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더 가까워졌다
이제 전업 아빠로 산 지 3주가 되었다. 그동안 느낀 점을 적어보려 한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아침 먹으면 오전이 가고 점심을 먹으면 오후가 후딱 가버린다. 특별한 일정이라 봐야 하루에 한두 시간 아이들 영어 과외 혹은 수영 강습이 전부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외 시간은 영화를 보여주거나 같이 레고를 만들거나 아니면 둘이 그림을 그리며 논다. 신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과가 단순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지냈으면 이렇게 시간이 후딱 가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개인적인 시간이 줄었다
전업이니 늘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게 된다. 수영 강습을 받던 영어 과외를 받던 어느 정도는 아이들 소리와 반응에 귀를 기울이게 되더라. 아이들을 보면서 글도 쓰고 책도 읽으려고 했는데, (노력이 부족해 그럴지도 모르지만) 도저히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이곳 생활에 적응하느라 쓰는 에너지도 상당하고 아직 한국에 정리할 것들이 남아 신경을 아직 쓰고 있어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도 한 이유다. 그나마 아이들이 밤 9시 반이면 잠에 드니 자정까지 2시간 남짓 시간이 있어 다행이다.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다
싱가포르 오기 전, 와이프는 내게 여러 번 물어봤다. ‘정말 둘 다 볼 수 있겠어?’ 난 심드렁하게 ‘응 그럼. 어차피 유치원 보낼 건데’ 그러나 유치원을 보내기는커녕 아이 둘을 하루 종일 끼고 3주를 보내고 있다. 힘든 데 힘들지 않다. 아이들과 하루 종일 있는 게 회사 가는 거보다 더 피곤하다. 이런 면에선 힘든 일일 수 있는데, 코로나바이러스 탓에 집 주변에서 주로 활동을 하니 확실히 덜 힘들다. 바이러스만 아니었으면 아이들을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시간을 보냈을 거고, 그랬다면 육체적으로도 지금보다는 더 힘들었을 거 같다.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더 가까워졌다
예전에는 무슨 일만 있으면 엄마를 찾던 아이들이 제법 자주 아빠를 찾기 시작했다. 놀이도 아빠랑 식사도 아빠랑 목욕도 아빠랑 하면서 예전보다 정서적으로 훨씬 가까워진 것 같다. 아이들과 가까워지면서 자세히 아이들 표정을 관찰할 기회도 많아졌다. 전체적인 모습이 와이프를 닮은 서은이가 웃을 때 내 어릴 적 모습이 나오는 게 참 신기하고, 전체적인 모습이 날 닮은 새연이가 활짝 웃을 때 엄마 모습이 나오는 거 보는 게 너무 재미있다. 그러나 엄마가 오면 난 다시 뒷전으로 살짝 밀린다. 나랑 있을 땐 그러지 않다가 엄마만 오면 '엄마 안아줘'를 반복하면서 징징대기 시작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아이들에겐 엄마가 최고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