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기회
2019년 12월 12일
'자기야, 싱가포르에 내가 해볼 만한 job posting 떴는데 지원해도 될까?' 이게 올 6월의 일이다. 직장 생활 20년이 가까이 되어가는 와이프에게 다시 기회가 왔나 보다. 수년 전 다른 직장에서도 싱가포르에서 근무하는 job에 지원한 적 있었지만, 그 당시 expat을 줄이는 추세라 인터뷰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도 결국 offer를 받지 못했었던 터였다.
수년 전만 해도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이라 ‘why not?’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도 크고 있고, 생활이 여러 가지 면에서 급속도로 안정되고 있는 터라 말로는 '그래 당연히 지원해야지'라고 했으나,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지금 직장에서 이뤄 놓은 것, 아이들이 만족스럽게 다니고 있는 유치원, 3년이 넘게 우리와 같이 해준 이모, 마지막으로 3년 전 인테리어를 싹 해서 들어온 우리 집 등 싱가포르로 이주하면 버려야 할 것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기대 반 우려 반, 그런 마음을 가지고 와이프 인터뷰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다. 무려 6번에 걸친 인터뷰를 본 결과 hiring manager에게 소식을 듣기도 전에 싱가포르 recruiter를 통해 간접적으로 합격(?) 소식을 듣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와이프는 hiring manager에게 정식으로 offer를 받았고, 나는 '축하한다'라는 말을 와이프에게 건넬 수 있었다.
이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offer는 달랑 salary에 관한 것일 뿐 relocation package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어, 우리 가족이 싱가포르로 이주하여 살 수 있는 수준의 급여가 되는지부터 파악해야 했다. 아울러 내 직장문제를 해결해야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더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