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hands are tied, 그리고 진인사대천명
우리 아버지가 곧 수술을 받게 되시는 걸 아는 한 친구와 카톡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걱정거리가 많을 텐데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느냐고 내게 묻길래 잠시 생각을 해 봤다.
나는 풀리지 않는 일이 있으면 빨리 해결해야겠다는 강박이 있는 편이다. 사소하게는 지금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닌데 갑자기 생각나면, 그 물건을 찾아야 직성이 풀린다. 회사 일도 그렇다. 지금 하는 일 중에 풀리지 않는 것이 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어떻게 풀어낼지 정리는 해둬야 직성이 풀린다. 해결 실마리가 잘 보이지 않거나 아직 문제가 정의조차 안 된 경우라면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하지만 문제가 정의되고 어떻게 풀지 길이 보이면 그다지 스트레스받지 않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결과에 대한 집착이 없어져서 그렇다. 결과는 내가 아무리 애쓴들 안 좋을 수 있고 애를 쓰지 않는다고 결과가 안 좋은 것도 아닌 걸 일하면서 살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에서도 인생에서도 나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아버지가 수술 문제도 그렇다. 내가 가족으로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최선의 치료 옵션을 찾는 것이다. 지인을 통해 어떤 병원이 조금 더 나은 치료를 하고, 어떤 선생님이 권위가 있는지 알아보는 게 아들로서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치료 결과까지 내가 컨트롤할 수는 없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은 있다. 대체 어디까지 노력을 해야 하냐는 거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그 ‘어디까지’가 다를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어디까지’ 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버지 수술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게 최상의 치료 옵션을 찾으려는 내 노력과 의사의 실력뿐만은 아닐 것이다. 어느 정도 운과 우연이 섞일 수밖에 없다. 적어도 난, 내가 정한 어떤 선까지 최선을 다하고 그다음에는 그 운과 우연, 그리고 그 일을 직접 하는 사람에게 결과를 맡기는 편이다. 그 결과를 내가 온전히 져야 하는 지금 같은 상황은 조금 다르긴 하다. 약간의 초조함과 답답함을 느낀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부모님 곁에 지금 가보지 못하는 상황도 한몫을 한다. 하지만 한국에 있든 외국에 있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수술이 잘 끝나길 기도하고 힘들어하실 아버지 어머니를 위로하는 일이다.
아무리 기가 막힌 일이 내게 일어난다고 해도 죽는 거 보다야 큰 일은 아닌 게 대부분이라고 여기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인생이란 게 우연히 태어나,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또 때가 되면 저 세상으로 가는 거 아니던가. 한 사람 한 사람 들여다보면 다들 사연도 할 이야기도 많은 게 사람 인생이지만, 사람이라는 집단으로 크게 보면 생로병사를 반복하는 집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까도 밝혔듯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족 문제라면 이야기가 달라서 안타까운 마음, 옆에서 모시지 못하는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는 있다. 하지만 'my hands are tied’.
가족 문제도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회사 일은 더 말할 게 없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 일에 대한 결과는 또 다른 영역이라 생각한다. 전 직장에서 그렇게 일에 몰두하고도 내 비즈니스를 접었던 경험, 지금 직장에서 내 노력 대비 월등한 성과를 얻었던 경험 때문이다. 물론 적당한 스트레스는 인생에서 성취를 하게 도와주는 에너지원이 된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 인생에서 볼 때 무엇을 성취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결과에 매달리면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결과를 온전히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는 본인 선택이나 지나치게 결과에 매달리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진인사대천명’,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그야말로 하늘에 맡기는 게 난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