서은이는 집었던 옷을 내려놓는다. 얌전히 옷을 고를 아이들이 아니다. 매장 안을 뛰어다니고, 서로 이야기하며 떠들고, 이 옷 달라 저 옷 달라 내게 성화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렇게 옷을 10번이나 들었다 놨을까 했을 때 분홍색 원피스를 서은이가 골랐다. 다행히 아이들에게 맞는 사이즈가 있었다. 새연이도 같이 그 옷을 들어 보려는데, 내가 새연이에게 물었다. ‘마음에 들어?’ ‘네. 이건 이쁜 거 같아요’ 하, 다행이다. 애가 옷 하나 마음에 드는 거 골랐다고 성취감이 든다. 그러나 이렇게 성취감을 맛보자마자 에너지가 고갈됨을 느꼈다. 오늘 저녁은 배달이다. Deliveroo로 우동과 돈가스 배달을 시켜 저녁을 먹었다. 내가 한 달간 아이들에게 치여보니 전업 주부들이 아이를 데리고 저녁에 또 외식을 하는지 이해하게 됐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하루 종일 치이다 보면 정신 에너지가 고갈되기 때문이다.

어제 산 원피스


원래 계획은 밀린 책도 읽고, 쉬면서 아이 둘을 여유롭게 돌보는 것이었는데, 아이 둘을 전적으로 돌보면서는 여유를 찾는 것은 무리였다. 그런데 이렇게 지내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진 않았다. 이번 주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싱가포르에 오실 예정이고 헬퍼도 3월 중에는 우리 집에 온다. 그리고 아이들도 3월 중순 이후면 하루 4시간이지만 유치원에 간다. 아쉽다는 생각이 조금 들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한숨 덜었다는 생각이 더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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