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고비
Hiring manager로부터 오퍼를 받고도 정식으로 오퍼 레터를 받기까지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 싱가포르로 가지 못할 뻔한 상황도 벌어지고 말았다.
오퍼 레터를 받고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와이프 회사 글로벌 리더십에 변화가 생기면서 구조조정 계획이 발표가 되었다. 이때만 해도 뭔 영향이 있겠냐고 생각했다.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지켜보던 와중에 와이프 조직의 VP인 A가 직접 전화를 해 ‘한국에 남아서 2년 후 country head를 해주면 안 되겠니?’라는 제안을 한 게 아닌가. 이 구조조정 여파로 와이프 조직에서도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사람이 생기면서 와이프가 싱가포르로 가게 되면 와이프 조직의 오퍼레이션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A는 판단한 거 같았다. A가 강한 어조로 한국에 남아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한 터라 와이프는 고심에 빠졌다. 와이프는 A가 이미 본인의 선호를 밝힌 마당에 그걸 거역하고 싱가포르로 가겠다고 하는 게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나는 와이프에게 너무 쉽게 포기하는 거 아니나고 하면서 와이프 전 직장 매니저였던 T에게 조언을 구해보면 어떻겠냐고 말을 건넸다. 그날 밤 와이프는 T로부터 이런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이미 회사는 네게 줄 수 있는 패를 다 보여준 셈이다. 싱가포르로 가더라도 2년 뒤 네게 country head 자리를 다시 제안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지금은 싱가포르로 가는 게 더 나아 보인다.’
That’s what we want to hear from someone!
이후 와이프는 회사 내 다른 멘토들에게도 조언을 구했다. 모두가 다 와이프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와이프 조직의 VP인 A와의 통화는 특별했는데 ‘ups and downs가 있었지만, 네 결정 존중하고 앞으로 하는 일에 support 할 테니 걱정하지 말아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한다.
이렇게 완전히 싱가포르로 가기로 결정하고,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어야 할 때가 왔다. 살 곳과 아이들 교육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내 직장문제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