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8개월 만에 출근
최근 싱가포르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수는 10명 이내고, 그것도 대부분 해외에서 유입되는 경우다. 이렇게 싱가포르 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률이 낮아지고 이따 보니 격주로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우리 회사는 싱가포르 서쪽 끝에 위치하고 있어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원래는 총 8 노선을 운행했는데, 현재는 4 노선으로 줄여 운행하고 있고, 그것도 노선 당 원래 7~8 군데 경유하다 현재는 3~4군데 정류장만 경유하고 있다. 그 때문에 원래는 집 바로 앞에서 탈 수 있었던 셔틀버스를 지하철을 타고 4 정거장을 이동해야 탈 수 있다. 편도 50분 정도 걸리는데, 서울에서야 가까운 거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엎드리면 코 닿을만한 크기를 가진 싱가포르에서는 상당히 먼 거리다.
이렇게 사무실에 오더라도, 예상과 달리 동료를 거의 만날 수 없다. 격주로 출근하니 최대 50%가 사무실에 출근할 수 있는데, 아직도 이런저런 이유로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내가 근무하는 빌딩에만 어림잡아 10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는데, 출근하는 사람은 10명 미만으로 보인다. 점심은 사내 식당이 있지만,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공장 근무자만 식당에서 식사할 수 있고, 나머지는 도시락을 하루 전에 주문하여 받아먹는다. 생각보다는 메뉴가 다양하고 회사 지원 때문에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밥, 국, 반찬 3가지, 과일, 그리고 음료까지 3 SGD로 2500원 정도면 꽤 괜찮은 식사를 할 수 있다. 당연히 식사도 동료와 함께 하는 게 아니라 각자 자리에서 해야 한다.
한편으론 이럴 거면 왜 내가 출근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나는 이 사무실에 나와 함께 일할 사람이 내 매니저를 제외하면 없다. 내 매니저는 나와 다른 주에 출근하기 때문에 매주 전화로 미팅을 한다. 당연히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업무 능률은 사실 대동소이하지만, 전화 회의가 문제다. 집에서는 가족의 방해가 없다면 다른 소음 없이 조용히 전화 회의를 할 수 있는데 반해 나와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친구나 나나 모두 전화 회의가 많아 서로에게 방해가 될 때가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집에서 나와 출근하는 자체가 기분전환이 된다. 셔틀버스에서, 그리고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잠시 책을 보기도 한다. 게다가 출근을 시작하니 회사에 소속감이 생기는 것은 좋은 점이다. 아직 내 자리는 공식적으로 없어 내 매니저 자리에 앉지만, 어쨌거나 회사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는 것 자체로 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어려울 거라 한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이 변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뛰노는 우리 아이들 모습이 이젠 낯설지 않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종식된다고 하여 금세 마스크를 벗을 거 같지 않다. 비즈니스 환경도 변했다. 엄청난 호황을 누리던 여행업은 한순간에 멈춰버렸고, 이 틈에 그랩 푸드 같은 딜리버리 비즈니스는 성장하고 있다. 그래도 변치 않았으면 하는 게 만남이다. 온라인으로도 모임을 할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눌 수는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 모임처럼 술과 음식을 나눠먹으며 밤새 이야기꽃을 피우기에는 좀 부족해 보인다. 하루라도 빨리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